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01 (토)
안녕하세요. 저는 러시아연방 사할린주 코르사코프시에 사는 오석만입니다. KBS한민족체험수기 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은 것은 정말 생각지도 않았던 영광입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1962년 사할린에서 태어나서 아직 한국에 한번도 가본 적이 없습니다. 2015년 한러통역사를 모집하기 위한 교육 연수를 받았습니다. 이후 언젠가는 한국에 가기 위해서 러시아에서 유일하게 한국어로 발행되는 새고려신문을 보면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2020년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사할린한국교육원에 입학을 했습니다. 거기에서 사할린한국교육원장 빅토르 리(이병일) 원장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수업을 마치면 원장님이 매일 조금씩 일기부터 써보라고 격려해 주셨습니다.
그러나 한국어를 말하는 것보다 글로 표현하는 것은 너무나 어렵습니다.
한국어를 배우던 여러가지 경험들을 써보라고 해서 한국어로 조금 써 보았습니다. 그런데 긴 글을 쓰기 너무 어려워서 하소연을 했더니, 일단 러시아말로 그냥 써보라고 하여 한국어를 쓰다가 모르는 단어는 러시아어로 써놓았습니다. 그리고 시간 나는대로 번역을 해서 공부를 했습니다.
제일 먼저 쓰고 싶은 것은 어머니와 아버지에 대한 기억, 형제들에 대한 기억, 한국어를 배우던 경험 등에 대해 정리를 해나갔습니다.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신 이야기에서부터 사할린 한인 2세의 디아스포라가 담긴 가족사와 사할린 한인의 일상 생활에 관한 이야기도 담아서 썼습니다.
"어머니는 이봉춘이며 1924년 4월 7일생, 고향은 충청북도 월산이라는 곳인데, 지금 그 지명을 찾으면 나오지 않아서 더 알아보고 있습니다. 사할린에서 부모를 잃은 엄마와 남동생(저의 외삼촌)은 일찍 고아가 되셨고, 5살 때부터 엄마는 3살인 남동생과 함께 남의 집살이를 시작했습니다. 엄마는 추운 냇물에서 큰 솥이나 냄비를 씻었고, 남은 시간에는 주인의 아이들을 돌보았습니다. 그렇게 엄마와 외삼촌은 매우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엄마는 10살의 어린 나이에 일찍 시집을 갔는데, 주인집 어른이 소개하는 청년으로부터 난생 처음 이쁜 고무신을 선물 받고 너무 기뻐서 결혼하기로 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벌목장에서 일하시던 아버지는 오원덕이며 1913년 경상북도에서 태어났는데 정확한 지명과 생일을 아직 몰라 문서를 찾고 있습니다."(체험수기에서)
그리고 용기를 내어 나갔던 2020년 10월 한국어말하기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은 내용을 되살려서, 체험수기를 써보았습니다. 우리 가족사를 소개하고 한국어를 배워서 사할린 한인들과 한국을 이어주는, 나아가서 한국과 러시아의 문화교류에서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응모를 했을텐데 저의 가족사 이야기를 우수상으로 뽑아 주셔서 KBS한민족 방송에 감사드립니다.
특히 저에게 용기를 주시면서 자신의 기억을 자꾸 적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가족사를 기록으로 남기라고 하고, 또 한국으로 나가는 항공편이 없어서 저 대신 상도 대신 받아주신 이병일 원장님, 상패를 사할린으로 운반해 주시는 배빅토리아 새고려신문 대표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지난 번 수상식날 12월 1일에 부모님과 나의 모국인 '한국'의 KBS에 가보고 싶었으나, 여권을 바꾼 지가 너무 오래되어 새 여권을 늦게 받았고, 비행기 직항이 없어서 오고 가는 비용이 너무 비싸서 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언젠가 아버지와 어머니가 사셨다던 충청북도 고향 월산에 꼭 가보고 싶습니다. 아버지의 형제들을 만나서 아버지의 이야기를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그래서 잃어버린 아버지의 생일을 찾아드리고 싶습니다.
이 세상 모든 것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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