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03 (월)
이규진(편고재 주인)
공주(公州)가 역사적으로 중요하게 떠오른 것은 475년 백제의 수도가 한성에서 이곳으로 옮겨지면서 부터라고 할 수 있다. 당시의 지명은 웅진(熊津)이었다. 538년 도읍이 부여로 옮겨가기까지 이곳에서 64년간 5명의 왕이 즉위하였는데 왕릉 발굴로 널리 알려진 제25대 무령왕이 가장 유명하다. 공주라는 이름은 고려 태조 23년(940)부터 쓰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이며 공주읍이 공주시로 승격한 것은 1986년의 일이다. 곰나루라고도 불리는 웅진, 즉 공주의 역사에 대해 갑자기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근래 지인으로부터 양도를 받은 한 점의 분청사기 명문 도편 때문이다.
분청사기상감명문발편은 죽절굽에 태토비짐돌받침을 하고 있다. 태토비짐돌받침은 대개 세 개나 네 개를 사용하는 것이 보통인데 여기서는 유약을 안 칠한 굽에 큼직한 두 개의 받침을 하고 있어 주목된다. 외면에는 우점문이 시문되고 있으며 포개 구었던 흔적으로 다른 도편 조각도 일부 붙어 있다. 안쪽을 보면 우점문과 연판문 안에 둥글게 네 줄의 원을 돌리고 그 중앙에 큼직하게 글자를 새겨 넣고 있는데 주(州)는 분명하고 확실하지만 공(公)자는 획이 확실치가 않다. 다만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보아 공(公)자로 보아 공주로 읽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분청사기에서 보이는 명문은 관사명이 대부분이다. 지방명도 흔치는 않지만 경기도와 함경도를 제외한 전국적인 분포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알려진 40여 곳 중 31곳이 경상도 지역이어서 편중 현상이 심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아직까지 분청사기에서 공주명은 발견된 바가 없다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하면 공주명으로 밖에 볼 수 없는 분청사기상감명문발편은 매우 귀중한 자료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귀한 분청사기상감명문발편은 공주 지역 어디에서 만든 것일까.
공주시에 있는 분청사기 가마터로는 철화로 유명한 저 학봉리를 비롯해 온천리 도신리 가산리 중흥리 안양리 등이 있다. 그러나 이들 가마터에서 공주명이 출토되었다는 소식은 아직 들은 바 없다. 도대체 이 분청사기상감명문발편은 어디서 만든 것일까. 유약은 살아 있어 번들거리고 백상감 일색에다 명문 자료로는 글자의 크기가 다른 지역의 지명들에 비해 유달리 커 보인다. 하지만 이 분청사기상감명문발편은 출토지를 알 수 없다보니 즐거움뿐이 아니라 내게 호기심과 더불어 진한 궁금증과 의문을 던져 주고 있다.
공주 고속터미널에서 버스를 내려 강 건너를 보면 곰나루가 보인다. 수운을 중심으로 한 교통의 요지로서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곳이건만 근대적 교통의 발달과 더불어 그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다. 더구나 1933년 금강교가 개통되며 서해안 지구로 통하던 도강(渡江) 기능마저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넓은 백사장과 울창한 노송이 어우러진 자연 경관은 아직도 옛 정취를 즐기려는 사람들의 향수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이제는 희미해진 웅진과 곰나루의 역사처럼 분청사기상감명문발편 또한 그냥 지워지고 잊혀져야 할 도편은 분명 아닌 듯싶다. 하지만 그 고향은 물론이거니와 유전해온 내력조차 알 수가 없다보니 궁금하다 못해 안타까워 지는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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