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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한류 이야기 41박상진(철학박사, 동국대학교 한국음악과 명예교수, 前 한국동양예술학회 회장) 이번 회에서는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 이야기를 하려고 했으나, 교육부의 제 8차 교육과정 개정 작업 중 음악과(科) 교육 과정에 있어서 지속 가능한 한류와의 관련성, 즉 국악교육에 대해 살펴보면서 여러분과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중앙일보 기사 등 인용 및 참조) 올해 말 확정 · 고시 예정인 ‘2022 개정 음악과 교육과정 시안’에서 국악이 전면 배제되면서 국악계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 전국국악교육자협의회는 "졸속 개정 작업을 즉각 중단하라”며 규탄 성명을 발표했고, 한국국악협회 등 100여개 관련 단체가 이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판소리를 전공한 트로트 가수 송가인도 청계천 광장에서 치러진 교육부를 규탄하는 자리에 나와서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반발 분위기에 가세했다. 전국국악교육자협의회에 따르면, 교육부가 2022년 4월 중순 공개한 ‘2022 개정 음악과 교육과정 시안’의 ‘성취 기준’ 항목에 국악 관련 내용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핵심이다. 교육 목표를 의미하는 ‘성취 기준’은 학교 수업 · 평가와 교과서 편찬의 가이드라인이 된다. 이에 따라 현행 음악과 교육과정에서는 총 6개 항목의 국악 관련 내용이 ‘성취 기준’으로 명시돼 있기 때문에 현행 초중고 음악 교과서에서 국악이 차지하는 비중은 30~40% 정도가 되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제 8차 음악과교육과정 개정 작업 중 국악이 송두리째 빠져버린 ‘교육과정 시안’은 어떻게 나오게 된 걸까. 국악계는 교육부가 시안 개발 연구에 앞서 2021년인 지난해에 진행한 기초 연구 과정에서부터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한다. 연구진 2명이 모두 서양음악 전공자인 탓에 국악 교육을 후퇴시키는 편향적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부산교대 교수인 정은경 한국국악교육연구학회장은 "기초 연구 보고서를 보면 장단과 리듬, 한배와 빠르기의 용어를 일원화하자고 제안하고 있다”며 "국악의 장단엔 리듬뿐 아니라 속도의 의미가 있고 한배는 단순한 빠르기가 아닌 길이의 의미를 포함하는 개념인데, 이를 모르는 국악 문외한의 주장”이라고 잘라 말한다. 이렇게 국악 교육 체계가 흔들리는 근본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국악계는 교사 양성 과정을 문제점으로 꼽고 있다. 전국교대국악전공교수협의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등 교사를 양성하는 전국의 교육대학에서 국악 관련 필수과목 수업 시수는 서울교대 1시간, 부산교대 1.5시간, 청주교대 2시간 등 평균 2.11시간에 불과하다. 4년 동안 주 2시간 정도 국악 수업을 한 학기만 들으면 된다는 의미가 된다. 중등 교사 양성 기관인 사범대의 경우 국악 교육의 실태는 더욱 열악하다. 음악교육과에 국악 전공 전임교수가 있는 학교는 교원대와 공주대, 단 두 곳밖에 없다. 이렇게 국악을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채 공교육 현장으로 나온 교사들이 또 서양음악 위주의 수업을 하면서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 학교 음악 교육은 시작부터 서양음악 중심이었다. 최근 시가 200억원 상당의 땅을 문화재청에 기증해 화제가 된 국가무형문화재 가야금 산조 및 병창 보유자 이영희 명인은 국악 교육을 학교에서 정상적으로 받지 못했다. 중학생 때인 1951년 퇴기(退妓) 김향초에게 춤을 배우면서 그의 가야금 연주하는 모습에 매료되었고, 이후 농사꾼 풍류객인 이덕열을 찾아가 가야금 · 단소 · 양금 등을 익혔다. 그 당시 국악 공부는 정규 학교가 아닌 누군가의 집 한쪽에서 이뤄졌다. 이렇게 인간문화재급 국악 명인들이 훗날 "학교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괄시받고 서러운 세상을 살았다”고 회한을 털어놓는 배경이다. 60여 년 전 박헌봉, 박귀희 등 국악인들은 후진들에게 그 서러움을 주지 않기 위해 십시일반 돈을 모아 민속음악 위주의 학교를 직접 만들었다. 그것이 1960년 개교한 국악예술학교(현 국립전통예술중고등학교)이다. 이렇게 공교육의 틀 안에서 이루어지는 국악 교육은 국악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출 뿐만 아니라, 서양음악과 전통음악 관련 기본 음악적 소양을 교육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허선형 경기 산본고등학교 교사는 안양 신기중학교 재직 시절 전교생에게 가야금과 해금을 가르쳤던 경험을 들려주며 "학교에서 가르치는 순간 보편적 악기가 된다. 한 학기 만에 국악의 오음계 ‘중임무황태’에 익숙해졌고 모두 진도아리랑을 연주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K팝이 세계 음악시장에서 부상하면서 국악의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2022년 3월에 퓨전 그룹 킹덤이 발표한 ‘승천’은 종묘제례악과 K팝을 접목한 ‘크로스오버 국악’으로 아마존 뮤직 ‘베스트셀러 디지털 송’ 차트(1위)와 빌보드 ‘월드 디지털 송 세일즈’ 차트(6위) 등에 이름을 올렸다. 국악이 단순한 옛 전통이 아닌 동시대적 가치가 큰 문화자산임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그 뿐만이 아니라, '박상진의 한류 이야기'에서는 일찍이 싸이의 ‘강남 스타일’은 국악의 휘모리장단으로, 소녀시대의 ‘I Got A Boy’ 는 동살풀이장단으로 작곡되어졌다고 규명한 적이 있다. 전통음악이 K-POP 등 한류음악의 원형자산임을 잊지 말아야 하는 이유이다. 교육부는 교육 과정 개정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국악이라는 용어를 드러내지 않고 좀 더 포괄성을 높여 일반적인 용어로 표기했을 뿐 여전히 국악은 살아있다”면서 "향후 시안 개발 2차 연구와 공개 토론회 등을 통해 학계 및 현장 교원의 의견을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일견 그럴듯해 보이는 말이지만, 모데라토와 중모리장단은 보통빠르기로서 같은 의미로도 사용한다. 그러나 중모리장단에는 빠르기와 장단, 그 안의 리듬이 중모리장단(3/4박자, 4마디로 구성되어 한 장단을 이룸)만이 갖는 독특한 리듬이 포함되어 있다. 빠르기만의 의미인 모데라토와는 전혀 다른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국악 용어를 숨기고 포괄적인 서양음악 용어로는 전혀 설명이 되지 않는 이유이다. 형식은 내용을 지배한다고 하지 않는가. 최근, K-푸드, K-팝, K-드라마, K-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류 붐이 일지만 유독 ‘교육’은 먼 나라 얘기처럼 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계인들이 한글을 배우려 하고 한국문화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는 당연히 K-컬처가 그 동기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 되었다. 교육부는 그동안의 7차까지 교육과정 개정을 거듭하며 국악교육이 남긴 결과를 8차 교육과정 개정에서 깡그리 뒤집는 우(憂)를 범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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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한류 이야기 40박상진(철학박사, 동국대학교 한국음악과 명예교수, 前 한국동양예술학회 회장) 이 글은 한류의 원형을 쫓아 그 때로 돌아가서 나를 체험하는 것이자, 끝임 없이 변해가는 나의 아이덴티티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고정불변의 과거가 아니라 창조라는 키워드로써 아직도 팔딱거리는 생각들에 대한 꿈틀대는 현재의 이야기를 담는 것이다. '박상진의 한류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필자 자신의 끊임없는 내면의 갈등과 싸우면서 자유롭게 풀어가고자 한다.”라고 말하였다.(이어령 글 참조) 최근 들어 많은 K-컬처의 성과와 관련한 소식들이 전해온다. 이것은 끝없이 창조적 사고를 멈추지 않는 국민적 결실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글은 우리 국민이 갖고 있는 창조력의 비밀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그 여정의 글은 내 주장을 강조하는 계몽적인 글이 아니다. 흑과 백이 공존해야 하고, 선과 악이 서로의 주장으로 의견이 팽배했으면 좋겠다. 필자는 독자들의 다양한 의견들을 듣고 싶다. 내 얘기에 공감도 하고 비판도 하면서 자기만의 논리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한류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지구상의 70억 인구 중에 나처럼 생각하는 이는 나 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모든 사람은 각자 자기대로 고유의 생각을 하고 그 생각은 소중하다고 본다. 그 생각의 행위는 곧 각자의 아이덴티티가 되고 그것이 주위에 확산되어 문화가 되며 시간이 흐르면 전통문화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이런 과정의 역사 속에서 무수한 기억들이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고 사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또 다른 기억들은 세포 속에 깊숙이 박혀서 우리 삶의 흔적으로 기억되고 삶의 영역으로 자리 잡으면서 긴 역사가 될 때 전통문화가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렇게 형성된 우리의 전통문화는 K-컬처의 원형자산이 되어 세계인들을 들썩이게 하고 있는 토대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토대에서 갖춰진 ‘흥과 끼’를 우리는 소위 국민성이라고 말하고 정체성이라고도 말한다. 이러한 정체성이 형성되기까지 우리는 끝없는 이항대립(二項對立)의 과정을 겪으며 오늘에 이르렀다. 이항대립의 사전적 의미는 "의견이나 처지, 속성 따위가 서로 반대되거나 모순되는 두 가지가 이룬 짝”이다. 흑과 백이 공존하고 선과 악의 서로 다른 주장을 극복한 포용적 문화를 상징하는 용어인 것이다. 이항대립의 과정은 ‘사고(思考) 과정의 사고(思考)’ 또는 ‘창조 과정의 사고’에서 빚어진 우리 ‘내면의 이력서’이다. 이항대립은 철학자 들뢰즈와 가타리(Gattari, F.)가 제시한 관계 맺기의 한 유형이다. 관계 맺기의 전제는 현실 관계의 이면을 이루는 것, 즉 흑과 백, 선과 악을 이루는 대상들이 자유롭고 유동적인 접속이 가능한 잠재성이 뒷받침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창조와 파괴가 뒤따른다. 창조하려면 파괴하고, 파괴는 반드시 창조가 따르는 것이다. 