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29 (수)
"연주 때마다 손톱을 정리해줘야 해요. 소리와 직결되거든요."
지난 30일 서울 동작구 뮤직앤아트컴퍼니 스튜디오에서 만난 클래식 기타 연주자 박규희(39)는 손톱을 사포에 문지르며 이같이 말했다. 기타리스트에게 손톱 손질은 인터뷰에 앞서 짧은 연주를 들려줄 때조차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일이라고 했다.
박규희는 다음 달 2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연주회에 협연자로 무대에 서게 됐다. 원래는 영국에서 활동하는 기타리스트 밀로시 카라다글리치의 협연이 예정된 공연이지만, 밀로시가 낙상사고로 다치면서 협연자가 급하게 교체됐다.
공연을 닷새 앞둔 지난 28일 협연 요청을 받았다는 박규희는 "사실 1년 전쯤에도 제안받았던 공연"이라며 "이후 소식이 없다가 다시 저에게 돌아온 공연이어서 인연을 느꼈다"고 웃었다.
협연 작품은 스페인 작곡가 로드리고의 '아랑후에스 기타 협주곡'이다. 기타 협주곡 가운데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스페인의 청량함과 딸을 유산으로 잃었던 작곡가의 생사에 대한 감정 등이 담겨있는 곡이라고 박규희는 설명했다.
박규희는 "마침 지난해 11월에 일본에서 이 곡을 공연한 적이 있어 협연을 할 수 있다고 했다"며 "그래도 단 며칠 만에 (곡에 대한 감을) 끌어올려야 해서 밤낮으로 급하게 연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립심포니의 풍부한 사운드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고, 소리가 작은 악기인 기타가 이를 뚫고 나올 수 있을지 염려되면서도 기대된다"고 공연에 대한 설렘을 내비쳤다.
박규희는 최근 일본 공연을 포함해 지금까지 30번 정도 이 곡을 공연장에서 연주했지만, 과거 연주를 망쳤던 트라우마로 무대에 서기 전 진정제를 먹는다고 했다.
그는 "제 커리어에서 최악의 순간과 영광의 순간을 같이 한 곡"이라고 했다.
박규희는 "최악의 순간은 2011년 일본 교토교향악단 데뷔 무대"라며 "당시에는 곡에 대한 경험이 없다 보니 너무 많이 긴장했고, 혼자 연습할 때와 오케스트라와 합을 맞출 때가 달라 연주를 망쳤다"고 떠올렸다.
"제가 나오고 들어가야 할 타이밍도 어긋나고, 템포도 감을 못 잡았죠. 교토에 큰 강이 있었는데 뛰어들고 싶을 정도로 창피했어요."
박규희는 영광의 순간으로는 교토교향악단 공연 이후 일본에서 가진 도쿄메트로폴리탄심포니, NHK교향악단과의 협연 무대를 꼽았다.
"워낙 유명한 곡이지만, 기교적으로 어려워서 기타리스트들이 벌벌 떠는 곡이에요. 한 선배는 이 곡을 연주할 때마다 새벽기도를 한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연주를 하면 어려운 부분이 다가올 때마다 여전히 긴장해요."
박규희는 클래식 음악계에서 '비주류'로 여겨지는 클래식 기타의 매력을 전파해온 연주자기도 하다.
기타를 취미로 배우던 엄마를 따라다니면서 세 살 때 처음 기타를 잡았고, 다섯 살부터 10여년간 국어 교사 출신인 기타리스트 리여석의 집에 살다시피 하며 한글과 기타를 함께 배웠다. 어린 시절부터 기타와 함께 성장한 만큼 기타리스트가 되는 걸 당연하다고 여겼다고 한다.
일본 도쿄 음대와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를 거친 박규희는 2008년 벨기에 프렝탕 기타 콩쿠르에서 여성 최초, 아시아인 최초 우승자로 국제 무대의 주목을 받았고, 2012년 스페인 알람브라 기타 콩쿠르에서 1위와 청중상을 석권하며 실력을 입증했다. 현재는 한국과 일본, 유럽 등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박규희는 "클래식 기타를 가요의 반주 악기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 서러움이 있다"며 "기타를 메고 택시를 타면 '저도 옛날에 밴드 했어요'라고 통기타로 생각하시거나, '노래하세요?'라며 싱어송라이터로 여기는 분들이 많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클래식 기타는 르네상스에는 '류트'라는 악기로 있었고, 모양만 바뀌었을 뿐 항상 존재해 왔다"며 "클래식 기타를 아는 분들이 많아져서 '기타'라고 했을 때 클래식 기타를 떠올려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박규희는 클래식 기타의 매력으로 '소박함'을 꼽았다.
