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03 (월)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화려한 판타지 색깔로 펼쳐지는 명품 춤극 공연이 선사된다.
오는 22일, 토요일 오후 5시 안동시 경북도청 동락관 공연무대에서 20여 명의 군무로 꾸민 춤극'연이(燕이)'가 한층 완성도 높은 버전의 무대연출과 탄탄한 스토리로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아리예술단(예술감독 김나영)에서 기획•제작한 전통예술지역브랜드 두 번째 공연작품이다.
3년째 우리를 멈추게 하는 코로나19와 세계가 긴장하는 전쟁의 암울함이 우리를 압박하는 시간 속에서 잠시 신화 속에서 펼쳐지는 또 하나의 자아를 만나본다.
안동 ‘제비원 미륵불과 연이 낭자’에 대한 설화를 재구성•창작한 춤극 '연이'에서 모든 인간은 내면에 선과 악의 양면성을 모두 지니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인간과 인간은 끊임없이 갈대와 같이 흔들리고 갈등하는 대결 과정에서 결국에는 정반합에서 합일점을 찾게 된다. 연이 낭자는 주인공 김도령을 통해 자신의 선택과 결정에 따라서, 누구나 아름답고 숭고한 모습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인간에 대한 가능성을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원소스 설화에는 없는 등장인물들 내면의 흐름은 뻔할 것 같은 이야기를 넘어서서 ‘생명의 존엄성’이라는 주제를 담아 아름답고 평화로운 삶에 대한 비전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권세가의 아들 김 도령은 금수저 집안 출신이지만 탐욕이 많고 생명의 존귀함을 모르는 잔혹한 성품을 지녔다. 어느 날 그는 사냥길에 나서서 신비한 새 ‘가릉빈가’를 처참하게 죽인 날 밤에 갑자기 비명횡사 하게 되어 저승길로 끌려가게 된다. 심판의 방에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서 선행보다 악행이 더 많았던 것을 진심으로 참회하게 된다. 그리고 살아 생전 쌓아 놓은 선행이 많은 연이 낭자의 공덕을 빌어서 간신히 이승으로 돌아오게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주인공 ‘연이’와 ‘김 도령의 고귀한 사랑’, 그리고 ‘저승사자’와 ‘민휼’의 갈등, 영원한 생명성을 의미하는 ‘신비의 새’의 캐릭터가 주어진 역을 춤극으로 형상화하여 스토리를 끌고 간다.
총 4막으로 구성되며 외연은 크게 주인공 연이가 바라보는 세상, 연이를 바라보는 세상으로 나뉜다. 주인공 연이의 심연은 우주를 향해 숭고한 생명성에 대해 대화를 시도한다.
무용수들은 탄탄한 스토리 위에 드라마틱한 연기와 이승과 저승의 바람을 가르는 춤사위를 펼친다. 잠시동안 관객들의 영혼은 연이가 되고 김도령도 되어 본다.
특히 작가는 전통 춤사위와 함께 '판소리'라는 장르를 가져와서 ‘저승사자’가 대사를 판소리조로 굵직하게 읊어댄다. 저승에는 있어야 할 ‘염라대왕’이 없고 ‘심판의 방’이라는 공간에서 죽은자의 지난 세월을 낱낱이 투영시켜 준다.
김나영 예술감독은 "지난 팬데믹을 뒤로하고 전 좌석 대면으로 관객들과 마주하는 무대라서, 무용가들이 모두 열정을 다해 무대를 더욱 빛나게 하기 위해 수개월간 피나는 연습을 했다. 특히 이번 작품은 생명성을 주제로 한 연이 신화를 바탕으로 만든 우아미와 숭고미가 어우러지는 춤극이다. 지쳐있는 우리의 심신이 치유되기를 바란다. 나아가 관객들에게 재미 흥미 심미의 3요소를 선사하는 공연작품이다. 아마 극장문을 열고 나가면서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보다 근원적인 성찰을 담고 있다."라고 전했다.
아리예술단은 2005년 DMZ아리랑페스티발 개막식 초청공연 이후, 설립된 '한국전통 창작춤극 전문예술단'이다. 한국전통 춤사위를 근간으로 창작춤극을 매년 내놓고 있는 전문 공연예술단이다.
대표적 작품으로 '불멸의 여인 논개', '함께 아리랑', '종천지애-죽음도 갈라놓지 못한 사랑', '물처럼 바람처럼' 등이 크게 주목을 받아왔다. 서울, 대구, 안동을 비롯한 국내 무대와 미국, 헝가리, 베트남, 라우스 등에서 초청공연을 받고 활발한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전통창작 춤극은 뮤지컬이 음악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드라마 형식이라면, 아리예술단의 춤극은 아름답고 우아미가 뛰어난 테크닉의 춤을 중심으로 한 드라마 형식을 빌어서 보다 밀도 있고 촘촘한 극적 구성 위에 대사와 노래까지 도입하여 더욱 흥미롭고 다양한 표현방식으로 펼쳐지는 융복합적 장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공연문의 010-6665-38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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