그러나 창조와 파괴는 동전의 양면으로서 서로의 인과(因果)를 인정하고 서로를 포용하려고 노력한다. 우리 국민들은 "아이구 좋아서 죽겠다”고 한다. 이와 같이 모순어법 쓰기를 즐겨한다. 극과 극의 표현을 통해서 자기 감정을 가감 없이 표현하고 모두를 포용하려고 하는 국민성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창조와 파괴는 두 톱니바퀴처럼 물려 있듯이 늘 붙어 다니지만 동시에 작용할 순 없다. 늘 시간차를 두고 나타난다. 그 순서는 파괴가 먼저이다. 새로운 것을 창조하려면 기존의 것을 파괴해야 한다. 그것을 ‘창조적 파괴’라고 한다. 우리나라 역사는 조용한 나라라고 불릴 만큼 변화와 개혁이 없는 듯이 보이지만, 인습의 벽에 갇힌 폐습들을 백성들의 시대의식으로 풀어냈고, 일제 강점기 등 권위주의에 매몰된 기성사회의 병폐를 국민들의 수준 높은 문화적 저항의식으로 풀어냈다. 요즈음 젊은 세대들의 개인화, 탈정치화, 탈이념화가 기성세대와 또 다른 갈등으로 보여지고 있는데, 진보와 보수의 이항대립을 넘어선 새로운 젊은이들의 현상으로 이해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성세대를 넘어선 새로운 젊은 세대의 창조는 새로운 국가 브랜드를 창조하는 것이며, 미래 일류국가를 향한 마음으로 격려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그 젊은이들이 작금의 새로운 한류를 창조하고 있지 않는가. '박상진의 한류 이야기'를 연재한 지 40회를 맞이하면서 그동안의 소회를 표현해 보았다. 다음에는 블랙 핑크와 방탄소년단(BTS)의 이야기를 계속하고자 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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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한류 이야기 39박상진(철학박사, 동국대학교 한국음악과 명예교수, 前 한국동양예술학회 회장)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 연휴, 미국 시간으로 12일에 우리 국민들은 새로운 한류 소식을 듣고 기뻐했다. '오징어게임'의 에미상 수상 소식을 공유하고자 한다. 외신에서는 수상 소식을 전하면서 "K-드라마의 새로운 역사"라는 반응을 나타냈다.(뉴시스, 연합뉴스 참조 및 인용) 12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마이크로소프트 시어터에서 열린 제74회 프라임타임 에미상(74th Primetime Emmy Awards) 시상식에서 오징어게임이 비영어권 드라마 최초로 '방송계 오스카'로 꼽히는 에미상에서 2관왕을 차지했다. 그리고, 한국 드라마 최초로 최우수 드라마 시리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이정재), 남우조연상(박해수·오영수), 여우조연상(정호연) 등 6개 부문 7개 후보에 올랐고, 이 중에서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것이다. 그리고 올해 프라임타임 에미상에서 남우주연상과 감독상 2관왕을 차지한 것은 물론, 프라임타임 크리에이티브 아트 에미상(2022 Primetime Creative Arts Emmy Awards)에서 여우단역 상, 스턴트 퍼포먼스 상, 시각효과 상, 프로덕션디자인 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하며, 총 6관왕에 오른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13일자 기사에서 오징어게임의 이번 수상을 "K-드라마의 새로운 역사"라고 표현하며 "한국인들은 문화 강국이 된 한국을 보여주는 최신 사례라며 이번 수상을 축하했다"라고 보도했다. 또한 오징어게임에 나오는 녹색과 분홍색의 극 중 의상, 얼굴을 가리는 검은색 마스크 등이 큰 인기를 끌어 핼러윈 의상 광풍을 일으켰다고도 전했다. 오징어게임에 관해 뉴욕타임스는 "극단으로 치닫는 불평등 사회와 도덕적 파산에 대한 그 쇼(<오징어 게임>)의 담담한 논평은 전 세계인이 공감할 '빈부 격차'의 좌절감을 건드렸고, 한국 밖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라고 평가하였다. 그러면서 "이 쇼(<오징어 게임>)의 성공은 불평등과 경제적 투쟁을 주제로 한 한국 콘텐츠를 향해 세계적인 찬사가 나온 최신 사례"라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는 "한국은 최근 몇 년 동안 큰 인기를 끈 TV 쇼, 비평가들로부터 좋은 평을 받은 영화를 포함해, 방탄소년단(BTS)과 같은 K팝 밴드를 통해 전 세계 관객들을 사로잡으며 엔터테인먼트 강국으로 자리매김 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뉴욕포스트는 "오징어게임이 최초의 비영어 수상작이 되면서 74년 역사의 에미상에서 엄청난 승자가 됐다”고 평가하였다. 또한, 미국 방송사 CNN은 같은 날 이정재의 남우주연상, 황동혁 감독의 감독상 수상 소식을 전하며 "오징어게임의 에미상 수상으로 많은 한국인이 자부심을 공유했다"라고 보도했다. 특히 이정재의 남우주연상 수상을 두고는, 브라이언 콕스('석세션'), 밥 오덴커크('베터 콜 사울'), 제레미 스트롱('석세션'), 아담 스콧('세브란스: 단절'), 제이슨 베이트먼('오자크') 등 다른 후보를 "압도했다"라고 보도하였다. 최근의 한류인 K-컬처의 성과는 눈부시다. 2020년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 지난해 그룹 방탄소년단의 빌보드 ·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 수상에 이어 '오징어 게임'까지 에미상을 수상하면서 K콘텐츠가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장르별 상을 휩쓸며 주요상 수상 퍼즐을 완성하게 된 것이다. 에미상 감독상을 수상한 황동혁 감독은 시상식에서 "에미상 14개 후보에 오른 뒤 사람들은 내가 역사를 만들었다고 했다. 그런데 나 혼자 만든 역사가 아니다. 우리 모두가 함께 이 역사를 만든 것”이라고 말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이정재는 영어로 짧게 소감을 밝힌 뒤 우리말로 "대한민국에서 보고 계실 국민 여러분과 기쁨을 나누겠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간담회에서도 "언어가 다르다는 것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성기훈’(이정재 배역)의 수상으로 증명됐다”고 힘주어 말했다. '도가니', '남한산성' 등의 각본을 쓰고 연출한 황동혁 감독의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은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많은 사람들이 참가한다. 이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작품이다. 올해 6월 <오징어 게임> 시즌 2의 제작을 확정 발표하였다. 한편, 미국의 유명 작가 미나 해리스는 13일 자신의 트위터에 "O Yeong-su cutting it UP(오영수가 무대를 찢었다)"며 35초 분량의 영상 한 편을 올렸다. 영상에는 이날 제74회 에미상 시상식 직후 열린 애프터 파티에서 참석자들에 둘러싸인 오영수가 현란한 춤 실력을 뽐내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동안 각종 인터뷰 등을 통해 점잖은 모습만 보여줬던 오영수는 영상에서 78세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꺾기 댄스를 곁들인 화려한 퍼포먼스로 반전 매력을 선보였다. 오영수의 현란한 춤에 환호와 박수가 터졌고, 휴대폰으로 이 순간을 기억하려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이 영상은 SNS를 통해 전 세계로 퍼져 나갔고 오영수는 연기 외에 춤으로 글로벌 팬들을 또 한번 사로잡았던 것이다. 세계 각국의 누리꾼들은 "깐부 할아버지의 대변신” "대반전” "합성인 줄 알았다” "핵인싸 등극” "역시 배우는 아무나 하는 게 아냐” "무대를 찢어버렸네” "‘오겜’ is 뭔들” 등 폭발적인 반응을 보냈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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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한류 이야기 38박상진(철학박사, 동국대학교 한국음악과 명예교수, 前 한국동양예술학회 회장) 지난 회에 이어서 한국인 최초로 세계 최고의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교수의 이야기를 이어가겠다. 지난 회에서"수학은 학생들이 생각의 힘을 기를 수 있는 가장 의미 있는 교과목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 학생들에게는 가장 외면 받는 존재가 되었다”라며 거기에 얽힌 여러 가지 문제점과 의미들을 짚어 보았다. 이번 회에서는 수학과 예술, 인문학의 관련성에 대해 탐색해 보고자 한다.(조선일보, SBS 등 보도기사 참조 및 인용) 허준이 교수는 며칠 전 서울대학교 2022학년도 여름 졸업식에서 축사를 하였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라. 편안하고 안전한 길을 거부하라. 타협하지 말고 자신의 진짜 꿈을 좇아라. 모두 좋은 조언이고 사회의 입장에서는 특히나 유용한 말입니다만, 개인의 입장은 다를 수 있음을 여러분은 이미 고민해 봤습니다. 제로섬 상대평가의 몇 가지 퉁명스러운 기준을 따른다면, 일부만이 예외적으로 성공할 것입니다. 여러 변덕스러운 우연이, 지쳐버린 타인이, 그리고 누구보다 자신이 자신에게 모질게 굴 수 있으니 마음 단단히 먹기 바랍니다.” 타인과 다르다는 나의 가치를 인정하고, 상대평가의 기준에 자신을 모질게 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언급을 한 것으로 보인다. "나는 커서 어떻게 살까, 오래된 질문을 오늘부터의 매일이 대답해 줍니다. 취업, 창업, 결혼, 육아, 교육, 승진, 은퇴, 노후 준비를 거쳐 어디 병원의 그럴듯한 1인실에서 사망하기 위한 준비에 정신 팔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무례와 혐오와 경쟁과 분열과 비교와 나태와 허무의 달콤함에 길 들지 말길, 의미와 무의미의 온갖 폭력을 이겨내고 하루하루를 온전히 경험하길, 그 끝에서 오래 기다리고 있는 낯선 나를 아무 아쉬움 없이 맞이하길 바랍니다.” "수학은 무 모순이 용납하는 어떤 정의도 허락합니다. 수학자들 주요 업무가 그 중 무엇을 쓸지 선택하는 것인데, 언어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가능한 여러 가지 약속 중 무엇이 가장 아름다운 구조를 끌어내는 지가 그 가치의 잣대가 됩니다. 오늘같이 특별한 날 특별한 곳에서 특별한 사람들과 함께하니 들뜬 마음에 모든 시도가 소중해 보입니다. ~” 시인을 꿈꾸던 수학자다운 말 같지만, 수학과 무 모순에 대해 언뜻 연결이 잘 되지 않는다. 그리고 언어를 말한다. 이에 관련하여 허 교수는 다른 인터뷰에서 시와 수학과의 관계에 대해서, "알고 보면 공통점이 많아요. 시는 어떻게 보면 모순적인 표현 양식입니다. 표현하기 어려운 것을 언어로 소통하려는 시도니까요. 그래서 시적 모호성이 생기죠. 수학은 땅으로 끌어내리기 어려운 추상적 개념을 수와 논리로 표현해 공유하는 거고요. 둘 다 대상을 고도로 함축해 강력한 상징을 만들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허 교수는 입시와 연관된 수학교육에 대해 또다시 아쉬움을 나타낸다. "처음엔 수학이 재미있었지만, 입시와 연관돼 있어 수학의 기쁨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중3 때 경시 대회 나가볼까, 과학고 가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 선생님께 말씀드렸더니 ‘지금 시작하기엔 너무 늦었다’고 하시더군요. ‘나는 수학 못하는 아이’라고 생각해 버리게 됐어요. 