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03 (월)
"'노트르담 드 파리'의 안무는 단순히 무대를 장식하거나 채우는 요소가 아닙니다. 강렬한 감정을 끌어내 공연을 뒷받침하는 기능을 하죠."
집시의 자유로운 영혼을 표현하는 현대무용부터 무대에 매달린 거대한 종을 흔드는 곡예,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브레이킹 댄서들의 헤드스핀까지.
1998년 초연한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가 오랜 시간 관객의 사랑을 받는 이유 중 하나는 발레, 현대무용, 브레이킹 등 여러 장르로 이루어진 안무다.
장면 분위기에 맞게 등장하는 다채로운 춤은 관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는 동시에 시적인 가사를 전달하는 역할까지 한다.
초연부터 작품의 안무가를 맡고 있는 마르티노 뮐러는 작품에 등장하는 춤이 관객과의 소통에서 핵심적인 기능을 담당한다고 말한다.
뮐러는 9일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춤은 작품과 관객이 글자 없이 소통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수단"이라며 "현대무용을 기반으로 한 안무는 이야기를 설명하고, 지탱하고,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흉측한 외모를 지닌 노트르담 대성당의 종지기 콰지모도와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의 사랑을 중심으로 인간의 욕망과 위선 등을 드러낸 작품이다.
15세기 파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현대무용과 브레이킹 등 시대를 뛰어넘은 동작으로 안무를 구성한 점이 특징이다. 뮐러는 더욱 다양한 관객에게 다가가기 위한 의도를 가지고 현대무용 기반의 안무를 구상했다고 한다.
그는 "현대무용을 기반으로 모든 관객이 이해할 수 있는 동작을 창작하는 것이 과제였다"며 "그러면서도 (무언가를 따라 하는 듯한) 키치한 인상을 피하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뮐러는 여기에 무용수들의 연속 회전과 공중제비를 비롯한 곡예를 더해 작품의 에너지를 극대화했다.
콰지모도가 성당의 종을 울리며 에스메랄다를 향한 마음을 표현하는 노래 '성당의 종들'은 곡예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장면에서 무용수들은 무대에 매달린 대형 종을 좌우로 크게 흔드는 곡예를 선보이며 주인공의 감정을 뒷받침한다.
"거대한 종을 흔드는 곡예 동작은 자유를 상징하고, 무용수들의 독특한 움직임은 콰지모도의 순수한 영혼을 표현해줍니다. '성당의 종들'은 주인공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는 점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기도 합니다."
스위스 출신인 뮐러는 발레와 현대무용 분야를 중심으로 활동한 무용수이자 안무가였다. 그는 1992년 본격적인 안무가 활동을 시작해 프랑스 리옹 오페라 발레단, 네덜란드 댄스 시어터 등과 작업해왔다.
뮤지컬과 접점이 없었던 그는 26년 전 '노트르담 드 파리'로 난생처음 뮤지컬 안무 제작에 도전했다. 작품의 프로듀서인 샤를 타라의 섭외 제안이 들어왔을 때 순수한 호기심만으로 뮤지컬 창작에 뛰어들었다.
당시를 회상한 뮐러는 자신이 뮤지컬에 도전한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기존 작품과 차별화된 안무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뮐러는 "뮤지컬 안무 제작은 미지의 세계로 뛰어드는 일이었다"며 "그렇기 때문에 현대무용을 바탕으로 획기적인 안무 스타일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공연이 25년 넘게 이어지며 작품을 발전시킬 수 있었던 것도 행운"이라고 돌아봤다.
'노트르담 드 파리'의 무용수들이 가수들처럼 큰 박수와 환호를 받을 때 뮐러는 안무가로서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그는 "실력 있는 무용수, 곡예사와 브레이커가 무대에서 쏟아내는 예술성과 헌신은 공연에 생명을 불어넣는 요소"라며 "그들의 퍼포먼스는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준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 공연을 관람할 때면 무용수들의 뛰어난 퍼포먼스와 배우들의 독보적인 가창력에 감명받는다고 한다. 이번 시즌도 뛰어난 배우들과 함께할 수 있어 기쁘다는 그는 한국 팬들의 응원을 부탁했다.
"작품을 향한 한국 팬들의 열정을 영광스럽게 생각해요. 팬들의 관심과 사랑은 모든 공연에 최선을 다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원동력입니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다음 달 24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계속된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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