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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객석에서] 나의 ‘이 한 장의 사진’
시선을 멈추게 한 사진, 그 속으로
매달 초면 기다려지는 월간 잡지 ‘길벗’이 도착했다. 6.25 발발 71주년, 6월 호국보훈의 달 특집호이다. 눈을 멈추게 하는 사진들로 한국전쟁의 참상을 보여준다. 미얀마와 중동, 코로나19에 대한 화보로 평화를 기원하는 내용도 있고, 아름다운 이야기와 동시도 담겨있다.
전쟁 사진에 눈길이 멈춘다. 동족상잔의 비극으로 종식되지 않은 분단국가의 아픔을 보여 준다. 오늘날 우리는 문명을 누리며 살지만, 사진은 그 날의 역사를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고 말해 준다. 그동안 한국전쟁을 말하며 ‘가슴 아프다’는 말을 쉽게 한 것이 부끄럽다. 한 장의 한국전쟁 사진, ‘전쟁 중에 하는 야외수업’ 모습이다.
하늘을 지붕 삼아 돌밭 위 벽돌의자에 아이들의 수업모습이다. 우측에는 색깔 없는 건물이 언제 무너질지 몰라 위태롭게 보이고, 집 뒤의 민둥산은 황량하기 그지없다. 칠판 하나와 벽돌의자가 교실 흉내를 내고 있다. 천막조차 없는 야외 학교다.
벽돌의자가 어딘가. 선생님의 수고였을까? 아니면 아이들과의 합작일까? 아마도 벽돌의자는 쓰러진 집이거나 건물의 기둥이었을 것이다. 볼품 없는 야외 교실이지만 친구와 가족을 만나는 곳이기도 하고, 장난도 치고, 재잘거리며 이야기도 나누는 곳일 것이다. 뿐이겠는가. 선생님의 재미난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우는 곳이기도 하고, 수업에 오지 못한 친구의 슬픈 소식을 듣는 곳일 것이다.
시선은 계속해서 사진에 머문다. 생각도 그 속으로 달린다. 배경은 폐허, 잿빛 옷에 고사리 손의 아이들. 열 명쯤의 까까머리 남자아이들의 수업 모습. 흑판에는 "유엔(UN) 평화~"라고 써있다. 선생님은 하얀색 상하에 모자까지 써서 권위(?)를 보인다. 그런데 앞 줄 세 아이가 팔을 들고 있다. 분명 선생님의 질문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선생님의 질문은 무엇이었을까? 산수 문제였을까? 국어 문제였을까? 아니면 피난 중 포화로 가족을 잃었는가를 물은 것은 아닐까? 아니, 이들은 이후 어떻게 되었을까? 아니, 80대의 이 분들이 지금 내 이웃으로 함께하고 있지는 않을까? 이러 저러한 생각은 급히 오늘의 내게로 달려 온다.
이 한 장의 사진, ‘역사 속의 한국전쟁’을 비로소 ‘나와 함께하는 역사’이게 해 주었다. 나도 ‘이 한 장의 사진’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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