수학자가 된 지금 돌이켜 보면 말이 안 되는 얘기예요. 한국 사람들은 ‘뭘 하기에 늦었다’는 말을 너무 많이, 가혹하게 해요. 타인에게도, 자신에게도. 어떤 일이라도 시작하기에 늦은 일은 없지 않을까요?” 수학자인 허 교수의 자녀에 대한 수학 교육은 어떨까. "저희 애는 수학에 영 관심이 없어요. 대신 K팝 천재 같아요. 드럼 비트 한 번만 들어도 BTS 노래인지, 블랙핑크 노래인지 다 맞힌다니까요!”, 그러나 허 교수는 아이의 수학교육에 대해서는 아이가 수학문제를 내게 해서 허 교수가 답을 풀어주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허준이 교수에겐 예술가의 피가 흐른다. 한국 근대 조각의 거장 권진규(1922~1973)의 조카 손자이다. 어린 시절 집 안 구석구석 권진규의 테라코타 조각상이 있었단다. "밤에 화장실 다녀올 때마다 너무 무서웠던 기억이 나요. 집안 어른들이 유명 조각가라고 해서 그런 줄로만 알았는데 제가 좀 컸을 때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다는 얘기를 해주셨어요. 막연하게 어른이 되면 사는 게 그만큼 힘들 수도 있구나 생각했죠.” 뉴호라이즌 상을 수상했을 때 허 교수는 "수학자의 내적 동기는 예술가의 그것과 같다”고 말하였다. 실제로 옥스퍼드 대 수학과 교수이면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쓴 루이스 캐럴처럼 예술과 수학을 병행한 사람도 꽤 있다고 한다. 허준이 교수의 스승인 일본인 히로나카 헤이스케 하버드대 명예 교수도 한 때는 피아니스트를 꿈꿨다고 한다. 이에 따라 허 교수는, "기질적으로 비슷한 지점이 있어요. 둘 다 추상적 대상을 공유하면서 소통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해요. 내가 굉장히 애써서 어떤 아름다움을 간신히 봤는데 나만 아는 게 아니라 너한테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랄까요?”라고 말했다. 시와 관련한 허준이 교수의 요즘 근황에 대해서는, "쓰지는 않지만 많이 읽습니다. 최근엔 시인 데이비드 화이트의 작품을 즐겨 읽어요. 그의 산문 '위로'는 특히 강추!”한다고 말하면서 "언어를 굉장히 정교하게 사용해 곱씹으며 읽는 즐거움이 있어요.”라고 말했다. 인문학적 소양에 대한 허 교수의 견해는, "수학은 인문학이라고 생각합니다. 천문학, 물리학 등은 자연이 만든 대상을 연구하는데 수학은 사람이 만들어 낸 걸 연구해요. 그런 면에서 철학, 인문학과 오히려 결이 비슷하죠.”라고 말했다. 따라서 수학은 큰 범주 안에서의 예술이며 융합적 사고의 산물이라고 정리하면 어떨까. ※ 위 내용은 외부 필진의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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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한류 이야기 37박상진(철학박사, 동국대학교 한국음악과 명예교수, 前 한국동양예술학회 회장) 지난 회에 이어서 한국인 최초로 세계 최고의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교수의 이야기를 이어가겠다. 지난 회에서는 허준이 교수와 우리 교육체계와 관련한 각 계의 의견을 들어보는 시간을 갖었다. 이번 회와 다음 회에서는 허준이 교수 관련한 마지막 이야기로서 지난 회에서 제시한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해서 2회에 걸쳐서 정리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한세희 과학전문기자, 김도연 칼럼, 수학동아 등 보도기사 참조 및 인용) 최근에 초등학생 2229명에게 수학과 관련한 설문 조사를 하였는데, 거기에 참여한 학생 중 36.5%는 "수학이 너무 어려워 공부를 포기했다”고 응답했다. 이 비율은 중학생(2755명 조사)에서 46.2%, 고교생(2735명 조사)에서 59.7%로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그 폭이 증가하였다. 그동안 수학 과목이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꾸준히 있어왔고 ‘수포자’ 문제도 사회문제로 떠올랐지만 구체적인 수치로 현황이 나타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학생들은 수학을 포기한 가장 큰 이유로 ‘수학 내용이 어렵다’는 점을 꼽았다. 그 다음은 ‘배워야 할 양이 너무 많다’ ‘진도가 너무 빠르다’ ‘선생님 설명이 어렵다’ 등의 답변이 나왔다. 그렇다면 수학은 도대체 무엇인가, 무엇이길 래 우리 학생들에게 외면 받는 존재가 되고 말았는가, 수학은 외면 받을 수밖에 없는 존재인가? 수학은 자연과 인간 세계의 모든 현상을 정밀한 체계 속에서 가장 간결하게 설명하는 학문이다. 피타고라스는 "수(數)가 만물의 근원”이라고 간파했다. 인류가 하나, 둘, 셋을 개념화 하고 이를 1, 2, 3이라는 기호로 나타내기까지 얼마나 긴 시간이 필요했을까. 그리고 더 나아가 예를 들어 ‘1+1=2’라는 수식들은 인류 문명의 모태가 됐다. 지혜의 결정(結晶)이다. 누구나 학창 시절 때 배우는 피타고라스의 정리, 즉 직각삼각형에서 세 변의 길이가 갖는 관계인 ‘a²+b²=c²’도 세상을 뒤바꾼 방정식이다. 수학자 피타고라스가 2500여 년 전에 오로지 스스로의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증명한 것이다. 어린 아기에게 있어서 세상사는 모든 것이 신기한 일일 것이다. 궁금증을 풀기 위해 손을 움직여 만져 보고 심지어 혀로 핥아 보기도 하지만, 보통은 성장하면서 그런 호기심은 모두 잊어버리고 만다. 그러나 수학자들은 이를 간직하며 성장한 사람들이다. 당시에는 별로 쓸모도 없었을 것들에 대한 정리를 위해 피타고라스는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했을까. 그리고 현대사회에서의 피타고라스 정리가 지닌 유용성은 그야말로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으로 지상의 거리를 알아낼 때 그의 정리는 필수적이다. 이처럼 수학은 문명 발전에 기여한다. 그러나 다른 어느 자연과학보다도 그 실제적 영향을 체감하기까지는 긴 세월이 필요하다. 허 교수의 연구 업적도 미래에는 인류의 삶을 지배할 수 있을 것이다. 수학은 학생들이 생각의 힘을 기를 수 있는 가장 의미 있는 교과목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 학생들에게는 가장 외면 받는 존재가 되고 말았다. 학생들에게 있어서의 수학은 쓸데없는 암기와 지루한 반복학습이 요구되는 짜증나는 과목이 되었다. 급기야 수학을 완전히 포기해 버렸다는 의미의 ‘수포자’라는 단어가 국어사전에 오를 정도가 된 것이다. 최근의 한 설문 조사대로, 고등학생 세 명 중 한 명은 스스로를 수포자라 이야기할 만큼 우리의 참담한 현실이 되었다. 수학을 이용하는 명징(明徵)한 사고력은 자연 현상만이 아니라 사회를 이해하는 데에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20세기 가장 빼어난 경제학자 중의 한 사람으로 거시경제학을 정립한 존 케인스는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했는데, 그의 대표 저서 중 하나는 ‘확률론’이다. 우리 고등학교 수학 교과 과정에도 포함돼 있는 확률과 통계는 실생활과 가장 연관이 깊은데, 수능에도 자주 출제되는 만큼 학생들에게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수포자라면 다섯 개 답안 중 하나를 찍어 정답을 맞히는 20%의 확률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그런 행운이 몇 개 성공하면 학생들은 이를 수능 대박이라 부른다. 또한, 확률론에 있어서 2012년 호암상을 수상한 옥스퍼드대 수학과 김민형 교수는, 확률적 사고, 혹은 수학적 사고를 통하면 주어진 사회적 현상이나 문제에 대해 편견 없는 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지능이 상당히 높은 젊은 여자(남자) 대부분은 자기보다 훨씬 열등한 남자(여자)를 선택해 결혼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사람들은 지니고 있는 편견에 따라 다양한 답을 제시하지만, 사실 그 정답은 단순한 확률에 있다. 즉, 지능이 상당히 높은 배우자보다 그 배우자가 열등할 것은 확률적으로 당연하다는 사실이다. 이번에 필즈상을 받은 허 교수는, "수학 연구는 스스로 즐거워서 하는 일이다. 자신의 편견과 한계를 이해하고 이를 돌파하는 과정이다. 인간이 얼마나 깊게 생각할 수 있고 또 얼마나 타인과 정확하게 소통할 수 있는지를 알고 싶다”라던 그의 수상 소감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허준이 교수는 초등, 중등, 대학으로 이어지는 모든 국내 교육과정에서 그는 부적응자였다. 매 단계마다 한국의 교육 시스템은 그를 밀어냈다고도 볼 수 있고, 그의 재능을 알아보지 못한 재능의 수난기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여러 가지 다양한 분야에서 합리적 사고가 부족하고 서로 소통이 결핍되어 있는 우리 사회에서 허 교수는 어둠을 밝히는 긍정의 등불이 되었다. 그의 필즈상 수상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 좀 더 많은 학생이 수학을 친근하게 여길 수 있도록 교육혁신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다음 회에서는 수학과 예술 ‧ 인문학적 사고와의 관련성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 위 내용은 외부 필진의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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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한류 이야기 36박상진(철학박사, 동국대학교 한국음악과 명예교수, 前 한국동양예술학회 회장) 지난 회에 이어서 한국인 최초로 세계 최고 수학상인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교수의 이야기를 이어가겠다. 지난 회에서는 허준이 교수의 방황했던 학창시절이 주는 의미와 시인을 꿈꾸던 험난한 수학자의 여정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이번 회에서는 허준이 교수와 우리 교육체계와 관련한 각 계의 의견을 들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KBS, SBS, MBC, 연합뉴스, 뉴시스 등 보도기사 참조 및 인용) 수학계에서는 허 교수의 필즈상 수상이 한국 수학계의 위상을 더욱 높였다며 탄성을 자아냈다. 금종해 대한수학회 회장 겸 고등과학원 수학부 교수는 "허 교수 연구의 많은 부분이 고등과학원에서 이루어졌다"며 "허 교수가 수학자 최고 영예인 필즈상을 수상한 것은 올해 2월 1일 국제수학연맹이 한국 수학의 국가등급을 최고등급인 5그룹으로 상향한 데 이은 한국 수학의 쾌거"라고 밝혔다. 국제수학연맹 5그룹 국가는 한국을 비롯해 독일, 러시아, 미국, 브라질, 영국, 이스라엘, 이탈리아, 일본, 중국, 캐나다, 프랑스 등 총 12개국이다. 