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24 (금)
[국악신문 정수현 전문기자]=대학로극장 쿼드의 ‘쿼드초이스’가 다채롭고 실험적인 무대로 관객들에게 새로운 감각을 선사했다. '쿼드초이스'는 동시대적 가치를 담은 예술 작품을 소개하는 기획 프로그램으로, 기존 전통 음악 장르의 경계를 허문 예술가들이 그 무대를 꾸렸다. 대학로극장 쿼드(QUAD)는 블랙박스 공연장으로, 무대의 모양에 따라 자유자재로 객석 변형이 가능한 유연한 공간이다. 그 가변성은 무대와 객석이라는 형식에 갇히지 않고 관객들에게 다양하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게 해 준다. 이번 ‘쿼드초이스’는 총 세 번의 공연으로 진행되었으며, 그중 소리꾼 김율희, 전통타악 연주자 황민왕, 전자음악 기반 전통예술가 Jundo가 펼친 새로운 우리 소리의 판, ‘틂:Lost&Foun’ 무대를 관람했다.
‘틂:Lost&Found’의 ‘틂’은 ‘노래를 튼다’라는 의미와 ‘기존의 판을 틀어서 새롭게 조망하자’는 의미다. 전자 음악 예술가 Jundo는 ‘전통 판소리에 있는 판의 개념을 현대적인 방식으로 조성해 보자’라는 생각으로 이 무대를 준비했다고 전했다. ‘판’은 ‘여러 사람이 모인 곳’, ‘상황과 장면’을 뜻한다. 이들은 블랙박스 공연장 쿼드에서, 연주자와 관객이 한 공간에서 다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이 시대의 새로운 ‘판’을 만들어 냈다.
‘전석 비지정석으로 운영되며 공연 중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하다’는 설명과 함께 들어선 무대는 블랙박스 공연장답게 검고 다소 어두웠으며, 희고 긴 얇은 종이로 만들어진 천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며 사방을 감싸고 있었다. 일반적인 무대 형식이 아니었기에 연주자들의 무대가 한 군데에 모여있지 않았고, 사각형의 각각 마주 보는 면에 황민왕이 연주할 타악기와 Jundo가 연주할 전자 기기가 놓여있었다. 그리고 공간의 중심부와 주변부에는 제각기 다른 모양을 한 사각형의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관객들은 자유롭게 앉고 싶은 곳을 찾아 앉고, 무대가 열리기를 기다렸다.
흰 천으로 사방이 가려진 구석의 사각 공간에서 ‘만첩청산’이 흘러나왔다. 김율희의 소리와 황민왕의 북 반주에 맞추어 시작된 노래였다. 곧이어 ‘사랑가’가 불렸다. 편안하고 몽글몽글한 사랑 노래에 맞추어 조명 또한 밝은 네온 느낌으로 변화했다. 사각 공간을 뒤덮고 있는 흰 천이 따스한 주황빛으로 물들었고, 빛으로 인해 두 연주자의 그림자가 서서히 드러나 부채를 활용한 멋스러운 발림과 북을 연주하는 모습을 독특한 방식으로 관람할 수 있었다. 사랑가의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가사와 함께 Jundo의 전자 음악 사운드가 얹어졌다. 울림 가득한 리버브(Reverb) 사운드가 신비감을 조성했고, 공간감이 가득한 앰비언트(Ambient) 형태 위의 소리가 점점 강해지며 종이 천이 한 번에 떨어졌다. 연주자들의 모습이 드러났다. 판소리와 전자 음악은 A key에 맞추어 안정적으로 섞여 들었고, 몽환적이면서도 힘 있는 느낌을 자아냈다.
이어 김율희는 구석의 사각 공간에서 나와 관객들이 앉아있는 공간으로 올라가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노래하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관객 친화적’ 구성이었다. 관객들은 소리꾼의 노래하는 모습을 바로 눈앞에서 관람할 수 있었고, 김율희는 관객들에게 짧게 말을 걸거나 유쾌하게 소통하며 편안하게 무대를 끌어 나갔다.
자진모리장단의 빠르고 유쾌한 느낌의 ‘신연맞이’가 불렸다. 풍성하고 힘 있는 전자 음악 사운드에 타악기 연주가 가미되어 대중적이고 현대적인 느낌을 풍겼다. 황민왕이 구음으로 노래하며 장구를 칠 때는, 전자 음악의 플럭(Pluck, 음의 지속이 짧으며 리드미컬한 연주에 자주 사용되는 신스 기반 음악)사운드가 장단의 리듬꼴을 함께 연주했다. 전통 악기와 전자 음악이 장단을 통해 한데 어우러지며, 매력적이고 독특한 느낌을 자아냈다.
화려한 조명과 함께 변화무쌍한 춘향가의 노래가 몇 곡 불린 후, 주황빛 조명 아래 황민왕의 솔로 무대가 시작되었다. 그는 양손에 궁채를 잡고 즉흥적으로 장구를 연주했다. 딴딴한 음색의 시원한 소리가 공간을 풍성하게 울렸고, 섬세한 다이내믹 연주가 감탄을 자아냈다.
