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02 (일)
‘더 콜라주(The Collage)’는 국악이 서양음악과 만난 콜라보 영상 중에 가장 독창적이고 감동적인 작품이다. 지난 5월8일 전주MBC 얼쑤!우리가락은 한·러 수교 30주년을 기념하여 ‘전주세계소리축제’와 ‘페테르부르크 콘체르토’의 컬래버레이션 무대가 방영 되었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심포니오케스트라와 한국전통음악 협연 영상 컨텐츠로 제작된 것이다.
#화초장타령
‘화초장타령’은 판소리 ‘흥보가’의 한 대목으로, 부자가 된 흥부 집에 놀부가 와서 화초장을 얻어 가지고 가는 길에 부르는 대목이다. 중중모리 장단을 서양악기와 만나 아쟁과 바이올린 을 더하여 편곡한 곡이다. 아쟁산조를 기반으로 하여 중반에 화초장 타령 멜로디가 나온다. 중후반은 바이올린 솔로와 아쟁 솔로가 함께 어우러져 마무리 된다.
시작은 오케스트라 연주와 영상이 펼쳐지면서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배경 영상은 러시아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연주와 러시아의 전경, 한국의 단청과 문고리 등 양국의 풍경을 담고 있다. 영상과 함께 동서양의 소리가 울려 퍼진다. 무대 중앙에 앉은 아쟁 연주자의 소리가 더해지는 순간 절정에 이른다. 흐트러짐 없고 반듯한 선비의 모습의 명인. 서양악기에 아쟁의 소리는 선명하고 돋보인다. 동서양이 마치 하나인 듯 조화롭다. 곧은 절개와 위엄을 지닌 채 그 어떤 것도 개방하고 수용하여 재창조 되는 융화의 미가 잘 드러나는 연주다. 웅장하고 아름다운 연주에 영상미까지 빼어나 여운을 주는 무대였다.
'화초장타령’을 몇 번 되돌려 보았다. 공연장에 가지 않아도 충분히 감동을 주는 연주이다. 수많은 컬래버레이션 영상 중에 ‘더 콜라주’는 단연 압도적이다. 이 영상을 꼭 보길 추천한다.
#엇모리볼레로
우리 춤 중에 가장 고풍스럽고 우아한 태평무와 본고장 러시아의 화려한 발레가 만났다. 음악은 모리스 라벨의 ‘볼레로’ 곡에 엇모리를 기반으로 연주된다. 3박자와 2박자의 반복에 엇모리가 얹어져 동서양의 춤을 볼 수 있는 무대이다. 타악기를 시작으로 저음의 현악기가 더해지고 이어 또 관악기가 합쳐진다. 이때 금박의 붉고 푸른 한복치마가 너울거리며 버선발이 사뿐 거리는데 또 다시 전율이다. 이어 기품 있는 무용수의 모습이 드러난다. 러시아오케스트라 연주에 맞춰 한국무용수는 우리의 춤사위를 선보인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우아한 한복의 자태와 입술을 다물고 미소 짓는 얼굴에는 범접 할 수 없는 기개가 느껴진다. 초반부터 넋을 빼놓는다. 서양의 멜로디에 태평무가 원래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고, 묘한 조합에 또 한 번 감탄했다.
이어 러시아 발레가 등장한다. 버선발이 이렇게 우아하다니. 클로즈업 된 버선발이 보일 때마다 입을 다물지 못했다. "발레는 현란한 발의 움직임과 태평무에서는 발의 버슴새에 주목했다”고 한다. 공감한다.
# A Dream I Never Dreamed
4명의 설장구 명인과 오케스트라의 하모니로 우도농악의 꽃 오채질굿 장단을 모티브로 편곡한 무대이다.
비장하고 장엄한 울림의 오케스트레이션이다. 단원들의 영상을 뒤로하고 네명의 설장구 연주자가 앉아 있다. 이어 플루트와 장구가 함께 하는데 너무 잘 어울렸다. 선율이 매우 아름답다. 한 명씩 장구가 들고나다 4명이 함께 연주를 한다. 이들은 의상도 각기 다르지만 조화롭다. 친숙하고 편안한 장구가 우아하고 품격 있게 돋보인 창조적인 무대다.
#아리랑
오케스트라 아리랑 연주에 세 명의 여류 명창이 구음 시나위를 더한다. 친근하고, 구성지고, 청아하다. 서양의 화음과는 다른 묘미를 준다. 후반부, 태평소가 절정을 이룬다. 우주의 나쁜 기운을 몰아내고 메마른 대지에 생명을 불어 넣은 무대이다.
‘전주세계소리축제’와 ‘페테르부르크 콘체르토’의 ‘더 콜라주’ 공연. 미디어시스템의 장점을 살린 감동적인 무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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