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03 (월)
흙의 소리
이 동 희
진출 <2>
민요를 부르며 춤을 잘 추는 다래에게 박연은 하늘 같은 존재였다. 그가 가르치고 그녀가 배웠다고 말하지만 다래는 하나를 얘기하면 열을 알았고 알았다고 하기 전에 먼저 행하였다. 행하였다고 할까 저질렀다. 소리면 소리 춤이면 춤을 실연實演으로 보여주었다. 성미가 급한 것은 사실이지만 재주가 있고 능력이 있었다. 자신이 있고 매사를 어렵지 않게 쉽게 쉽게 가려고 하는 것이었다.
박연이 가르친 게 있다면 그런 부분을 꼬집어 준 것이었다. 신중히 하라고 하고 한 번 더 생각해 보고 한 박자 늦추게 하였다.
"뜸을 들여야지. 삼시세끼 밥을 하듯이. 여유를 가지고 말이여. 뭐가 그리 급한가.”
"잘 알았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으음.”
"그런데 제 소리가 마음에 안 들던가요, 심히?”
"소리보다도 춤이…”
"좀 요상했지요?”
"으음. 으음.”
사실 그런 것도 아니었다. 다래는 소리, 노래보다도 춤에 능한데 소리에 곁들여 춘 춤이 너무 요염한 자태를 보인 것을 가지고 얘기하는 것인데, 그것을 뭐라고 꼬집어 탓할 수는 없었다. 남자들의 혼을 쑥 빼 놓은 표정 몸짓 파격적인 춤사위가 어떻다고 할 수도 없고, 온전히 자리를 압도하는 기량이라고 할까 재주를 문제 삼을 수도 없었다. 너무 마음에 들고 감동을 준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그가 보기엔 그랬다.
그러나 그렇게 말할 수는 없었다. 주마가편이라고 다른 얘기를 하며 자중토록 하였다.
"춤이란 무엇이냐.”
"춤이란 몸으로 시를 쓰는 것이니라.”
"시란 무엇인고.”
"운으로 말하는 글이고 율로 읊는 말이며…”
"총명하긴 한데…”
"예쁘고…”
"다 좋은데…”
"솔직히 그건 인정하시지요?”
"예쁘긴 한데…”
"진 선 미를 갖추어야지요.”
도무지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을 다 알고 앞질렀다.
"사부님 눈이 너무 높으십니다.”
"세상은 냉정한 거여. 나는 뭇 사람들의 눈을 가지고 얘기하는 거여.”
"뭇 사람과 놀아나지 말라는 말씀은 아니시지요?”
"헛 참.”
그것도 사실이었다. 한다는 명사들 한량들과 술자리에 끼어 어울렸고 시샘하는 말들이 많았다. 세상이 다 아는데 그가 모를리가 없었다.
"조신해야지.”
박연은 그 한 마디로 모든 것을 다 말하려 하였다.
다래가 언제 등장하였는지 정확히는 기억되지 않지만 앳되고 시골 촌티를 벗지 못할 때부터 눈 여겨 보아왔다. 장악원에서 소리를 듣고 괜찮다고 생각하였는데 그 때 그가 고개를 끄덕인 것이 인연이 되어 줄곧 관심을 갖게 되고 선생님 사부님 하며 따랐다.
소리란 무엇이며 어떻게 하여야 하고 춤은 왜 추며 신명은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고 아름다운 것은 무엇이고 참된 것은 무엇이며 삶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왜 사는가. 궁극적인 생의 목적은 무엇인가….
조곤 조곤 기회가 될 때마다 이야기하였다. 술잔을 앞에 놓고 거문고를 타면서일 때가 많았지만 정원을 산책하며 또 달과 별을 바라보며 이야기하기도 하였다. 무엇보다도 시에 대하여 얘기하면 눈이 빛나고 생기가 돌았다. 밤새도록 썼다 지웠다 한 시를 보여주기도 하였다. 춤을 추듯이 소리를 하듯이 그렇게 안 된다고도 하였다. 시가 쓰기가 어려운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이고 그렇게 쓰고자 노력하는 것이 아름다운 것이라고 하였다. 삶이 시가 되면 된다고도 하였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될런지요?”
"열심히 혼신을 다해 살면 되는 거여.”
"혼신을 다 해서 사부님은 그렇게 살고 계시지요?”
"토를 달지 말고.”
"히히히히…”
그럴 때는 그의 품에 안기며 교태를 부리었다.
어떻든 그는 있는 것을 다 빼어 주고 싶었다. 그가 가르친 것이 있다면 그런 것이었다. 물론 소리의 째나 악율 춤사위 너름새 법무法舞 정재呈才의 가락에 대하여 방법과 수행에 대하여 얘기한다고 하였지만 앞에서도 말한 대로 하나를 얘기하면 열을 알았고 그것을 행하였다.
그런데 그런 사랑스런 제자라고 할까, 다래를 포함하여 모든 여악들을 금하자는 상소를 올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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