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상세페이지

민속동화 1. 진도 도깨비 굿 이야기

김지연
기사입력 2003.06.30 21:08

SNS 공유하기

fa tw gp
  • ba
  • ka ks url
    진도 도깨비 굿 이야기 글 이선주 / 그림 이지영 감수 엄기원(한국아동문학 연구소장) '복순이가 사는 곳은 진돗개로 유명한 '진도'라는 섬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아주 먼 남쪽에 있는 진도는 역사적으로 몽고민족에 끝까지 항전하던 고려의 삼별초군이 들어와 패한 곳이기도 하고, 왜구들의 침입이 잦아 그 곳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일이 많았던 곳입니다. 그렇게 죽은 사람의 원혼이 많은 곳이어서인지 이 섬에는 도깨비들의 이야기가 참 많이 전해 내려옵니다. 진도에서는 음력 2월 초하룻날을 도깨비 명절이라 부릅니다. 이 날에는 도깨비굿판을 벌여 농사가 끝날 때까지 도깨비를 가두어두는 풍습이 있습니다. 오늘은 도깨비 굿을 하는 날입니다. 복순이는저녁이 되자 어제밤 미리 만들어두었던 가면을 꺼냈습니다. 이 가면은 도깨비들에게 겁을 주어 쫓아낼 때 쓰는 것인만큼 아주 무섭게 생겼습니다. 남동생 달구가 자꾸 한번만 보여달라고 보챘지만 복순이는 들은 척도 하지 않습니다. 도깨비굿을 할 때에는 남자들이 절대 보아서는 안되기 때문입니다. "자, 복순아 나가자잉" 어머니가 복순이를 재촉합니다. 복순이는 굿에서 쓸 가면과 속곳을 챙겼습니다. 가면은 도깨비를 겁주는 것이고 여자의 속곳은 도깨비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냄새가 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복순이는 부끄러웠지만 마을을 위해 벌이는 도깨비굿이므로 속곳을 챙겨 긴 장대에 걸었습니다. [img:진도 도깨비 굿 이야기 3.jpg,align=,width=450,height=480,vspace=0,hspace=0,border=1] 도깨비굿은 각 마을의 여자들이 밤에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도깨비와 귀신을 쫓으면서 시작합니다. 집 앞에서 징과 꽹과리를 울리고 원을 그리며 굿을 하면 겁을 먹은 도깨비들이 집에서 뛰쳐나오지요. 뛰쳐나오던 도깨비는 긴 장대에 걸려있는 여자의 속곳을 보고 그 자리에서 몸이 얼어붙어 꼼짝달싹 도 할 수 없게 됩니다. 이렇게 한 집씩 차례로 도깨비를 쫓은 다음 진도읍으로 갑니다. 읍내에는 도깨비들을 가두어두는 제각인 '사제각'과 '여제각'이 있습니다. 이 곳에서 제사를 올리고 도깨비들을 가두게 되는데 이 때 제사를 맡는 사람은 마을에서 가장 정갈한 남자입니다. 이렇게 가둔 도깨비들은 농사가 끝나는 음력 구월 구일에 풀어주게 됩니다. 올해 처음 도깨비굿을 하러 나간 복순이는 이렇게 여자들만이 모여 하는 굿을 보고는 무척 재미있어 했습니다. [img:진도 도깨비 굿 이야기 2.jpg,align=left,width=640,height=480,vspace=0,hspace=0,border=1] 또 다른 굿과는 달리 마을의 모든 집이 굿하는 것을 피할 수 없어서 복순이는 내내 어깨가 으쓱하기도 했습니다. 복순이는 마을 사람들과 친숙한 도깨비를 오랫동안 가두어둔다는 것이 조금 측은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농사의 풍년과 사람들의 행복을 기원하며 복순이는 한번 더 외쳤습니다. "훠~ 물렀거라. 야채비, 왜놈 귀신 모두 물렀거라"
    backward top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