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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 시 : 2003년 6월 3일(화) 오후 7시 30분
● 장 소 : 국립국악원 우면당
이번 공연에서는 이문원 선생에게서 묵계월 선생으로 전승되는 짝타령, 등왕각서, 적벽부를 더듬어 재현하여 첫선을 보이게 되었고, 한양천신굿 중에 뒷전거리 맹인굿을 무대에 올린다.
2부에서는 조선의 어느 때 청의 군사에 맞서 싸워야 했던 힘없는 나라의 백성에 대한 애환이 깃들어 있는 소리극 ‘여정’을 연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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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소리는 종류가 다양하고 수준 또한 높기 때문에 진짜 경기명창이 되기 위해서는 해야할 소리 공부가 엄청나게 많다. 간단한 민요 몇 곡을 부를 줄 알면서 좌창에 해당하는 ‘긴 잡가’를 못 부른 다든지 ‘휘모리 잡가’나 ‘산타령’을 못 부른다면 진정한 경기 명창이라 할 수 없다. 그 외에도 ‘송서’나 ‘시창’ 심지어 ‘고사소리(비나리)’는 물론이요 ‘독경’이나 ‘대감놀이’를 비롯한 굿소리도 경기소리의 대상이다. 이처럼 다양한 경기 소리를 다 익힌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옛날에도 각 명칭들은 자기 장기가 있어서 이중 몇 가지를 잘 부르는 것으로 행세를 했었다. 그러나 진짜 경기소리에 인생을 걸고 노력하는 명창이라면 이런 여러 가지 소리를 다 배울 욕심을 가지고 도전해 보는 것이 당연하다고 본다.
유창은 그런 면에서 장래가 촉망되는 대단한 경기소리의 큰 제목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명창의 칭호를 얻고 많은 활동을 하고 있지만 그런 것에 만족하지 않고 계속 옛것을 찾아 배우고 새로운 공연물을 기획하여 무대에 올리는 등 정말 남 다른 노력과 열정을 보여주고 있기에 기대를 하는 것이다. 과거 경기소리의 큰 사범들은 대부분 남자 명창들이었다. 남자 명창이 ‘12잡가’도 가르치고 ‘산타령’도 가르치고 ‘휘모리잡가’도 가르치고 ‘송서’등도 가르쳤다. 그런데 지금은 ‘산타령’만 남자 명창들을 기?예능 보유자로 지정했기 때문에 ‘12잡가’는 여자들만 부르는 소리인 줄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진짜 경기소리의 큰 사범이 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장르의 경기소리를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 유창은 그 동안 묵계월 선생님을 사사하여 ‘송서’중의 하나인 <삼설기>를 발표한 바 있고 음반과 책을 내기도 하였다. 그런데 이번 발표회에서는 소동파 글 <적벽부>와 왕발의 글 <등왕각서>와 <짝타령>을 새로 배워서 발표한다고 한다. 옛날 한문을 많이 읽던 시절에는 '송서‘가 크게 유행했었지만 지금은 거의 부르는 사람이 없었는데 유창이 이처럼 여러 편을 복원하여 새로 보급할 수 있게 되었으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모르겠다.
유창은 이번 발표회에서 12잡가도 부르고 ‘독경’에 해당하는 <맹인굿>도 레퍼토리로 개발하여 부른다. <맹인굿>은 남도창의 판소리처럼 혼자서 극적인 이야기를 경기소리로 풀어내는 공연물이어서 기대를 갖게 한다. 그리고 제2부에서는 경기창을 활용한 소리극 <여정>을 기획, 제작하여 직접 주연을 맡아 무대에 올리게 되는데 이러한 시도는 앞으로 매우 중요한 새로운 공연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이어서 역시 기대를 한다. 유창이 이처럼 옛것을 복원하고 새것을 개발하여 무대에 올리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고 이러한 노력은 앞으로 크게 인정받을 만한 일이어서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런 발표회에 관심을 가져 주었으면 하고 함께 격려해 주었으면 한다.
2003년 6월 23일.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 교수, 철학박사 최종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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