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03 (월)
지난달 24일 홍대 앞 클럽 벨로주.
싱어송라이터 김사월이 관객 대신 카메라 앞에 섰다. 숨겨진 음악을 조명해온 '네이버 온스테이지'가 '클럽 온에어' 후원 라이브 공연을 통해 그녀의 무대를 실시간 생중계했다.
올해 13주년이 된 벨로주는 홍대 앞 공연계의 성지로 통한다. 포크와 재즈를 비롯 소외된 장르를 고급스럽게 청취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이다. 온라인 공연의 선명한 색감을 통해 벨로주 특유의 현장 분위기가 화면을 통해서도 그대로 전달됐다.
인디 음악계 온라인 공연이 진화하고 있다. 그간 온라인 콘서트에서 보기 힘든 영상의 질과 음질, 카메라 연출이 돋보인다.
온라인 공연은 계속되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인디업계에서도 어쩔 수 없는 대안이 됐다. 이미 강력한 팬덤을 보유한 아이돌 그룹의 온라인 콘서트 수익모델은 점차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그간 아이돌 팬덤과 차이가 나는 소규모 레이블 인디신의 독자적인 온라인 유료 공연은 현실적으로 녹록치 않았다. 웬만한 완성도를 위해서는 만만치 않은 제작비가 들기 때문이다.
인디 마니아들이 좋아하는 공연장인 벨로주와 롤링홀에서 촬영한 네이버 온스테이지 '클럽 온에어'는 대안을 보여줬다. 공연장 분위기와 이곳에 어울리는 뮤지션들의 라인업을 내세워, 음악 팬들이 이들 공연장에서 경험한 순간들의 향수를 자극했다.
벨로주 무대에는 '포크 퀸' 김사월 외에 포크와 재즈 기반의 김제형, 집시 재즈 밴드 더스키80(Dusky80)가 올랐다. 기분 좋은 시끌벅적 공연이 주로 열렸던 롤링홀에선 지난달 18일 설(SURL)과 맥거핀, 불고기디스코가 공연했다.
부산 출신으로 점차 세계에서 주목 받는 인디록 밴드 '세이수미'도 자신들의 고향인 공연장 세 곳인 OL'55, 오방가르드, 베이스먼트에서 온라인 공연인 버추얼 투어 '더 타임 인 비트윈(The Time In Between)'을 촬영했다.
지난달 13일과 이달 3일 각각 송출됐고 오는 24일 밴드캠프 라이브를 통해서도 선보인다. 각 날짜는 한국, 북미, 유럽 시간에 맞춘 것으로 해외 팬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공연장이 인상적이라는 후기가 많았는데, 로컬 자체가 글로벌 경쟁력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한 사례다.
2012년 결성된 세이수미는 2019년 인디밴드라면 누구나 선망하는 미국의 KEXP 라이브(Live)에 한국 아티스트 최초로 출연하는 등 부상 중이다.
페스티벌 온라인 중계도 현지 분위기를 그대로 살린 축제가 인기다.
지난달 20일~22일 일본 니가타현 유자와 나에바 리조트에서 성료한 '2021 후지 록 페스티벌'이 예다. 코로나19 가운데로 관객을 받은 이 축제는 유튜브 계정을 통해 무료 중계도 병행했다. 코로나19 여파로 해외 뮤지션 대신 현지 뮤지션들이 무대에 올랐다. 인기 밴드 '래드윔프스'와 '킹 누', 대세 가수 아오바 이치코 등이 공연했다.
무엇보다 한국 음악 마니아들에게도 여러 추억을 남긴 나에바 리조트 분위기를 그대로 전달해 호평을 받았다. 화려한 기술을 앞세우기보다 무대 위의 밴드, 음악에 취한 잔디밭의 관객들을 왜곡하지 않고 보여줬다.
오는 10월 9~10일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하는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역시 360도 가상현실(VR) 중계 등을 사용하지만, 무엇보다 공연 현장 분위기를 살리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콘서트업계 관계자는 "콘서트의 매력은 무엇보다 생생한 현장감이다. 그것은 음악에 기반한다. 아이돌 온라인 콘서트 경우 화려한 기술과 채팅 등을 통해 팬덤으로 소비한다면, 인디 음악은 그 음악 자체가 전부일 수 있다. 음악과 공연장 분위기를 그대로 전달하는 인디 뮤지션들의 온라인 공연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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