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04 (화)
편집고문 사진작가 정범태(鄭範泰)
편집진용의 확립은 신문사 사세의 안정과 방향성의 확정을 보여준다. 지난 회에서 살폈듯이 편집국장 직제를 두고 지면 혁신을 하는 등의 변화는 40호 발행을 전후로부터 이뤄졌다고 하였다. 이를 입증하는 하나의 아이템(Item)이 제40호부터 역대 국악인들의 활동상을 담은 <명인> 연재이다. 제100호 까지 연재하고, 이어 <정범태의 사진으로 보는 명인명창 이야기>로 개재한 장기 기획물이다. 이의 집필은 편집고문 정범태(1928~2019) 사진작가이다.
선생은 1928년 평북 선천군에서 태어났다. 일본 오사카 쇼센 전문학교를 중퇴했다. 중국 톈진에서 해방을 맞았다. 1945년 해방이 되어 귀국해 당시 외삼촌이 쓰던 일제 카메라 ‘웰미’를 만진 것이 사진에 입문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때문에 한국전쟁 중 사진담당 군속으로 근무하며 전장을 누비게 되었다. 1956년에는 본격적인 사진작가로서 활동하기 위해 조선일보 사진기자로 입사하여 한국일보, 세계일보의 사진기자로 69세인 1997년까지 40여년간 현장을 기록했다. "셔터를 누를 힘이 있는 한 정년이란 있을 수 없다"와 "사진은 자체가 기사이므로 독립성이 있어야한다.”는 지론을 견지하며 작업했다.
이 지론과 열정은 1960년대 4.19와 5.16 등 격동기 서민 삶에 대한 테마와 기록성을 바탕으로 한 리얼리즘사진의 대표적인 작품을 남겼고, 1962년 4월에는 한국일보 필화사건으로 경기고등군법회의에서 2년형을 받아 복역하기도 했다.
작품 중 대표작으로는 ‘생과 사’, ‘열쇠장수’, ‘말과 마부’, ‘고물상과 노인’, ‘결정적 순간’ 등이다. 또한 1958년 미국 ‘US카메라’, 일본 ‘아사히카메라’, 영국 ‘런던타임스’, 스웨덴 ‘포토’ 그리고 1959년 11월 프랑스에서 개최된 제3회 파리비엔날레에서 입상하였다.
1962년에는 일본 세계사진년감, 1993년과 1995년 한국기자상, 96년에는 한국사진기자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한국의 명창명인전’(문예원), ‘한국의 명무’(한국일보사), ‘춤과 그 사람’(전10권, 열화당),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전통 예인 백 사람’(이규원 공저, 현암사), ‘한국명인·명창전’(문예원), ‘명인·명창’(깊은샘) 등이 있으며, 사진집으로 ‘정범태 사진집 1950-2000’(눈빛)이 있다.
이 중에 민속춤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초점을 맞춘 작가이다. 선생이 춤에 대해 빠지게 된 것은 지리산 빨치산토벌대에 종군하면서라고 전해진다. 예향 남원에 자리 잡고 종군하다가 우리 춤의 정신에 빠져든 것이다.
선생은 실존적 상황 앞에 놓인 하층민의 삶을 주로 기록했다. 허무나 비애가 아닌 건강한 활기와 의지의 분위기를 포착하였다. 인간 내면의 마음을 암시적으로 드러내고자 했는데, 곧 한국 리얼리즘 사진의 역사를 쓴 것이다. 기록과 예술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사진에는 언제나 진한 휴머니즘이 바탕을 이루고 있다. 이상과 같은 활동에 대한 평가를 받아 2005년 화관문화훈장을 서훈했다.
국악과 민속춤과의 인연은 1946년부터 1955년까지 우리나라 1세대 명창명인들과 교류하며 국악을 접하고 1990년대 들어 국악계 대표 인물들의 생애와 활동을 전신사진을 곁들여 정리하기 시작했다. 바로 국악신문 표3면을 장식하는 것으로 부터다. 또한 "음악·춤·소리·인물 자료들은 우리 문화를 아끼는 슬기로운 이들에게 값있는 양식이 될” 것이라며 자료를 공유하는 ‘풍류방’을 신문사를 통해 운영하기도 하였다.
이 연재는 2001년 '韓國의 名唱名人傳'에 재수록 되었다. 이 책은 중고제 명창 김창용을 시작으로 서도소리 유지숙 명창까지 "원형에 가까운 분들” 85명을 수록했다. ‘머리말’에서 이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보석들’이라며 경의를 표하였다.
"오랜 세월 슬픔과 기쁨을 한 몸에 보듬은 채 우리 것을 향한 열정과 사랑으로 메마른 이 땅의 한을 풀고 흥을 심어 이를 지키며 갈고 닦아온 움직이는 보석들이다.”
이 같이 국악인들을 존경과 따뜻함으로 기록한 정범태 선생은 1996년부터 10여년간 고문과 집필자로서 함께했다. 이는 우리 국악의 위상 정립은 물론 국악신문의 방향설정에 절대적인 기여를 하였다. 역시 국악신문 역사에서 잊을 수 없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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