금종해 교수는 "맹자가 이야기한 군자가 누릴 수 있는 세 가지 즐거움 중 하나가 천하의 영재를 얻어 가르치는 것"이라며 "이 즐거움을 누리게 되어 행복할 따름"이라며 축하의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양성덕 고려대학교 이과대학장(수학과 교수)는 "(한국이) 세계 수학계와 인류 문명의 발전에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다는 것을 전 세계에 당당히 보여준 허준이 교수님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고 축하한다"며 "최근 들어 우리 젊은이들이 여러 분야에서 전 세계적으로 활약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되는데 이번 필즈상 수상은 그 활약이 학문적 분야에서도 이루어지고 있음을 확인시켜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수리과학과 교수이자 기초과학연구원(IBS)에서 조합론을 비롯한 이산수학(離散數學)을 연구하는 엄상일 교수는 "2010년 허준이 교수가 박사과정 1년차에 와서 놀라운 연구발표를 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그 후에도 좋은 연구로 늘 놀라운 연구결과를 만나게 해주어서 고맙다"며 "조합수학과 대수기하학 사이에서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며 새로운 수학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허준이 교수를 응원한다"고 말했다.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수학자로 성장한 것은 천부적 재능과 여러 동인(動因)이 있겠지만, 본인과 주변 지인들이 꼽은 중요한 비결은 심리적 안정감, 자유를 중시한 부모님, 사람들과의 협동심 등이 거론된다. 허 교수는 심리적 안정감의 중요성을 반복적으로 강조했다. 입시 위주의 경쟁적이고 압박감을 조장하는 한국 교육 환경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덕목이다. 그는 여러 인터뷰에서 "부모님이 예측 가능한 일상을 만들어 주셨기에 심리적 안정감을 가졌고 그 덕에 수학처럼 추상적인 기초 학문에 관심을 둘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젊은 수학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연구 환경에 대해서도 안정감과 여유를 강조했다. 허 교수는 제2의 허준이가 나오기 위해 한국 교육에 어떤 점이 보완되어야 하고 바뀌어야 할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젊은 과학자들이 단기적인 목표를 추구하지 않고 마음 편하게 자유롭게 즐거움을 쫓으면서 장기적인 큰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을 만한 여유와 안정감 있는 연구 환경이 제공됐으면 좋겠다"라고 답했다. 자유방임에 가까울 정도로 자유를 중시하는 부모의 교육 방식도 관심을 받고 있다. 최재경 한국 고등과학원 원장은 "허 교수가 고등학교 때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자퇴하겠다고 얘기를 하니까 부모님이 허락했다"면서 "이러한 부모님의 자유 방임주의라고까지 할 수 있는 자유를 중시하는 교육 방식이 결국 허 교수를 성장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의 자유로운 사고와 행동이 연구할 때 아주 많은 도움을 받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허 교수는 특히 시인을 꿈꾸며 고등학교를 자퇴했는데 이런 시에 대한 흥미가 수학 연구와 서로 상승 작용을 일으켰을 것이라고 풀이하기도 했다. 최 원장은 독일의 저명한 수학자 카를 바이어슈트라스(1815.10.31 ~ 1897.2.19)가 "시인이 아닌 수학자는 진정한 수학자가 아니다'라고 한 말을 인용하며 "시는 간결한 언어를 통해 아름다움을, 수학은 논리를 엮어서 아름다움을 만든다"며 "수학자와 시인 사이를 왔다 갔다 한 인물이 허 교수다"라고 평했다. 시의 언어와 수학적 논리로 예술적 아름다움을 강조함으로써 수학은 융합적 사고의 산물이라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보여진다. 최 원장은 또 빠른 시간 내에 많은 문제를 푸는 능력을 측정하는 한국의 수학 시험 방식이 변해야 한다는 점도 환기했다. 이제는 여유 있게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줄 수 있도록 시험 제도를 보강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허 교수는 공동 연구 즉 다른 사람과 함께 협동하는 능력도 자신의 연구 성과의 주요 배경으로 짚었다. 통상 수학자라고 하면 골방에서 혼자 머리를 싸매고 연구하는 모습을 떠올리기 쉬우나 그는 여러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협력을 해왔던 것이다. 허 교수는 "현대 수학에 있어서 공동 연구가 굉장히 활발해졌다"면서 "그 이유는 무엇보다 혼자 하는 것보다도 다른 동료들과 함께 생각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라고 역설했다. 이와 함께 "멀리 갈 수 있고 깊이 들어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면서 "효용성 측면뿐만 아니라 그러한 과정을 거치는 경험이 수학 연구자에게 큰 즐거움을 준다"고 알렸다. 다음 회에서는 허준이 교수와 관련한 마지막 이야기로서 위에서 제시한 문제에 대해 정리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 ※ 위 내용은 외부 필진의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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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한류 이야기 35박상진(철학박사, 동국대학교 한국음악과 명예교수, 前 한국동양예술학회 회장) 지난 회에 이어서 한국인 최초로 세계 최고의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교수의 이야기를 이어가겠다. 허준이 교수의 방황했던 학창시절이 주는 의미와 예술과의 연관성, 그리고 수학자의 길로 들어서게 된 과정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KBS, SBS, MBC, 연합뉴스, 뉴시스 등 보도기사 참조 및 인용) 허 교수는 이날 수상 소감에 대해 "제게 수학은 개인적으로는 저 자신의 편견과 한계를 이해해가는 과정이고, 좀 더 일반적으로는 인간이라는 종이 어떤 방식으로 생각하고 또 얼마나 깊게 생각할 수 있는지 궁금해 하는 일입니다"라고 하면서 "저 스스로 즐거워서 하는 일에 의미 있는 상도 받으니 깊은 감사함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허 교수는 자신이 "한국에서만 교육을 받아본" 국내파라고 소개하면서, "개인적으로 따뜻하고 만족스러운 유년 생활을 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초·중·고교 과정과 대학 학부(서울대 물리천문학과), 대학원 석사과정(서울대 수학과)을 모두 한국에서 마친 후 박사과정을 미국에서 밟았다. 허 교수는 "초·중학교 때 한 반에 40∼50명씩 있는 다양한 친구들과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 좋기도 하고 싫기도 했지만, 그 때만 할 수 있었던 경험은 지금의 저를 성장시키는 자양분이 됐다"고 회상했다. 그는 고교 수학에 대해 "굉장히 재미있어 했고, 열심히 했고, 충분히 잘 했다"고 밝히면서 "(초등학교와 중학교) 학창 시절의 과목 중 하나인 수학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정을 못 붙였지만 게임 퍼즐 등 논리적 사고력을 요하는 종류의 문제에는 자연스럽게 끌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허 교수는 1999년 고교시절에 한국수학교육학회에서 주관한 ‘한국수학경시대회’에 응시한 적이 있는데, 100점 만점에 58점을 받았다. 이 대회에서 상위 10%에 들어가면 본선에 진출하게 되지만 허준이 학생은 성적이 부족해서 예선에서 탈락하게 된다. 이와 같은 상황이 빚어진 이유는, 결국 국내 입시제도 하에서의 교육 방식으로는 허준이 같은 학생의 가능성을 측정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는 결국 등단 시인을 꿈꾸며 고교를 자퇴했다. 가장 좋아하는 작가로는 기형도 시인을 꼽았다. 허 교수는 "어릴 적 가장 열정이 있었던 것은 글쓰기였고 그 중 제일 좋아하는 시를 쓰는 삶을 살고 싶었다”고 말하며 고교시절 방황했던 시절을 회고했다. 그렇다면, 허교수는 어떻게 수학자의 길을 걷게 되었을까? 허 교수는 고교를 자퇴한 후 검정고시를 거쳐 2002년 서울대 자연과학대에 입학하게 되지만, 대부분의 우리 젊은이들이 그렇듯이 허준이 교수도 20대 초반에 진로를 확실히 정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수학자의 길을 걷게 되는 운명적인 허준이의 삶을 맞이하게 되는데, 그 과정을 소개하겠다. 허 교수는 "어렸을 때 수학에 흥미가 있었지만 타고난 글쓰기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어 무엇을 하면 현실적으로 가능하고 적당히 만족하며 살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과학이 재밌어 과학저널리스트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학부를) 그에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물리천문학과에 진학했다"며 "대학교 3, 4학년에 진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면서 학업을 쉬기도 했는데, 우연한 기회에 수학 수업을 들으며 수학의 매력을 처음 느꼈다"고 말했다. 그 우연한 기회는, 서울대에서 마련한 일본인 히로나카 헤이스케(91) 하버드대 명예교수의 수학 강의를 수강한 이후 허준이 교수의 삶은 완전히 바뀌기 시작했다. 1970년 필즈상 수상자의 강의 탓인지 수학 전공자들도 거의 포기할 만큼 어려운 내용이었지만 당시 물리학 전공 학부생인 허 교수는 끝까지 들었다. 허 교수는 "비전공자로서 히로나카 교수가 제시하는 예시 몇 가지만 이해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며 "나중에 혹시 과학 기자가 되면 히로나카 교수를 인터뷰하겠다는 생각도 있었다”고 말할 정도로 이때까지만 해도 수학자의 길은 꿈도 꾸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혼자 식사를 하는 히로나카 교수에게 말을 걸었다고 한다. 이 후 둘은 매일 점심을 같이 먹으며 대수기하학의 특이점 이론에 대해 토론했다. 허 교수는 미국 대학원 박사과정 시절 ‘리드 추측’을 풀어내는 데는 이 때 쌓은 지적 경험이 결정적이었다고 말한다. 허 교수는 "히로나카 교수는 옛 이론을 가르치지 않고 자신이 지금 연구하는 내용을 소개했다”며 "처음으로 누군가가 실제로 수학을 연구하는 모습을 본 것”이라고 말했다. 허 교수는 일본 교토의 히로나카 교수 집에 머물기도 할 만큼 두 사람은 가까워졌다. 이렇게 스승이 된 히로나카 교수의 권유로 허교수는 서울대 대학원 수학과에 진학하면서 수학을 전공하게 된다. 그리고는 후일 히로나카 교수의 추천으로 미 유학길에도 올라 박사과정을 밟게 된다. 수학 난제를 해결할 때도 히로나카 교수의 특이점 연구가 바탕이 되었다고 허 교수는 말한다. 그럴 정도로 멘토로서의 히로나카 교수의 영향력은 허 교수가 수학자의 길을 선택하는데 있어서 절대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이렇듯 허준이 교수의 인생 궤적은 독특하다. 필즈상 수상자의 대부분은 어렸을 때부터 천재성으로 두각을 나타냈다고 한다. 