2024.06.03 (월)
새로운 금요연재 ‘도자陶瓷의 여로旅路’가 여러분과 함께 한다. 집필자는 책과 고미술품 사랑방 편고재片古齋 주인 이규진 님이다. 이 연재를 통해 40여년간 전국의 폐도요지閉陶窯址에서 건져 올린 수많은 도자기 파편破片과 그에 담긴 서사敍事를 진지한 필체로 전하게 된다. 흥미로운 靑瓷透刻䃦청자투각돈 파편, 청자종靑瓷鐘 파편, 청화백자靑華白磁전접시 파편, 합천 삼가면 수집 호랑이 무늬 도자 파편 등의 수집과 그에 얽힌 사연이 이어진다.
집필자는 우리 도자기 역사를 밝히는 데는 완전한 도자기나 그 조각 난 파편이나 같은 위치에 있다는 지론持論에서 "박물관에 몇억 원짜리 도자기를 전시하는 것도 좋지만 파편 1억 원어치를 사다 놓는 것도 연구에 큰 도운이 될 텐데, 그런 생각들에 못 미치는 것이 안타깝지요”라고 강조하였다.
연재를 통해 백자의 색깔이 ‘순백’에서 ‘설백’으로, 다시 ‘청백’으로 변하였다는 사실이나 청자 색을 중국에서는 황실에서 비밀스럽게 쓰는 색이라는 의미로 ‘비색秘色’이라 하지만, 우리는 쪽빛을 ‘비색’이라고 한다는 등의 전문적인 감식안鑑識眼도 얻게 될 듯하다.
집필을 맡은 이규진 님은 경기도 용인에서 출생.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 문예지 편집장을 거쳐 기업체 홍보실, 광고회사 출판 책임자 등으로 일하였다. 우리 전통문화, 그중에서도 도자문화陶瓷文化에 대해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품고 있으며, 현재는 책과 고미술품이 있는 사랑방 편고재片古齋(답십리 고미술 상가)를 운영하고 있다.
도자기 관련 서적 2천여 종, 발굴보고서류 150여 종, 40여 년간 수집한 수많은 도자기 파편에서 건져 올린 이야기, 금요연재 ‘도자의 여로’에서 풀어 놓는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편집자 주)
연재를 시작하며 "그래, 어디 한 번”
이규진/편고재 주인
세상에는 자신의 꿈이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간절히 원했으나 빗나가 버린 꿈, 바로 서 보지도 못한 채 무너져 내린 꿈들, 그러나 그러한 지워진 꿈들의 회상 속에는 아련한 그리움 같은 것이 묻어나기도 한다.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 한 움큼의 모래알처럼 되돌릴 수 없는 세월의 무게는 늘 아쉬움과 허전함으로 다가오기 때문일까.
도편陶片들도 어찌 보면 이루지 못한 꿈의 흔적이요 무너져 내린 꿈의 조각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완성품으로 살아남아 인간의 온기를 느꼈어야 마땅한데도 조각나 버림받을 수밖에 없었던 세월, 그 세월이 어찌 안쓰럽지 않으랴. 그래서 나는 참 많이도 그 안쓰러운 세월 속에 발을 담그고 있었던 것 같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억새풀 몸 비비며 서걱이는 폐도요지閉陶窯址에 불던 소소한 바람 소리가 귀 가득히 들려오는 듯하다.
고미술상 구석에 버려진 채 남루襤樓를 뒤집어쓰고 있던 도편들 때문에 마음은 또 얼마나 애처롭고 설레었던가. 많은 세월이 흐른 탓인지 그 아득한 날들의 발자취들을 돌아보고 또 돌아보게 된다. 아니 그런 날들도 추억이 되고 이야기가 될 수 있다면 그래, 어디 한 번 일부나마 여기에 털어놓아 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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