쇠줄을 쓰는 통기타와 달리 나일론 줄을 쓰는 클래식 기타는 가까이에서는 소리가 작게 들리지만, 멀리까지 소리가 뻗어나가는 특징이 있다고 했다. 또 피크를 쓰는 통기타와 달리 오로지 손톱과 살로 연주해야 해서 연주자마다 소리가 달라진다고 한다.
"클래식 기타는 소박하고 따뜻해요. 꾸며내는 소리가 아니죠. 옆에서 치고 있어도 대화에 방해가 안 될 정도로 공기 같기도 하고요. 아직도 개발되지 않는 주법들도 많아서 무한한 가능성도 있어요. 최근에는 아이유를 비롯해 대중가수들도 클래식 기타를 반주로 쓰고 싶어 한다고 들었어요."
박규희는 한국에서 클래식 기타 연주자들이 많아졌으면 한다는 희망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팬데믹 기간에는 온라인 플랫폼에 기타를 잡는 자세같이 기본적인 클래식 기타 연주법을 설명한 강의 영상을 30강 정도 올리기도 했다.
박규희는 "아직 한국에서는 클래식 기타 교육 체계가 깊지 않아 시행착오를 많이 겪는다"며 "죽기 전에 클래식 기타 교본을 만들어서 어떻게 해야 손에 병이 안 나고 좋은 연주자가 될 수 있는지 알리고 싶다"고 야심 찬 포부를 밝혔다.
"기타의 역사처럼 '가늘고 길게' 가는 연주자가 되고 싶어요. '빵' 뜨지 않아도 '박규희는 항상 어디선가 좋은 연주를 하고 있구나'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좋겠어요.".(연합뉴스)
김율희 (강태홍류 산조춤 보존회 회장) 김율희 이사장은 부산에서 태어나 전통춤 4대 가업을 잇는 무용가다. 조부 김동민과 고모 ...
정선아리랑을 쓰다. 한얼 이종선, (2024, 문양에 먹, 34× 34cm) 담뱃불로 벗을 삼고 등잔불로 님을 삼아 님아 님아...
명가의 조건, 남원 몽심재(夢心齋) 우리는 무엇을 명가(名家)라 하며 명문(名門)이라 이르는가 지리산 골골이 짙은 숲들을 지나 남원 견두산 자락 단아한 고택서 죽산박씨 종...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이규진(편고재 주인) 분청덤벙이라고 하면 이제 고흥 운대리는 보성 도촌리를 뛰어넘어 확실하게 지평을 넓힌 듯한 느낌이다. 일제감점기 시...
현역 최고령 무용가인 김매자 창무예술원 이사장이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포스트극장에서 열린 '세계 무용사'출판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5...
국립국악원 민속악단의 정기공연 '일노래, 삶의 노래' 공연 장면. (사진=국립국악원 ) 2024.05.22. 소박하고 향토적인 ...
세븐틴 일본 닛산 스타디움 콘서트 (사진=위버스 라이브 캡처) "오늘 저희가 (데뷔) 9주년인데, 이렇게 큰 공연장에서 전 세...
임영웅 콘서트 '아임 히어로 - 더 스타디움' (사진=물고기뮤직) 2024.05.26. "이깟 날씨쯤이야 우리를 막을 수 없죠....
5월 8일부터 18일까지, 서울남산국악당에서 2024 남산소리극축제 ‘여설뎐(女說傳)- 싸우는 여자들의 소리’가 펼쳐졌다. 이 공연에서는 여성이 주체가 되어 극을 주도하는 ...
가수 김연자 (사진=초이크리에이티브랩) "오로지 노래가 좋아 달려온 50년입니다. 여러분의 응원과 사랑에 힘입어 힘든 순간도 다...
2년 전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서울연희대전'이란 이름의 한 공연이 있었다. 제1회 '장구대전'이란 부제가 붙어있고, 입장권 전석이 판매 되어 화제가 되었다. 무대에서 오직 '장...
[국악신문 정수현 전문기자]=나무 그늘이 우거진 5월의 한복판, 양재동의 한 공원에서 곧 있을 해금플러스 25주년 기념 공연 준비에 한창인 해금연주자 강은일 교수님을 만났다. 지저...
이탈리아 기록유산 복원 전문가인 마리아 레티치아 세바스티아니 전 국립기록유산보존복원연구소(ICPAL) 소장이 최근 주이탈리아 한국문화원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
[국악신문 정수현 전문기자}=지난 9일에서 10일,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의 기획 공연 ‘긴산조 협주곡’이 펼쳐졌다. 이태백류 아쟁산조와 원장현류 대금산조 전바탕이 협주곡으로 초연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