그러나 허 교수는 어렸을 때부터 수학 성적이 신통치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시인이 되겠다고 하며 한 때는 방황하다가 대학원 석사 과정에서 뒤늦게 수학을 전공했기 때문이다. 수학자로서의 길로 들어서기까지 험난한 여정을 엿볼 수 있다. 반면, 예술의 세계와 수학과의 연관성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한다. 다음 회에는 허준이 교수와 우리 교육체계와 관련한 각 계의 의견을 들어보는 시간을 갖겠다. ※ 위 내용은 외부 필진의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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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한류 이야기 34박상진(철학박사, 동국대학교 한국음악과 명예교수, 前 한국동양예술학회 회장) 오늘은 특별한 내용을 소개하려고 한다. 한국인 수학자가 세계 최고의 필즈상을 한국 최초로 수상하였다고 하는데, 필즈상은 어떤 상이며 어떤 공로자에게 주고, 특히 지속 가능한 한류와의 연관성 및 예술과의 공통점은 없는지 살펴보고자 한다.(KBS, SBS, 뉴시스, 연합뉴스 등 보도기사 참조) 지난 7월 6일 각 언론을 통해서 낭보가 보도되었다. 수학계의 노벨상 격인 필즈상을 프린스턴 대 교수 겸 한국고등과학원(KIAS) 수학부 석학교수인 허준이 교수가 수상했다는 것이다. 1936년 제정된 필즈상은 4년마다 수학계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루고 앞으로도 업적을 성취할 것으로 보이는 40세 미만 수학자에게 주어지는 수학 분야 세계 최고의 상으로, 아벨상과 함께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린다. 허 교수는 5일 국제수학연맹(IMU)이 핀란드 헬싱키 알토대학교에서 개최된 시상식에서 필즈상을 수상한 것이다. 필즈상은 캐나다의 저명한 수학자인 존 찰스 필즈의 이름을 따 1936년부터 시상되었다. 수상자에게는 금메달과 함께 1만5000 캐나다 달러(약 1500만원)의 상금을 준다. 허 교수는 수학계의 오랜 난제였던 '리드 추측(Read's conjecture)'과 '로타 추측(Rota Conjecture)' 등을 해결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특히 서로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대수기하학과 조합론의 방법론을 창의적으로 결합해 문제를 해결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허 교수가 지난 2012년 해결한 ‘리드 추측’은 1968년 이후 50여 년 간 전 세계 누구도 풀지 못했던 수학계의 난제로 꼽혀 왔다. 그러나 허 교수는 2012년 박사 과정을 이수하고 있던 미국 대학원 시절 50년 가까이 지구상 누구도 풀지 못한 수학계의 난제였던 '리드 추측'을 해결해 스타로 떠올랐다. 리드 추측은 1968년 영국 수학자 로널드 리드가 제시한 조합론 관련 문제이다. 6년 후에는 이를 확장시킨 또 다른 난제인 '로타 추측'에 이어 '메이슨 추측', '다우링-윌슨 추측' 등 10여개의 난제를 풀었다. 이로 인해 2017년 '블라바트니크 젊은 과학자상', 2019년 '뉴호라이즌상' 등 세계적 권위의 과학상을 휩쓸었다. 그의 이러한 연구 업적들은 수학계는 물론 정보통신, 반도체 설계, 교통, 물류, 기계학습, 통계물리 등 여러 응용 분야의 발달에 기여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허 교수의 연구 업적이 향후 어떻게 활용될지에 대해서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도 50~60년이 지나고 나서 현실에 적용되는 등 허 교수 같은 진짜 중요한 연구 결과들은 오늘 내일 바로 응용되는 게 아니라"면서 "필즈상을 받을 정도의 최상층의 업적은 100년 후 정도를 생각해야 한다"라고 수학계는 설명한다. 이쯤해서 허준이 교수의 학창시절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허준이 교수는 미국에서 태어나 2살 때부터 한국에서 살면서 서울 방일초등학교, 이수중학교, 상문고등학교(중퇴) 등 국내에서 초중고를 나왔다. 이어 검정고시로 서울대에 진학해서 2007년에는 서울대 수리과학부 및 물리천문학부 학사학위를, 2009년에는 같은 학교에서 수학과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의 인생 궤적은 독특하다. 필즈상 수상자 대부분이 어렸을 때부터 천재성으로 두각을 나타낸 것과 달리 허 교수는 어렸을 때 수학 성적이 신통치 않았다고 한다. 초등학교 때 수학 문제집 뒤 페이지에 있는 답지를 베껴 아버지에게 혼난 경험이 있는 등 소위 말하는 '수포자'(수학 포기자)라고 할 정도로 수학에 대한 관심은 적었다는 것이다. 또 자신의 수학적 재능을 몰라 시인, 과학기자 등 다른 진로를 고민하며 방황하기도 했다. 실제 고등학교 때 시인이 되고 싶어 자퇴한 일화는 유명하다. 허 교수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학창 시절 과목 중 하나인 수학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정을 못 붙였지만 게임 퍼즐 등 논리적 사고력을 요하는 종류의 문제에는 자연스럽게 끌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렸을 때 수학에 흥미가 있었지만 가장 열정이 많았던 분야는 글쓰기였고, 그중에서도 시를 쓰는 삶을 살고 싶었다"며 "타고난 글쓰기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어 무엇을 하면 현실적으로 가능하고 적당히 만족하며 살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과학이 재밌어 과학저널리스트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해 (학부를) 그에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물리 · 천문학과에 진학했다"며 "대학교 3, 4학년에 진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학업을 쉬다가 우연한 기회에 수학 수업을 들으며 수학의 매력을 처음 느꼈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대학시절 우울증 때문에 12학기 이상 다녔고, D와 F학점도 많았다고 한다. 한국에서의 유년시절과 학창시절을 보낸 허준이 교수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평범한 학생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오히려 공통점이 많았다. 특히 자신의 재능을 미리 발견하지 못해서 진로 또는 전공분야를 정하지 못하고 방황하던 학창시절의 예술 전공 학생들을 보는 듯했다. 다음 회에서 허준이 교수의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겠다. ※ 위 내용은 외부 필진의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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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한류 이야기 33박상진(철학박사, 동국대학교 한국음악과 명예교수, 前 한국동양예술학회 회장) 지난 회까지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대하여 ‘싸이의 현상’ 및 음악적 분석을 통하여 한류 중 K-POP에 대한 조건을 알아보았다. 그렇다면, '강남스타일' 이외에 다른 K-POP은 어떨까? 소녀시대의 'I Got A Boy'를 간단히 살펴보기로 한다. 걸 그룹의 대표 격인 소녀시대가 2013년 11월 3일 날 뉴욕에서 개최된 "제1회 세계 뮤직 비디오 상”을 수상하였다. 유튜브 조회 수는 8000만뷰 정도 밖에 안 되는데 미국 최고의 여가수 레이디 가가를 제치고 아시아 가수로는 최초로 수상한 것이다. 'I Got A Boy'로 말이다. 특히 레이디 가가는 미국 최고의 가수이다. 레이디 가가는 그 당시 세계 최고의 경제전문 잡지인 포브스에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유명인사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러한 레이디 가가를 제치고 한국의 걸그룹인 소녀시대가 수상했다는 것 또한 기적같은 일이었던 것이다. CNN의 웹사이트에서는 소녀시대에 대해 "레이디 가가를 제치고 수상한 소녀시대의 인기는 한국에서는 국민적인 현상”이라고 소개하며 큰 관심을 보였다, 아시아 가수로는 유일한 수상자이기 때문에 더더욱 많은 해외 언론의 관심을 끌었는데, CNN뿐만 아니라 뉴욕 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USA투데이 등 미국매체 뿐만 아니라, 영국 로이터, BBC, 프랑스 르파리지앵 등 주요 외신들이 소녀시대의 수상 소식을 다뤘다. 특히 USA투데이는 미국 젊은 가수들과 관련해서 관심을 보였는데, "레이디 가가를 제치고 소녀시대가 상을 받았다는 것은 분명히 미국 젊은 가수들에게는 충격적이다”라고 평가했다. 'I Got A Boy'는 악보를 분석해 보니 ‘동살풀이장단’으로 작곡되어졌다. 거기다가 휘모리장단이 추가되어 있다. 동살풀이장단의 부분은 재미있게, 휘모리장단의 부분은 신나게 구성되어져 있다. 가사도 영어가사는 "I Got A Boy”를 후렴에서 몇 번 반복하는 것 외에는 모두 한글 가사이다. 한류의 K-POP이 지속적으로 보편성을 갖추려면 가사가 영어여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이러한 주장은 수정되어야 할 것이다. 동살풀이장단은 "떵 떵 떵떵-, 떠더덩 떠더덩 떵떵-”과 같이 4/4박자 두 개가 모여 한 장단을 이룬다. 이 한 장단에 얹혀진 'I Got A Boy'의 가사는 "어 머 얘를봐라 얘, 무슨일이 있었길래 머릴잘랐 대”이다. 이와 같은 한글 가사에 대화하듯이 곡을 붙여 부르다보니 자연스럽게 동살풀이 장단으로 작곡되어진 것이다. 영어의 가사였다면 음악어법상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로 절대로 동살풀이장단으로 작곡되어질 수가 없는 것이다. 이 당시 2013년에는 ‘엑소(EXO)’의 '으르렁(Growl)'도 빌보드 차트 10위권에 오르는 등 많은 아이돌 그룹들의 활동이 이어지고 있었다. 며칠 전 2022년 5월 19일(현지시각)에는 미국의 스탠퍼드 대학의 ‘한국학 콘퍼런스’가 열리는 장소에 ‘엑소’의 리더인 수호가 등장하자 200여명의 팬들이 환호를 질렀다고 한다. 스탠퍼드 대학생들과 미국 텍사스 주변의 팬들이 소문을 듣고 모인 것이다. 지난 20년 동안 한국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을 중심으로 주로 북핵 관련 토론을 진행하는 콘퍼런스장이 갑자기 팬 미팅장으로 변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 날은 ‘한국학 콘퍼런스’ 개설 20주년을 맞는 특별 행사로서 K-POP에 대하여 토론하고 논의하는 프로그램으로 진행하였다. (조선일보 김성민 기자 기사 참조) 신기욱 스탠퍼드 대학 교수는 "미국 대중이 한국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북핵과 K-POP 등 딱 두 가지 뿐”이라며 "K-컬처 현상을 본격적으로 토론하고 이를 한국학에 접목하기 위해 K-POP의 성공 요인에 대해 본격적으로 토론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수호는 이 자리에서 "한류엔 국경이 없다”며 "무대에서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점차 모든 곳에서 한류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K-POP 팬덤이 생긴 가장 큰 이유로 커뮤니케이션을 꼽았다. "팬들이 칼군무, 외모 등을 좋아해 주시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팬들과 아티스트의 커뮤니케이션”이라며 "팬과 아티스트가 나뉘어진 것이 아니라 지속 교류하며 하나의 팀이 되는 것”이라고 말하였다. 