곧이어 빗소리와 함께 녹음된 내레이션이 흘러나왔다. 감성적이고 편안한 목소리로 전해진 춘향의 서글픈 이야기는 고어(古語)가 아닌 요즘 사용되는 언어로 이루어져 더욱 이해하고 공감하기 쉬웠다. 내레이션 위에 김율희의 목소리가 마이킹되지 않은 상태로 얹혀 불리다가, 내레이션과 음량이 교차되며 점점 커져갔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시대가 흘러도 사랑의 본질과 가치는 다르지 않다는 의미를 보여주는 듯한 연출이었다. 곧이어 새 소리와 함께 아침이 밝고, 울렁거리는 신스(Synth)사운드 위에 마이너한 코드가 쌓이며 황민왕의 아쟁 연주가 시작됐다. 아쟁 연주는 화려하기보다는 깔끔하고 단정했고, 함께 연주된 전자 음악은 점차 다이내믹하게 발전하며 축축한 공간감과 함께 영화음악 같은 효과를 주었다. 그리고 편안한 비누향이 공간을 감쌌다. 향기 분무를 통한 후각적 연출이 음악을 더 따스하게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다.
70분간 관객들은 공간과 음악에 대한 새로운 감각을 느껴볼 수 있었다. 소리꾼의 이동에 따라 관객들도 자리를 바꾸어 가며 관람했고, 자유롭게 사진이나 영상을 촬영하기도 했다. 네모난 블랙박스 안, 모든 공간에서 들려오는 음악과 퍼포먼스는 새로운 시각과 시선으로 춘향가를 바라볼 수 있게 해 주었다. 아쉬웠던 것은 짧은 시간 동안 춘향의 이야기가 흘러가는 흐름이 모호하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내레이션이나 악기 솔로 등이 중간중간 나열되는 부분은 무얼 표현하는지 쉽게 알기 어려웠다. 춘향의 이야기를 다채로운 색으로 표현한 색다른 시도는 좋았으나, 조금 더 뚜렷하고 통일성 있는 서사가 있었더라면 더욱 완성도 있는 무대가 되지 않았을까.
마지막 곡인 ‘어사출두’를 노래할 때, 김율희는 모두 영상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자고 유도하며 관객들과 유쾌하고 신명 나는 판을 만들어 냈다. 관객들은 서리와 역졸이 되어 음악에 참여했고, 다 함께 일어나 리듬을 타며 공간에서 흘러나오는 이 시대의 새로운 춘향가를 즐겼다. 오감의 활용, 화려하고 분위기 있는 조명, 대중적인 전자 음악 사운드와 전통 예술이 만들어낸 무대는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의 판,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본 현대적 전통 예술이었다.
박상진(철학박사, 동국대학교 명예교수, 한류문화 칼럼니스트) 그동안 "시용향악보”의 ‘오음약보’와 ‘정간보’에 대해서 설명을 했는데, 계속해서 고려가요의 음악적 특징으로 나타...
윤치호 작사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게 한 원천이 좌파 학자의 ‘공동창작설’이다. 이의 주인공이 근대음악학자 노동은 교수이다. 소위 친일음악 연구 전공자로서 나름의 실적을 쌓은 교수이...
'북해도아리랑'을 쓰다.갑진봄 한얼 이종선 (2024, 한지에 먹, 71× 31,5cm) 팔월이라 열사흘 밤달도 밝구나 우리 ...
민요의 현장 논밭에서 일하면서 부르던 노동요 그 현장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희문, 또 여타 실험들에서 민요가 면면히 살아 있을을 확인한다 굿판·노동판·유희판 ...
2년 전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서울연희대전'이란 이름의 한 공연이 있었다. 제1회였고 '장구대전'이란 부제가 붙어있었는데 입장권 전석이 판매 되어 화제가 되었다. 무대에서 오직...
[국악신문 정수현 전문기자]=나무 그늘이 우거진 5월의 한복판, 양재동의 한 공원에서 곧 있을 해금플러스 25주년 기념 공연 준비에 한창인 해금연주자 강은일 교수님을 만났다. 지저...
이탈리아 기록유산 복원 전문가인 마리아 레티치아 세바스티아니 전 국립기록유산보존복원연구소(ICPAL) 소장이 최근 주이탈리아 한국문화원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
[국악신문 정수현 전문기자}=지난 9일에서 10일,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의 기획 공연 ‘긴산조 협주곡’이 펼쳐졌다. 이태백류 아쟁산조와 원장현류 대금산조 전바탕이 협주곡으로 초연된 ...
낮 최고기온이 10∼15도로 예보된 13일 오후 서울 경복궁이 관광객으로 붐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2024.3.13 전통 ...
[국악신문 정수현 전문기자]=봄 향기가 가득한 5월의 첫날, 전통음악을 바탕으로 우리 정서를 찾아 나서는 앙상블 시나위의 콘서트 ‘고요의 바다’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펼쳐졌다...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기획공연 '긴산조 협주곡' 무대에 오른 원장현 명인의 모습. (사진=국립국악원 창작악단) 2023.05.03. ...
[국악신문 정수현 전문기자]=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은 오는 5월 9일과 10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이태백류 아쟁산조와 원장현류 대금산조 전바탕 '긴산조 협주곡'을 초연한다. 아쟁과 ...
30일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에서 열린 국립정동극장예술단 정기공연 '모던정동' 프레스콜에서 출연진이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2024.4.30 ...
국립정동극장이 4월 한달간 진행하는 '세실풍류 : 법고창신, 근현대춤 100년의 여정'에서 23일 박병천의 '구음시나위'에 허튼춤 추는 안덕기 (사진=국립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