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03 (월)
한명희/이미시문화서원 좌장
세상에는 상도 참 많다. 갖가지 상들이 넘쳐나고 있다. 상들이 지천이다 보니 개중에는 뒷말이 개운찮은 상들도 적지 않은 모양이다.
그 많은 상 중에서 과연 좋은 상이란 어떤 것일까. 사람마다 입장이 다르겠지만, 내가 보는 좋은 상이란 우선 권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시상의 권위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상금의 과다에서 오는 것일까? 아니면 주최측의 명성이나 위엄에서 오는 것일까?
무엇보다도 상의 권위는 공평무사한 운영에서 온다. 아름아름 주고받는 상에는 권위가 쌓일 리 없다. 주는 자와 받는 자 공히 그저 주기적으로 치르는 요식행위에 불과할 뿐이다. 주는 자도 받는 자를 소중히 여기지 않고, 받는 자도 수상에 대한 자긍심을 갖기 어렵다.
시를 쓰는 어느 지인의 말이다. 자기가 아는 문인이 얼마 전 어느 문학상을 받았단다. 그런데 상을 받은 대가로 주최측이 발간하는 정기 간행물을 상금 이상으로 팔아줘야 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상이 문학계에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어떤 경우는 수상자가 얼마를 내겠다고 먼저 언질을 주고 상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쯤 되면 시상제도가 하나의 생계수단으로 전락한 셈이다. 상 받았다는 것을 시큰둥하게 보거나 우습게 알기 십상이다.
이 같은 폐단은 전통음악계에서도 간간이 들려온다. 심사위원으로 선정되면 은연중에, 어떤 때는 아예 드러나게 자기 제자나 지인이 수상자가 될 수 있도록 서슴지 않고 부끄러운 짓들을 한다.
꽤 오래전 일이다. 전남 고흥에서 김연수 명창을 기리는 제1회 김연수국악상 심사를 위촉받고 참여한 적이 있다. 김 명창의 수제자를 자임하고 남들도 그렇게 인정하는 오 아무개 명창이 심사위원장 역할을 했다. 놀랍게도 그녀는 국악 전공자도 아닌 인물을 수상자로 극구 추천했다.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인데 전주에서 국악계를 위해 많은 도움을 준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수상 조건에도 맞지 않는 사람이라며 나부터 적극 반대했다. 결국 안숙선 명창을 제1회 수상자로 선정했다. 선정 회의가 끝난 후 은밀히 알아보니 오 명창이 열렬히 추천했던 인물은 바로 자기 남편이었다.
이 같은 전통음악계의 시상 풍토를 일거에 쇄신하고 등장한 시상제도가 다름이 아닌 방일영국악상이다. 하기사 방일영국악상은 기존의 여느 국악상들과 같은 지평에서 운위할 대상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만큼 격이 다르고 차원이 다르다.
이 상은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조선일보를 한국 대표 신문으로 키워 낸 우초愚礎 방일영方一榮 선생이 1994년에 제정한 국악상이다. 기억하는 분들도 많겠지만 1994년은 소위 ‘국악의 해’라고 해서 정부가 한 해 동안 국악계를 집중적으로 지원한다는 취지로 출범한 해다. 이어령 문화부장관 시절 그분의 아이디어로 한 해에 예술계 어느 한 분야를 당시 10억 원씩 특별 지원한다는 정책을 실행했는데, 무용과 문학에 이어 세 번째로 국악의 해가 선포된 것이다.
아무튼 유달리 국악을 좋아하며 국악인들을 자별히 배려해 주셨던 우초 선생은 국악의 해를 맞이하여 명실상부한 상다운 상을 출범시켰다. 지난해로 4반세기를 맞이한 방일영국악상은 그동안 전통음악계에 적지 않은 자극과 활력을 불어넣어 왔다. 사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인물들이라면 누구나 내심 수상을 소망하는 선망의 대상으로 굳건히 자리잡고 있다.
방일영국악상의 권위와 위상에 대해서는 구구한 설명이 필요 없다. 그간의 역대 수상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누구나 그 상의 존재가치를 십분 가늠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 제1회 때의 수상자부터 순차적으로 열거해 본다.