그는 "K-POP은 예전 것을 취하면서 계속 변하는 것”이라며 "한국의 전통악기나 소리를 K-POP에 접목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이다. K-POP에는 한계가 없다”고 말했다. K-POP 그룹 ‘엑소’의 리더인 수호는, 한류의 조건 중 중요한 요소가 ‘법고창신(法古創新)’, 다시말해 옛것을 익히고 그것을 통하여 새것을 알거나 창조하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이다 라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혹자들은 한류 즉 세계화는 서양문화에 가깝게 쫒아가는 것으로 착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소위 세계화의 진정한 의미는 서양을 닮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독창성을 살려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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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한류 이야기 32박상진(철학박사, 동국대학교 한국음악과 명예교수, 前 한국동양예술학회 회장) 지난 회에서도 언급하였지만, ‘싸이 현상’이라는 말은 유엔 미래 포럼(the Millennium Project)에서 ‘싸이 현상’(Psy Phenomenon)이라고 명명된 것이다. 유엔에서 싸이를 인정한 셈이다. ‘싸이현상’을 보도한 자료들과 악보를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기로 한다(「한류콘텐츠를 위한 정책방향 연구」 박상진 논문 참조). 첫 번째로는, SNS 유튜브 등 글로벌 네트워크에 의한 영향을 톡톡히 보고 있다. 또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한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세계에 새로운 문화 기류를 형성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굳이 말하자면, 서양중심의 문화에서 아시아중심의 문화로 세계문화의 흐름이 바뀌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사람들의 특징인 창의성과 끼가 K-Pop, K-드라마, K-무비 등의 한류로 표현되고 있는데 그 한류 문화가 세계인들의 가슴을 흔들고 있다. 바로 K-Pop인 <강남스타일>의 ‘독창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볼 수 있다. 한류의 조건은, 이러한 다양한 한국문화의 독창성을 여러 장르에 어떻게 활용하고 융합하느냐에 달려있다. 세계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성의 문화를 창조하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될 때 한국이 세계 문화의 중심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왜냐하면 우리 한국 국민의 국민성은 문화적으로 뛰어나고 세계인들의 문화를 포용할 수 있는 문화적 그릇(절제의 미, 자유의 미, 남을 배려하는 마음, 창의성 등)이 엄청 크기 때문이다. 또 이러한 현상들이 우리나라 경제 ‧ 문화산업에 시너지 효과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 브랜드는 물론이고 국가 브랜드의 이미지가 높아진다. 한 장르에 의해서 국가 브랜드의 가치가 높아지면 자동차 몇 천대를 수출한 효과가 나온다고 한다. 당연히 외국인들이 물건을 구입할 때 한국제품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을 바로 ‘문화의 힘’이라고 한다. 당연히 한류의 경제적 파급효과로 이어진다. 두 번째로는, ‘아이돌은 곧 K-팝’이다라는 공식을 시골 아저씨 같은 싸이가 깼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싸이의 창의적인 기발함이다. 기발하고 웃기는 건 유튜브에서 파급력이 크다. 또 하나는 200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유저 베이스 문화’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 ‘유저 베이스 문화’라는 것은 유튜브를 보기만 하던 유저들이 영상을 재편집하고 가공하고 다시 확대 재생산해서 파급력을 가속화 시킨다. 그 여파로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세계인들이 페러디하는 열풍이 일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홍대스타일, 대구스타일이 페러디 되었다. 그러니까 따라하는 것만으로는 양이 안 차니까 자신들만의 스토리텔링을 하게 되는 것이다. 바로 <강남스타일>의 ‘보편성’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세계 공공기관의 캠페인 모티브라든가, 또는 기업이나 정치 집단의 홍보 모티브로도 활용되었다. 이렇게 세계 글로벌 곳곳에서 남녀노소, 지식인, 대중, 그리고 고고한 학자들, 심지어 NASA의 최고 경영진과 우주 공학자들까지도 따라서 춤을 추지 않았는가. 싸이 현상은 SNS 유튜브 등 글로벌 네트워크에 의한 영향을 톡톡히 보고 있기도 하지만, 이렇게 세계에 알려진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세계에 새로운 문화 기류를 형성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모든 문화들이 서구에서 동양으로 밀려들어 왔다. 서양 중심 문화가 아시아를 지배했다. 선진화된 문화의 기준은 서양문화를 얼마만큼 많이 받아들이고 또 흉내를 잘 내느냐에 달려 있었다. 그러나 싸이 현상은 이러한 것을 일거에 뒤집어 놓았다. 아시아 문화가 전 세계로 퍼져가는 문화현상을 초래하게 한 것이다. 싸이의 말춤과 기발하고 익살스러운 캐릭터를 서구인들이 즐겨할 수 있었고, 친근한 춤으로 느껴지게 했다. 이러한 현상들은 글로벌화 시대에 문화가 급속하게 하나로 융합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독창성 있는 문화가 세계의 다양한 문화와 융합되고 협업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아주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세계문화의 기류가 서양중심의 문화에서 동양중심의 문화로 이동한다는 것은 인류문화사적인 거대 담론으로서 ‘싸이현상’만이 그렇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다음과 같이 몇 가지 의견을 정리하고자 한다. 1) 서양음악은 웅장하고 규모는 커 보인다. 국악은 빈약해 보인다. 그러나 국악은 영양가가 풍부하다. 국악은 한류음악을 채우는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2) <강남스타일>과 같이, 다양한 한국문화의 독창성을 여러 장르에 어떻게 활용하고 융합하느냐에 따라서 세계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성의 문화를 창조하게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 한국 국민의 국민성은 문화적으로 뛰어나고 세계인들의 문화를 포용할 수 있는 문화적 그릇(절제의 미, 자유의 미, 남을 배려하는 마음, 창의성 등)이 엄청 크기 때문이다. 3) 한류(음악)의 특징은 보편성(서양음악적)과 독창성(국악, 즉 전통문화)이다. 한국인의 장점인 창의성과 끼를 발휘해서, 세계인들이 공감하고 우리의 독창적 예술성이 가미된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한편, 그 잠재적 기량이 발현되도록 예술문화의 창조적 환경을 어떻게 구축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평소 ‘행정’이라는 것은 ‘길’을 만드는 행위라고 주장해 왔다. 정부의 예술문화 행정이 예술가들의 창조적 상상력을 막는 행위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특히, 한류 메카의 기관장을 뽑는 공채 과정에서 전문가의 면접에 의해 선발된 적격자를 공무원이 부적격자로 바꿔서 비전문가를 채용하는 불공정하고 월권적 사례가 발생해서는 안된다. 이런 행위가 반복된다면 지속 가능한 한류의 환경을 정부가 스스로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예술문화 행정이 더욱 공정해야 하는 이유이다. ※ 위 내용은 외부 필진의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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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한류 이야기 31박상진(철학박사, 동국대학교 한국음악과 명예교수, 前 한국동양예술학회 회장) 그 동안 지난 2회에 걸쳐서 싸이의 '강남스타일'의 악보를 제시하였다. 악보에 표기된 사항을 간단히 정리해 보겠다. 지난 회에서 설명한대로 '강남스타일'은 20줄의 악보에 도돌이표, 1번 괄호, 2번 괄호, 달세뇨, 코다 등으로 작곡되어졌는데 총 168마디를 연주한다. 분석한 악보를 자세히 살펴보면 기본장단, 변형장단, 부정8박 장단, 기본 장단보다 두 배 빠른 장단 등으로 구성되어졌다. 부정8박장단은 경기도당굿 장단에 해당한다. 이러한 여러 가지 장단들이 어색하게 들리지 않고 아주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이 작곡되어져 연주한다. '강남스타일'의 악보를 옆에 놓고 함께 간단히 비교 분석해 보기로 하자. (1) 1번과 2번의 첫째 줄과 둘째 줄은 ‘휘모리장단’의 기본 장단(덩따따 쿵쿵따따, 덩따따 쿵따쿵)을 중심으로 연주한다. (2) 3번부터 6번까지의 셋째 줄부터 여섯째 줄까지는 ‘휘모리장단’의 변형장단으로 연주한다.(랩부분과 함께 어우러지도록 연주한다. - 부정8박8장단으로 연주한다.) (3) 7번부터 9번까지의 일곱째 줄부터 아홉째 줄까지는 1번의 첫째 줄에서 연주했던 ‘휘모리 장단’의 기본 장단보다 2배 정도 빠른 템포로 연주한다. (4) 10번과 11번의 열째 줄과 열한째 줄은 2번의 둘째 줄에서 연주했던 휘모리 변형장단인 부정8박 8장단으로 연주한다. (5) 12번과 13번의 열두번째 줄과 열세째 줄의 앞부분 두 마디는 휘모리 두 장단, 그리고 뒷부분 두 마디는 변형장단인 부정8박장단으로 연주한다. (6) 13번부터 16번의 열세번째 줄부터 열여섯번째 줄까지는 ‘휘모리 장단’의 기본장단으로써 랩의 리듬에 맞춰 연주한다. (7) 17번부터 19번까지의 열일곱번째 줄부터 열아홉번째 줄까지는 가사의 강약에 맞춰서 연주한다. '강남스타일'은 곡이 시작할 때 ‘휘모리장단’의 기본장단으로 시작해서 다양한 변형장단으로써 작곡되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12년과 2013년은 세계적으로 싸이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미국 최고의 팝스타인 브리트니 스피어스라든가, 케이티 페리가 말춤을 배우겠다고 했다. 그리고 'CNN', '월스트리트 저널' 등 해외 언론들이 싸이와 관련한 기사를 연일 보도했다. 아마 모두들 그러다 말겠지 했을 것이다. 