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03 (월)
국악의 위상정립 사업(1)
국악신문 특집부
국악신문 사시(社是)는 다음의 4개 항이다. 첫째 ‘삶의 풍요를 인도하는 정보로 공동체 결속에 기여함’이고, 둘째, ‘놀이문화를 중심으로 한 국악 중흥’이다. 셋째. ‘민속음악 생활화에 기여’이고, 넷째, ‘국악 전승 공동체 지원’이다. 일반적으로 사시는 사주나 창간 동인들에 의해 제정되어 창간사와 함께 공시된다. 곧 그 신문사의 이념으로 창간 이후의 신문사 구성원의 지향정신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이 사시의 실천은 사측의 사업과 기자들의 구체적인 기사로 표현된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 세계화의 시대가 될 것이고, 통일의 시대, 문화주의 시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런 시대적 동향은 우리의 문화예술의 상한을 돌이켜 보게 해서 급기야 우리 문화예술의 당위성을 논의하게 된다. (중략) 고급예술, 전통예술, 대중예술이란 3분법에 근거하여 오로지 서구적 근대 고급예술을 중심으로 보는 현제의 예술교육의 관행을 이번에 설립되는 민속예술대학 에서는 우리 선조들의 삶과 신명을 제대로 계승하기 바란다.”
한 기사 내에서 두 개의 팩트가 병렬되었다. 전자는 3년 후의 새 세기를 문화의 세기로 상찬했다. 그래서 전통예술교육의 전당을 필요로 한다는 전제를 단 것이다. 그리고 후자에서 민속예술대학 건립의 필요성을 주장하였다. 이는 서양음악 중심교육 시스템과 대중예술의 지배적 우위를 타개하기 위해 대책이 필요한데, ‘민속예술대학’(가칭)을 건립해야 한다는 논조이다. 이 같은 기사 방향이 국악신문 구성원만의 인식은 아니겠지만, 이러한 지향성은 국악협회와 민속예술 중심에서 근거한 것이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국악신문은 1996년을 ‘국악의 위상정립과 대중화 방안을 수립하는 해’로 삼아 제1차 사업을 전개했다. 그것은 국악인의 위상을 정립하기 위해 사적 자료와 그 가치를 제시하고 이를 교육 자료화 한다는 방침이다. 그래서 역대 인간문화재와 작고 명인의 인물사진과 관련사진을 수집하였다.
제50호에 <명인명창 선생님들의 사진을 구합니다>라는 사고를 낸 것이다. "초중고 교사들은 우리 명창 선생님들의 사진과 전통문화 사진은 찾기가 어렵다고들 합니다. 따라서 국악신문사는 국악의 위상정립과 국악의 대중화 교육을 위해 사진 보급에 앞장서고자 합니다.”라고 하였다. 매우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이유를 제시한 것이다.
그런데 제50호에는 이 사업의 추진이 매우 다각도로 추진하였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고가 있다. 보도사진 작가로 명성이 높은 정범태(鄭範泰/1928~1019) 선생이 운영하는 ‘풍류방’에 대해 안내하고 있다. 광고 문안에는 전통예술과 문화를 담은 사진자료를 갖추고 있는 곳이라며 "음악·춤·소리·인물 자료들은 우리 문화를 아끼는 슬기로운 이들에게 값있는 양식이 될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풍류방’을 통해서도 교육 자료화 하는 통로를 운영한 것이다.
정범태 선생은 이 시기 판권난에 고문(顧問)으로 되어있고, 표3에 <명인·명창>을 연재 중이었다. 이 코너는 명인의 대형 사진과 해설로 전면을 할애했다. 제50호에는 <판소리 흥보가 명창 장원중선(張月中仙/1925~1998)>을 게재했다.
이는 이 시기 국악신문이 역대 한국 민속음악 명인·명창의 존재 가치를 통해 한국전통문화사의 주역들임을 제시하려고 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 이것이 국악의 위상정립 첩경임을 인식한 결과이다. 대개의 신문사는 <자료실>을 별도로 운영한다. 기자들의 취재 보조를 위한 것이다.
그런데 국악신문은 국악교육 현장의 교재를 위해 지면을 통해 제공했고, 외부 전문가의 소장자료까지 활용하였던 것이다. 당시 전문 정보를 정기 매체에서 이 정도의 지면을 할애한 것은 국악신문만의 실적이다. 이 결과는 오늘의 빅 데이터(Big Date)시대에 주목해야 할 실적이다. 데이터는 자본이나 노동력과 거의 동등한 레벨의 새로운 원자재 역할을 한다. 이 기사의 데이터 활용 가치는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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