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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린가 질아린가 용텬인가
거름손이나 하는 놈은 제자품 팔고
말주먹이나 하는 놈은 전중이 가고
글자나 하는 놈은 긔장질 하고
일주먹이나 하는 놈은 치도판 간다
아라린가 지라린가 용텬인가
작품감상
용천(뱅이): 문둥이
거름손: 일손-농사일을 감당할 만한 능력이 있는 사람.
제자품 팔다: 저자거리(시장)에서 짐꾼으로 품팔이 하다.
전중이: 징역살이
기장(記帳)질: 장부에 세금이나 채무 따위를 적는 일
치도판: 치도곤(죄인의 볼기를 치는 곤장)을 치는 곳.
세상만사 인간사는 알 수가 없다.
인과 연에 따라 과보는 여러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선하게 산다고 모든 일이 잘 풀리는 것도 아니고
인과응보도 매번 명쾌하지 않다.
사람마다 쓰임새가 있어서
뭣 좀 할 만한 사람이 그만한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 능력이 엉뚱하게 쓰이는 경우도 많다.
세상사가 고르지 않다는 얘기다.
불만은 이 지점에서 터진고 만다.
선하게 살수록, 상대적으로 능력이 떨어질수록
일그러진 현상은 푸념과 욕설로 표출된다.
그러지 않고는 마뜩치 않은 세상을 견뎌낼 길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라리도 지랄이 되고 문둥이 꼬락서니가 되고 마는 것이다.
민체와 고체로 써서 작품의 조화를 꾀했다.
작가 이종선(李鍾宣)은 아호가 한얼, 醉月堂이다.
한국서학회 이사장, 성신여대 미술대학 동양화과 초빙교수와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강사, 한국서총 총간사를 지냈고,
지금은 경희대 교육대학원 초빙교수, 중국난정서회 서울연구원장,
이즘한글서예가회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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