그런데 미국의 쇼 프로그램인 '엘렌쇼'는 싸이가 출연하면서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또 '투데이쇼'에서 라이브 공연도 했고, 이러는 사이에 ‘강남스타일’은 아이튠스(음원차트)에서 41개국 동시 1위를 차지했고, 빌보드 차트 7주 연속 2위의 기록을, 그리고 수많은 차트에서 1위를 휩쓸었다. 17개국에서 50회 가량 공연을 했고, 또 우리나라 시청광장에 10만명을 모으는 대기록을 세웠으며, 또한 미국과 유럽에서 동시에 최고의 비디오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구글의 에릭슈미트 회장이 싸이와 밥먹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리고 엠씨헤머, 마돈나 같은 전설의 팝가수들이 싸이와 함께 공연하며 싸이의 이름을 팔기도 했다. 그리고 2012년 11월 5일에는 프랑스의 파리 에펠탑 광장에서 싸이의 초청행사가 열렸는데, 이때 라스베이가스에 있는 싸이를 위해 주최 측에서는 파리까지 전세기를 동원하기도 했다. 또 2012년 11월 10일에 로마 포폴로 광장에서는 싸이가 참가하지도 않았는데 플레시몹 행사가 열렸다. 자그마치 3만명이 <강남스타일>을 자기네들끼리 음악 틀어놓고 떼창과 떼춤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소름끼치는 광경이 연출되었다고 한다. 싸이는 그야말로 전세계 음악사상 유례없는 기록을 세우고 있었던 것이다. 한편, 지난 일요일 새벽에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칸 국제영화제에서 낭보가 날아왔다. ‘헤어질 결심’으로 박찬욱 감독이 감독상을, ‘브로커’로 주연배우 송강호가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두 개의 본상 수상은 한국 영화계에 처음 있는 일이다(연합뉴스. 김정진 기자 기사 참조). 이러한 성과는, 그동안 꾸준히 이어져 온 국내 영화계의 노력과 성과를 자양분으로 한 측면이 크다는 점과 풍부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힘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주목한다. 그러한 힘이 가능했던 바탕에는 숱한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독특한 배경과 역동적인 사회 특성, 국민성(DNA), 그리고 디지털 강국이라는 강점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천 년의 역사, 근대의 일제 강점기와 군사독재, 민주화 투쟁 등 굴곡 많은 한국사회의 역사가 스토리를 풍부하게 만들어 준다고 오동진 영화평론가 등은 말한다. 박찬욱 감독은 시상식 후 "한국 관객들이 웬만한 영화에는 만족하지 못한다”며 한국 영화의 배경에는 국내 관객들의 높은 눈높이가 있었다는 견해를 밝혔다. 남우주연상을 받은 송강호는 "끊임없이 도전하고 변화하는 노력이 (한국) 문화 콘텐츠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헤어질 결심’과 ‘브로커‘의 두 수상작을 계기로 한국 감독들이나 배우들이 글로벌 시장의 주류로 편입될 것이며 동시에 외국의 감독들과 배우들의 크로스오버 역할이 앞으로 활발해지리라는 전망을 해본다. 거기에다가 최근 세계적으로 주목 받는 한국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리즈 등의 작품 원천이 디지털 플랫폼에 기반을 둔 점을 고려하면 한국의 스토리텔링이 가진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는 평가이다. 비교적 영화 작품의 창작 과정은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 정해진 원칙이 잘 지켜지고 있는 장르 중의 하나이다. 특히 정부의 간섭은 거의 받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전통예술계도 공공기관 등의 공정성 등이 의심받지 않을 정도로 확보되어야 하리라고 본다. 그것이 한류의 지속 가능한 조건이며, 한류 발전을 위해 창의적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하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데 힘써야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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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한류 이야기 30박상진(철학박사, 동국대학교 한국음악과 명예교수, 前 한국동양예술학회 회장) 지난 회에 이어서 '강남스타일'의 분석("한류 콘텐츠를 위한 정책방향 연구" 박상진 논문 참조)을 이어 가고자 한다. 강남스타일은 20줄의 악보에 도돌이표, 1번 괄호, 2번 괄호, 달세뇨, 코다 등을 합쳐서 총 168마디를 연주한다. 악보를 유심히 살펴보면 기본장단, 변형장단, 부정8박 장단, 기본 장단보다 두배 빠른 장단 등으로 구성되어졌다. 노래를 틀어놓고 장단구음으로 부르면서 휘모리장단을 느껴보기 바란다. 다음 회에서 자세하게 악보 분석에 대한 설명을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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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한류 이야기 29박상진(철학박사, 동국대학교 한국음악과 명예교수, 前 한국동양예술학회 회장) 필자는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을 인솔하고 터키에서 공연을 한 적이 있는데, 야외무대의 공연을 약 3,000명 정도가 관람을 했다.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이 1부 공연을 50분 정도하고, 2부에는 우리 전통무용단이 약 50분 정도 공연을 했다. 그리고 3부에는 소녀시대와 같은 국악의 걸그룹이 국악기와 바이올린 등 서양악기가 혼합된 소위 퓨전음악을 연주했다. 그런데, 이때 사람들이 대부분 자리에서 일어나 가는 것을 보았다. 왜 가느냐고 물었더니 저런 퓨전은 우리가 더 잘하기 때문에 볼 것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리며 "한국의 전통음악 아름답고 최고다”였다. 이 상황을 통해서 나는 많은 시사점을 느꼈다. 국악 공연에서의 퓨전은 국내에서 국악을 대중화하는 데 있어서 효과적일지 모르나, 특히 서양악기와 국악기가 혼합된 공연은 세계 무대에서는 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물론 실험적 공연은 제외하고 말이다). 반면,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대중음악의 틀 안에 국악적 요소가 들어있다. 2013년 10월 23일,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유튜브 조회수 18억뷰(현재는 44억뷰를 돌파하였지만)를 돌파했다. 지난 2013년 7월 15일이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발매된 지 1년이 되는 날이었는데, 2013년 4월 13일 발표된 '젠틀맨'도 그 때 5억6천만 건 이상이 조회되었다. 두 곡의 조회 수를 합하면 23억 건을 훌쩍 넘어서는 것이다, 사실 그 무렵 유튜브 최다 조회수 1위였던 최고의 가수가 있었다. 다 아시는 바와 같이 ‘저스틴 비버’이다. 저스틴 비버의 '베이비'가 8억뷰의 조회수를 기록했는데 8억뷰의 조회수를 기록하기까지 무려 33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3개월이 부족한 3년이 걸린 셈이다. 저스틴 비버와 비교하면 싸이는 1년 3개월 만에 달성한 것이다. 거기다가 18억뷰 이상이니까, 그야말로 경이로운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이쯤 되면, 세계적인 가수라는 표현도 좀 부족한 것 같고, 메가울트라 슈퍼스타라고 당당하게 불러도 좋을 것 같다. 또 아시아는 물론이고 미국과 유럽, 남미, 아프리카 대륙까지 '강남스타일'의 열풍이 거세게 불어 닥쳤었다. 싸이는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튜브 뮤직 어워즈’에서 3개 부문인 ‘올해(2013년)의 뮤직비디오’, ‘올해의 아티스트’, ‘유튜브 트랜드’ 후보에 이름이 오르기도 했다. 시골 아저씨같이 생긴 사람이 말이다. 2012년에는 세계적으로 싸이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미국 최고의 팝스타인 브리트니 스피어스라든가, 케이티 페리가 말춤을 배우겠다고 했다. 그리고 'CNN', '월스트리트 저널' 등 해외 언론들이 싸이와 관련한 기사를 연일 보도했다. 그러면, 예고한대로 '강남스타일'에서 ‘휘모리장단’이 어느 정도 사용되었는지 악보를 통해 살펴보기로 한다. 악보 중 장단의 구음을 따라 해 보기 바란다. "덩 따따 쿵쿵 따따”. 상세한 분석은 ‘사물광대’의 리더 신찬선 박사(음악학, 동국대 겸임교수)의 도움을 받았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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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한류 이야기 28문화의 의미는 홍익인간 사상 박상진(철학박사, 동국대학교 한국음악과 명예교수, 前 한국동양예술학회 회장) '강남스타일'을 이야기하기 전에 문화기본법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해보겠다. 2014년 정기국회에서 2013년 7월 교육문화체육관광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문화기본법' 등 9개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처리한 모든 법이 나름대로 의미 있는 것이었으나, 그중의 으뜸은 당연 문화기본법이다. 이 문화기본법이 최종 통과됨으로써 우리나라 문화정책 흐름 중 아주 큰 흐름을 맞이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문화는 국가 경영에 주요 영역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단지 소극적 관리와 지원의 대상일 뿐이었다. 그러다 1990년 문화부 설치를 기점으로 문화정책이 국가 경영의 주요 영역으로 진입하기 시작하였다. 특히 문화복지 개념의 탄생, 그리고 문화산업이 팽창되면서 문화정책의 영역은 대폭 확대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아직까지 문화정책의 대상은 예술 창작자에 대한 지원이거나 산업생산자에 대한 지원이었다. 그리고 문화에 대한 대상은 좁은 의미에서 예술 혹은 인접 분야에 국한되었다. 그리하여 문화의 수용자이며 당사자인 국민은 국가의 관심 영역 밖에 있었다. 그러나 문화기본법이 제정됨으로써 그 정책적 대상이 완전히 뒤바뀌게 된 것이다. 이 문화기본법은 문화에 대한 정의조차 "삶의 총체적인 양식이면서 인간의 고유한 정신적 ‧ 물질적 ‧ 지적 ‧ 정신적 산물”로 규정할 뿐만 아니라 "한 사회의 개인과 집단의 감성을 표현하는 가치, 활동이나 제도”까지로 확대 적용하고 있다. 과거 문화예술진흥법에 기록된 문화예술에 대한 정의, 즉 "문화예술이라 함은 문학, 미술, 음악..... 등을 말한다.”와 전적으로 다른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문화예술의 창작자 지원이 아닌, 국민의 문화적 권리에 더 큰 방점을 두고 정책방향을 추진하게 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문화융성의 시대에 대비한 문화기본법이라고 여겨져 기대되는 바가 크다 하겠다. 한마디로 문화(文化)의 의미는 "사람답게 살게 하는 것이다”, "문화로 사람을 널리 이롭게” 하자는 홍인인간의 사상이다. 