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03 (월)
영송당 조순자(78세) 명인을 말할 때, ‘가곡’을 빼놓지 않을 수 없다. ‘가곡’은 시조시에 곡을 붙여 관현악 반주에 맞추어 부르는 전통 성악곡으로 1969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으며 2010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세계적으로도 그 역사성과 예술성을 인정받은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곡’은 판소리나 민요에 비해 대중에게 익숙하지 않다. 이러한 척박한 환경에서, 명인은 지금까지 그 맥을 꿋꿋하게 이어온 ‘살아있는 가곡의 역사’ 그 자체이다.
1944년 서울에서 출생한 조순자 (국가무형문화재 '가곡' 예능보유자)명인은 1959년 중앙방송국(현KBS) 국악연구생 2기생으로 국악에 첫발을 디뎠다(15세). 이주환(가곡, 가사, 시조), 김천홍(정재(呈才, 고려·조선시대 궁중·지방관아 악가무의 종합예술), 민속무)등을 사사했으며, 1962년 국립국악원 연구원으로 옮겼다.
1964년, 명인은 국립국악원의 일본 공연에 참가하는 등 뛰어난 재능으로 예인으로서 인정받기 시작했으며, 1968년 인화여고에서 국악을 지도하며 교육자로서의 길을 걷기도 했다. 1970년 결혼과 함께 남편과 함께 경남 창원으로 이주하여, 국악인으로서 제2의 삶을 시작했다.
1974년부터 경남대, 창원대, 경북대, 부산대, 등에서 강사, 국내·외의 주요 국악공연에 참여, 국악경연대회 심사위원으로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참여했던 주요 공연은 ‘국립국악원 제19회 무형문화제 정기공연’(1981), ‘대한민국 국악제’(1981, 1986, 1990), 국립국악원 제239회 무형문화재공연 ‘조순자 여창가곡독창회-셋째바탕 복원발표’(국립국악원 우면당, 1998), 국립국악원 기획공연 ‘명사, 명인을 만나다’(국립국악원, 2009) 등 수십 회에 걸친다.
또한 마산MBC(현 경남MBC) 개국 초기부터 국악프로그램에 게스트 및 진행자로 출연하면서 지역의 국악 전파에도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
1989년 명인은 여창가곡 첫째바탕 15곡이 담긴 3장의 LP음반을 발매했다.(신나라레코드) 이후 1998년, 이미 녹음한 첫째바탕을 포함하여 둘째바탕, 셋째바탕 30곡을 추가·정리하여 녹음한 음반 ‘조순자 여창가곡 전집-첫째바탕, 둘째바탕, 셋째바탕’(신나라뮤직, CD6장)을 발표했다. 이 앨범들은 조순자 명인과 가곡을 대중에게 알리는 것은 물론, 명인이 국악인으로서 입지를 다지는 계기가 되었다.
2006년에는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전수관’을 설립하여 ‘가곡의 전승 및 보전’이라는 그 취지를 실현해 갔다. 국악공연은 물론 이수자 발표, 전수자 및 일반인 대상 국악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오며, 지역을 중심으로 한 가곡의 전파는 물론, 가곡과 국악이 이후 세대로 이어질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또한 가곡 전용 연주장 ‘영송헌’과 21세기 풍류방 ‘지음실’ 등의 시설을 갖추어가며 가곡의 전승을 실천하기 위한 내실을 다져왔다.
특히, 이곳은 어린이에서 성인, 전문가·일반인 모두 참여하고 국악을 부르고 즐길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무료로 운영하고 있으며, 상설 공연 ‘목요풍류’를 비롯하여 기악 독주와 합주, 창작 국악극 등 수준 높은 연주로 구성된 다양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평생에 걸쳐 가곡과 국악에 헌신하고 노력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가로부터 화관문화훈장(2016)을 수여 받았으며, 그밖에 제32회 한국방송대상 국악인상(2005), 제41회 경상남도 문화상(2002), KBS국악대상(1985, 1989) 등을 수상했다. 또한 신동엽 시인의 명성여고 야간반 국어교사 재직 시절 제자(1961년, 당시 고등학교 3학년)였던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다음 주(11월 22일) 조선일보 방일영 국악상 수상이 예정되어 있어 명인의 평생에 걸친 노고에 의미를 더하며, 국악계의 관심과 축하가 이어질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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