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03 (월)
기자들이 수시로 내부망에 접속하는 곳이 ‘보도자료’ 코너이다. ‘보도자료’가 스톡크 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본보의 경우 일 년 중에 4, 5월과 9, 10월에는 하루 40여건 정도가 접수된다. 주로 개인 발표회와 기획공연이 주이나 특별히 행정 기관의 사업 계획과 결과 발표가 더해지는 시기이다. 그래서 대개는 기자들이 직접 방문하여 출입처와 관련한 자료를 선택하나, 이 4달 동안에는 데스크가 기자에게 분류, 수시로 SNS를 통해 취재를 독촉하기도 한다.
금년에도 예외 없이 4월 중순에 들어 의뢰 건이 급증하고 있다. 그래서 하루 두세 번 정도 자료를 분류하여 담당 기자들에게 배당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눈에 뛰는 자료를 접하게 되고, 이에 대해서는 데스크에서 직접 살피는 경우가 있다. 이번에 눈에 든 것 중 하나가 ‘이시은 서도소리의 일세지웅을 소망하다’라는 발표회 자료이다.
사진으로는 앳된 여중생 정도가 4월 30일 서도소리 발표회를 갖는다며, 여기에 ‘일세지웅’이란 표현을 썼다. 보기에 따라서는 무겁기도 하고 엄중하기까지 한 고사성어를 쓴 것이다. 자칫 말의 기세에 짓눌릴 법도 하니 의외가 아닐 수 없다. ‘一世之雄’이란 적어도 동시대에는 대적할 만한 사람이 없을 정도로 뛰어난 재주나 실적을 가진 인물임을 일컷는 말이다. 타고난 재능에다 끊임없는 노력으로 자기 분야에 일가를 이룬 사람에게 부여하는 격찬이다.
뜻이 이러하니 의야한 마음으로 소녀 국악생의 발표 자료를 살펴봤다. 본인의 인사말 중에 이런 말이 보였다. "스승님의 소리 한 자락이라도 흉내라도 내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기고, 나아가 저만의 향기가 있는 소리꾼이 되고 싶다는 꿈이 생겼습니다.”라고 했다. 이어서 "훗 날 一世之雄의 모습이 되기를 소망하는 저를 사랑으로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도 했다. 이것으로 보면 분명 스스로가 미래의 위치를 말 한 것이다. 기특하고 당찬 자세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이런 자신감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스승이 누구일까?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제1회 동아주니어국악콩쿠르 중등부 성악 금상, 제25회 창원국악경연대회 중고등부 가야금병창 민요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이 정도라면 나름대로 자신감을 가질만하다는 생각으로 자료를 살폈다. ‘축하의 글’이 있다. 글 쓴 이가 발표자의 스승임을 알 수 있다. 여기에서도 그 고사성어가 다시 쓰였다. "아직 어리지만 一世之雄, 이 시대에 최고의 명창이 되겠다는 일념 하나로 오늘의 무대를 만들어 내는 지은이가 그 큰 꿈을 이루기를 바라며~”라고 하였다. 그리고 이렇게 끝을 맺었다. "시은이의 서도소리 명창이 되기 위한 첫 걸음과 길을 기대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했다. 제자의 당찬 기세에 대한 스승의 믿음에 찬 격려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이틀 후, 또 쌓이는 보도자료를 살피게 되었다. 그 중에 국악 최고 기관에서 의뢰한 자료가 있었다. 그런데 이 내용은 국악계 세 분야의 최고 권위자를 확정, 임명하였다는 소식이고, 그 중 한 분이 바로 격려의 글을 쓴 스승이었다. 이 분은 이런 결과로 보면 실제 ‘一世之雄’의 위업을 이룬 것이다. 과연 격려할만한 스승에, 당찬 제자임이 틀림없다.
동시대 대적할 만한 사람이 없을 정도의 재주와 실적을 가진 인물이, 역시 같은 인물을 배출할 수 있는 것은 당연지사다. 이런 이치는 풍토로 정착하여 확대되어야 한다. 그래서 많은 분야의 ‘일세지웅’ 출현을 소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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