제1회 판소리 명창 김소희, 제2회 국악학자 이혜구, 제3회 판소리 명창 박동진, 제4회 정재무 김천흥, 제5회 종묘제례악 성경린, 제6회 서도소리 오복녀, 제7회 판소리 명창 정광수, 제8회 정가 정경태, 제9회 배뱅이굿 이은관, 제10회 가야고 황병기, 제11회 경기민요 묵계월, 제12회 대금 산조 이생강, 제13회 경기민요 이은주, 제14회 판소리 오정숙, 제15회 판소리 고법의 정철호, 제16회 민속음악학 이보형, 제17회 판소리 박송이, 제18회 피리 정재국, 제19회 판소리 성우향, 제20회 판소리 안숙선, 제21회 경기민요 이춘희, 제22회 거문고 김영재, 제23회 사물놀이 김덕수, 제24회 가야고 이재숙, 제25회 한국음악학 송방송.
이쯤 되고 보면 방일영국악상은 상이되 상이 아니다. 그것은 한 시대를 증언하는 한국문예사의 거대한 물줄기이자 척추 같은 산맥이다. 따라서 그 상은 곧 음악상이되 하나의 독특한 문화현상이자 역사의 실록이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영예로운 국악상에 나는 직간접적으로 꽤 자주 연계돼 온 셈이다. 직접적으로는 심사위원이나 심사위원장을 했고, 간접적으로는 수상자들이 부탁한 축사의 글들을 시상식 유인물에 기고해 왔다. 총 25회에 걸친 시상 중에서 16회에 걸쳐서 나의 심사평이나 축하의 글이 실렸으니 이 상과의 인연도 적지 않은 연륜이 쌓였다고 하겠다.
(*지금까지 국악신문 독자들에게 귀한 글을 보내주신 한명희 이미시문화서원 좌장님께 감사드립니다. 더불어 이지출판사에게도 감사드립니다.)
1916년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발행된 애국창가 2011년 8월 24일 문화재청은 ‘애국창가’를 등록유산 제475호로 지정했다. ...
도편의 반 이상이 내섬명 이규진(편고재 주인) 내섬시(內贍寺)는 각 궁전에 대한 공상, 2품 이상에게 주는 술, 왜와 야인에게 주는 음식과 직조 등의 일을 맡아보던...
김율희 (강태홍류 산조춤 보존회 회장) 김율희 이사장은 부산에서 태어나 전통춤 4대 가업을 잇는 무용가다. 조부 김동민과 고모 ...
정선아리랑을 쓰다. 한얼 이종선, (2024, 문양에 먹, 34× 34cm) 담뱃불로 벗을 삼고 등잔불로 님을 삼아 님아 님아...
현역 최고령 무용가인 김매자 창무예술원 이사장이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포스트극장에서 열린 '세계 무용사'출판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5...
국립국악원 민속악단의 정기공연 '일노래, 삶의 노래' 공연 장면. (사진=국립국악원 ) 2024.05.22. 소박하고 향토적인 ...
세븐틴 일본 닛산 스타디움 콘서트 (사진=위버스 라이브 캡처) "오늘 저희가 (데뷔) 9주년인데, 이렇게 큰 공연장에서 전 세...
임영웅 콘서트 '아임 히어로 - 더 스타디움' (사진=물고기뮤직) 2024.05.26. "이깟 날씨쯤이야 우리를 막을 수 없죠....
5월 8일부터 18일까지, 서울남산국악당에서 2024 남산소리극축제 ‘여설뎐(女說傳)- 싸우는 여자들의 소리’가 펼쳐졌다. 이 공연에서는 여성이 주체가 되어 극을 주도하는 ...
가수 김연자 (사진=초이크리에이티브랩) "오로지 노래가 좋아 달려온 50년입니다. 여러분의 응원과 사랑에 힘입어 힘든 순간도 다...
2년 전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서울연희대전'이란 이름의 한 공연이 있었다. 제1회 '장구대전'이란 부제가 붙어있고, 입장권 전석이 판매 되어 화제가 되었다. 무대에서 오직 '장...
[국악신문 정수현 전문기자]=나무 그늘이 우거진 5월의 한복판, 양재동의 한 공원에서 곧 있을 해금플러스 25주년 기념 공연 준비에 한창인 해금연주자 강은일 교수님을 만났다. 지저...
이탈리아 기록유산 복원 전문가인 마리아 레티치아 세바스티아니 전 국립기록유산보존복원연구소(ICPAL) 소장이 최근 주이탈리아 한국문화원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
[국악신문 정수현 전문기자}=지난 9일에서 10일,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의 기획 공연 ‘긴산조 협주곡’이 펼쳐졌다. 이태백류 아쟁산조와 원장현류 대금산조 전바탕이 협주곡으로 초연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