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24 (금)
문화재청은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오래된 한글편지 '나신걸 한글편지(羅臣傑 한글便紙)'를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했다고 9일 밝혔다.
편지 제작시기는 내용 중 1470~1498년 동안 쓰인 함경도 옛 지명 '영안도(永安道)'라는 말이 보이는 점, 나신걸이 함경도에서 군관 생활을 한 시기가 1490년대라는 점 등으로 이때 작성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편지는 2011년 대전 유성구에 있던 나신걸의 아내 신창 맹씨의 무덤에서 나왔다.
이 편지는 아래, 위, 좌우로 빼곡히 채워 썼다. 주요 내용은 어머니와 자녀들에 대한 그리움을 담았다. 조선 시대 무관의 공식의복 철릭 등 필요한 의복을 보내주고, 농사일을 잘 챙기며 소소한 가정사를 살펴봐 달라는 부탁 등이다.
이 편지는 1490년대에 쓰여져 1446년 훈민정음이 반포된 지 45년이 지난 시점에 한양에서 멀리 떨어진 변방과 하급관리에게까지 한글이 널리 보급됐던 실상을 알 수 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조선 시대에 한글이 여성 중심의 글이었다는 인식과 달리, 하급 무관 나신걸이 유려하고 막힘없이 쓴 것을 보면, 조선 초기부터 남성들도 한글을 익숙하게 사용했음을 보여 준다.
나신걸(1461~1524)은 조상 대대로 무관직을 역임한 집안 출신으로 이 편지를 썼을 당시인 1490년대 함경도에서 하급 군관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보물로 지정된 '나신걸 한글편지'는 나신걸이 아내에게 한글로 써서 보낸 편지 2장이다. 신창맹씨 묘 발굴 당시 부장품과 함께 피장자 머리맡에서 여러 번 접힌 채 발견됐다.
기존에 조선 시대 관청에서 간행된 문헌만으로 한글이 대중에 어느 정도까지 보급됐는지 파악하기 어려웠다, 이 편지의 발견으로 한글이 조선 백성들의 실생활에서 널리 쓰인 사실을 확인한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문화재청은 "이 유물은 현재까지 발견된 한글편지 가운데 가장 오래된 자료이자 상대방에 대한 호칭, 높임말 사용 등 15세기 언어생활을 알려주는 귀중한 자료"라며 "조선 초기 백성들의 삶과 가정 경영의 실태, 농경문화, 여성들의 생활, 문관 복식, 국어사 연구 분야에 활용 가치가 충분하고 무엇보다 훈민정음 반포 실상을 알려주는 언어학적 사료로서 학술적·역사적 의의가 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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