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04 (화)
지난 회에서 가곡과 시조의 차이를 이야기하였다. 가곡은 5장 형식, 시조는 3장 형식으로 구성되었다고 설명하였다. 현재 불려지는 전통가곡의 효시는 고려가요인 ‘정과정’이라는 곡이라고 학계에서는 주장한다. ‘정과정’은 향가 계열로서 고려시대를 거쳐 조선시대로 계승되어진 대표적인 고려가요이다.
원래 평민들에 의해 불려졌던 ‘정과정’과 같은 고려가요는 한글이 창제되고 악학궤범이 만들어지면서 궁중음악으로 편입하게 된다. 그러면서 세종이 창안한 정간보의 악보에 고려가요들이 실리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조의 효시는 무엇일까? 국악학계나 국문학계에서는 대체로 백제가요인 ‘정읍사’를 시조의 효시로 보고 있다. ‘정읍사’는 3장 6구로 구성되어 전형적인 시조 형식을 갖추고 있다. 백제가요인 ‘정읍사’는 백제 시대 이후 고려가요의 시대를 거치면서 조선조 초까지 약 1000년 가까이 전라북도 일대를 중심으로 불려졌다.
이렇게 백제시대부터 평민들에 의해 불려졌던 ‘정읍사’도 악학궤범이 창제되면서 궁중음악으로 편입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전통 가곡은 ‘정과정’ 곡이 원류이고, 시조는 ‘정읍사’가 그 원류라고 할 수 있다. ‘정읍사’의 선율은 향악(鄕樂) 곡의 하나인 현재의 ‘수제천’에서 그 편린(片鱗)을 찾을 수 있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참조)
필자는, 악학궤범과 관련한, 이와 같은 일련의 역사적 과정을 음악 문화적 혁명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그것은 우리 음악문화에 대한 가치와 역사를 획기적으로 바꿔놓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고려시대까지 평민들에 의해 불려졌던 속요(俗謠) 즉 민속음악이 세종대왕이 창안한 악학궤범에 수록됨으로써 음악문화적으로 평가 받고 그 문화적 품격을 존중받았던 것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악학궤범에 고려속요(가요)를 포함시킨 것은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정신의 발로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평가하는 이유는, 평민들에 의해 구전(口傳)되던 음악과 예술이 악학궤범에 수록되어 악보화 ‧ 도식화(圖式化) 되는 순간부터 그 음악과 예술은 ‘과학’이 된다. 그렇게 음악적 틀이 만들어지고 음악 예술적 형식이 갖춰지게 되는 것이다. 그야말로 ‘악학궤범’은 예술과학이다라고 말할 수 있다.
악학궤범의 내용에 대한 이야기는 ‘국악의 날 지정’에 관련한 이야기와 함께 다음에 다시 하기로 하겠다.
오늘은 지난 회에서 언급한 "시용향악보”의 ‘오음약보’에서 나타난 기본음(궁宮음)을 중심으로 위 쪽의 음 높이는 [上一, 上二, 上三, 上四, 上五], 아래쪽의 음높이는 [下一, 下二, 下三, 下四, 下五]의 방식으로 표기하는 음의 높낮이를 악보를 통해서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아래와 같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오음약보’의 음높이를 오선보의 계이름과 함께 국악 음이름을 비교해 보았다.
아래의 ① 임종궁 평조, ② 임종궁 계면조라는 용어는 무시하고 음높이만 비교하기 바란다.
※ 참고
① ‘임종궁 평조’란, ‘임(林鍾)’ 음이 기본음(궁宮)이고, ‘평조’라는 의미는 ‘솔’ 음이 기본음(궁)이라는 뜻.
② ‘임종궁 계면조’란, ‘임(林鍾)’ 음이 기본음(궁宮)이고, ‘계면조’라는 의미는 ‘라’ 음이 기본음(궁)이라는 뜻.
<오선보 계이름 ‧ 국악 음이름 ‧ 오음약보 음이름 비교>
① 임종궁 평조
위의 악보를 살펴보면, ① ’임종궁 평조’에서 [下五 = 㑣 = 솔], 또는 [下四 = 㑲 = 라] 등과 같이 악보의 세 음의 이름은 각각 달라도 같은 음이고, ② ’임종궁 계면조’에서도 [下五 = 㑣 = 라], 또는 [下四 = 㒇= 도] 등과 같이 악보의 세 음의 이름은 각각 달라도 같은 음인 것을 알 수 있다.
위의 악보를 바탕으로, 다음 회에서는 ‘오음약보’의 上一, 上二, ~ ~ 등의 음정 옆에 장고반주인 고(鼓), 요(搖), 편(鞭), 쌍(雙)의 글자가 나타나 있고, 박(拍)이라는 글자가 보이는데, 이에 대한 설명을 이어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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