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03 (월)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피아니스트 임윤찬은 지난해 6월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에서 열린 제16회 반 클라이번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그는 출전 제한 연령(만 18∼31세)의 하한인 만 18세였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 60년 역사상 최연소 우승 기록이다.
임윤찬의 우승은 큰 뉴스가 됐지만, 그가 콩쿠르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우승에 도달했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제16회 반 클라이번 콩쿠르의 전 과정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나왔다. 헤더 윌크 감독의 영화 '크레센도'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는 미국의 천재 피아니스트 반 클라이번(1934∼2013)을 기리는 경연으로, 북미 최고 권위의 피아노 콩쿠르로 꼽힌다.
지난해 제16회 대회에는 임윤찬을 포함한 세계 클래식계 유망주 30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몇 차례에 걸친 서바이벌 방식의 경연을 통해 18명, 12명, 6명으로 줄었고 최종 경연에서 3명이 금·은·동메달을 받았다.
이 영화는 콩쿠르에 출전한 30명이 한자리에 모여 오리엔테이션을 받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가장 앳돼 보이는 임윤찬의 모습도 눈에 띈다.
이들은 각자에게 맞는 피아노를 선택하고, 추첨을 통해 순번을 정한다. 1번 주자가 되기를 서로 피하려는 모습이 흥미롭다.
영화는 콩쿠르 참여자들이 펼친 피아노 연주의 하이라이트와 개별 인터뷰, 대회 기간 이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는 모습 등을 보여준다.
꿈에 부푼 클래식 유망주들이 서바이벌의 한 단계가 끝날 때마다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탈락자들이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다짐하는 모습은 감동을 준다.
최후의 승자는 관객들이 잘 알다시피 임윤찬이다. 그는 몇 차례의 인터뷰를 통해 진솔한 모습을 보여준다.
금메달을 목에 건 임윤찬은 "계속 음악을 할 수 있는 건 그저 음악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음악에 대한 사랑을 고백한다. 준준결선을 앞둔 인터뷰에선 "외로운 순간에 음악의 꽃이 핀다고 생각한다"며 의미심장한 말을 하기도 한다.
임윤찬이 최종 경연에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3번 D단조를 연주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라고 할 수 있다.
협연을 마친 연주자들이 임윤찬에게 악수를 청하며 "평생 기억할 것", "전설로 남을 무대"라고 극찬하는 모습은 그가 얼마나 뛰어난 재능을 선보였는지 짐작하게 한다.
영화는 임윤찬에게만 초점을 맞추진 않는다. 은메달리스트인 러시아 출신 안나 지니시네와 동메달을 딴 우크라이나 출신 드미트로 초니의 또 다른 이야기를 이룬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상황에서 두 사람이 펼친 선의의 경쟁과 화합은 국경을 넘어서는 음악의 힘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았고, 영화도 이들을 조명한다.
윌크 감독은 '크레센도'에 대해 "국경과 문화 등 수많은 장벽을 허물고 사람들을 하나가 되게 해주는 음악의 위대한 힘을 보여주는 작품"이라며 "젊은 도전자들의 놀라운 재능을 담아내고 음악이 개인과 공동체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제19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초청돼 주목받았다. CGV 단독으로 개봉할 예정이다.
20일 개봉. 111분. 전체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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