그 사상이 문화의 개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회에서 얘기했듯이 강남스타일은 국악의 ‘휘모리장단’으로 작곡되어졌다. ‘작곡되어졌다’라는 말은 작곡자가 의도하여 작곡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작곡하여 놓고 보니 ‘휘모리장단’으로 작곡되어졌다는 뜻이다. 휘모리장단은 4/4박자의 국악 장단 중 가장 빠른 장단이다. 흔히, 4/4박자로써 빠른 템포의 음악이면 ‘휘모리장단’이라고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맞는 말일 수도 있지만, 그러나 곡목으로써의 ‘휘모리장단’을 이야기할 때는 그 곡목을 구성하는 장단 중에 ‘휘모리장단’의 기본장단과 다양한 변형장단이 곡 전체에 골고루 나타나 있어야 한다.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와 같은 리듬으로 구성되어서는 안 된다. 다시 말하면, 영어의 어법과 한글의 어법은 어순이 전혀 다르다. 작곡자는 그 어순의 어법에 따라 가사에 리듬을 붙인다. 그래서 영어의 가사에 리듬을 잘못 붙이면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의 꼴이 되는 것이다. 당연히 한글 가사에 한국 사람이 리듬을 붙이면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신다’로 국악의 장단이 성립되는 것이다.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신다’는 한 장단이고,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신다’는 한 장단 안에 구성된 각각의 리듬에 해당된다고 보면 될 것이다. 휘모리장단은 ‘휘몰아친다’라는 뜻으로 빠른 장단인데, 한마디에 4/4박자, 또는 두 마디에 2/2박자로 기보 한다. 한마디로, 리듬과 가사가 잘 조화된 음악으로서 음악어법에 부합된 음악이어야 한다. 다음 회에는 <강남스타일>에서 ‘휘모리장단’이 어느 정도 사용되었는지 악보를 통해서 살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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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한류 이야기 27박상진(철학박사, 동국대학교 한국음악과 명예교수, 前 한국동양예술학회 회장) 한류를 형성하고 있는 요소는 보편성과 독창성이다.한국인의 장끼인 창의성과 끼가 한류를 창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소위 한류의 DNA라고 하는 한국인의 문화적‧예술적 역량은 어떤 근원에서 비롯되었을까? 동양미학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논어의 내용 중 ‘화이부동(和而不同)과 위이불범(違而不犯)’에 대해 비교 설명을 함으로써 한국인의 문화적 성향을 파악해 보고자 한다. ‘화이부동’은 ‘절제의 미(美)’라고 하며 예(禮)에 해당하고 국악에서는 정악(正樂)에 해당한다. ‘위이불범’은 ‘자유의 미’라고 하며 악(樂)에 해당하고 국악에서는 민속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화이부동’은 지나치지 않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화합형이다. 상대를 존중하고 이해하고 양보하니 하모니가 잘 이루어진다. 그러니 메뉴얼을 만들고 잘 지킨다. 산업화 시대에 적합한 민족이라고 할까. 아마 일본이 여기에 해당되는 민족이 아닌가 생각한다. ‘위이불범’은 자신을 드러내기를 좋아한다. 지나치지 않게, 그리고 창의적이고 끼가 많다. 그러니 돌출형들이 많다. 자기 주장이 강하다. 그러니 메뉴얼보다는 순간 순간 창의성과 임기응변, 즉흥성에 능하다.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민족이라고 할까, 한국(한민족)이 여기에 해당이 되는 민족일 것이다. 여기서 ‘화이부동’은 보편성이라고 할 수 있고, ‘위이불범’은 독창성이라고 말할 수 있다. 20세기 중반까지는 세계에서 일본문화가 동양의 문화대표 격으로 행세를 하였다. 동양에는 일본문화만 존재하는 듯이 보였다. 그리고 일본 문화는 고급문화라는 등식으로 인식되었다. 한국문화는 중국과 일본에 가려져 보이지도 않았다. 오히려 한국문화는 중국문화의 아류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 한국은 선진 일본문화를 따라 흉내내기에 급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기까지다. 20세기 중반 이후, 거대한 ‘한류’가 형성되기 시작하였다. 우리 민족의 원조인 동이(東夷)민족이 동양문화의 원형(原型)을 창조했듯이, 실크로드를 따라 중앙아시아를 넘어 유럽에까지 우리 문화가 넘실댔듯이 새로운 한류의 실크로드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화이부동(和而不同)과 위이불범(違而不犯)' 중 한국인들에게는 이 두 가지 사상이 모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는데 아마도 4 대 6 정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 민족은 ‘위이불범’에 가까운 민족으로서 창의적이고 끼가 많다. 일본인은 ‘위이불범’보다는 ‘화이부동’에 가까운 민족으로서 창의적이기 보다는 다른 나라의 문화를 모방하여 자기의 문화로 탈바꿈시키는데 능한, 소위 모방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일본은 관료주의가 발달하고 국가통치의 수단으로 모든 분야에 전자회로와 같은 매뉴얼을 만들어 국민들이 지킬 수 있도록 철저히 관리한다. 비상시국을 염려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일본국민 특유의 근면성으로 지금까지 잘 지켜져 왔다고 본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 일련의 비상사태를 목격한 우리는 그들의 창의적이지 못한 메뉴얼 국가 이미지를 확인하게 된다. 한국은, 드라마 ‘대장금’ 등이 일본과 중국을 거쳐 동남아에서 인기를 끌면서 "이것은 한류다”라는 용어가 중국에서 처음 등장하였다. 10여 년 전 중국 최고의 인민대회에서는 우리나라 드라마인 김수현, 전지현 주연의 ‘별에서 온 그대’를 거론하면서 중국에서는 이런 드라마를 왜 못 만드느냐고 자탄을 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K 드라마, K 팝 등이 세계를 요동치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국민들도 놀라고 정부도 한류에 대한 관심을 기울일 정도가 되었다. 그렇다면 싸이의 강남스타일과 같은 K 팝 등의 현상이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의 아픔을 겪으면서 황폐해진 환경 속에서도 우리 대중음악 문화는 꾸준히 발전하였다. 1920년대와 1930년대에 우리나라의 전통음악과 대중음악의 영향으로 정립된 엔카는, 다시 60년대 70년대를 거치면서 우리나라 트로트 음악계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전통가요의 장르로 발전하였고, 80년대 90년대 서양의 팝문화를 받아들이면서 우리 대중문화는 일렉트로닉 팝 문화의 장르까지 발전하여 왔다. 이러한 문화들을 섭렵하고 축적된 바탕에서 창의적 콘텐츠 개발의 산물이 바로 K-팝이다. 그러한 음악들이 바로 싸이의 ‘강남스타일’등이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정부의 지원금 받고 제작한 음악이 아니다. 제작해 놓고 보니까 세계 최고의 K-팝 음악이 된 것이다. 물론 글로벌 네트워크의 지원도 있었지만, 이 또한 민간 이벤트 업체의 역량 덕분이다. "하던 장난도 멍석 깔아주면 안한다”라는 한국의 속담이 있다. 예산 지원금 주면서 콘텐츠를 강요하고 간섭하게 되면 남의 작품 흉내만 내며 낭비만 초래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한국의 전통적 문화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토대와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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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한류 이야기 26박상진(철학박사, 동국대학교 한국음악과 명예교수, 前 한국동양예술학회 회장) "박상진의 한류 이야기”는 문화와 문명사적 테두리 안에서 정치, 경제, 사회, 그리고 문화를 들여다보며, 한류 문화가 미래를 향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를 염원하는데 그 의미를 담고 있다. 지난 두 달여 동안 총 5회에 걸쳐 이야기 하고 있는 ‘한류와 4차 산업혁명’에서의 러시아는 지정학적 위치에 따른 전략적 상대국으로서의 러시아이다. 그런데 세계는 지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통해서 세계질서의 새로운 개편에 대한 촉각을 곤두세우게 되었다. 특히 한반도를 둘러싼 4강 간의 관계,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그리고 한국과 북한간의 미묘한 정세와 판세의 변화가 어떻게 나타날지 궁금해진다. 이럴 때일수록 한류 문화가 미래를 향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창조적 ‘전략적 사고’를 통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발전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때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제야 황무지 같았던 문화의 텃밭에 씨앗을 뿌리고 움을 틔워서 문화의 네 기둥을 세우고 생명이 숨 쉬는 문화의 전당이 만들어지기 시작하였다.(이어령 글 참조) 한국인에게는 ‘궁즉통(窮則通)’, 즉 궁하면 통할 때가 많았다. 궁즉통은 몇 천 년간 강대국 사이에서 견뎌온 한국인의 창조력이자 돌파력이었다. 위기의식이 있어야 살길을 찾았다. 꼭 닥쳐야만 뭔가를 하였다. 그렇다 보니 최근에도 1년, 2년, 한 달 전에 계획한 결과물이 대부분 비슷한 경우가 많았다. 보통 작곡, 그리고 글쓰기도 마감이 닥쳐야만 써진다고 한다. 하지만,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이다. 다 쓴 치약을 쥐어짜듯 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창조는 천재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리 대비하고 분석하다 보면 남이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 나온다. 한국인은 ‘위기는 기회다’를 진리처럼 삼고 위기의 고비마다 마치 위기가 닥쳐야 기회를 얻는 것처럼 늘 그렇게 극복해 왔다. ‘한국인은 위기에 강하다’는 말도 그래서 나왔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전제 자체를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생각하기에 앞서 위기를 만들지 않도록 미리 대비해야 한다. 한 명의 창조적인 사람을 따돌림 당하도록 하지 않는 것은 물론, 창조적인 세력이 많이 만들어지고 서로 네트워크를 맺고 교류를 해서 결과물을 끌어낼 수 있도록 하는 정치 ‧ 사회문화적 환경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귤이 탱자가 되는 사회’라는 말이 있다. 창조적 예술가가 싹틀 수 없는 국내의 풍토를 지적한 말이다. 그러나 한국의 예술가는 비록 국내에서 탱자 취급을 받는다 하드래도 외국에 나가면 귤이 된다고 하는데, 우리 스스로 탱자 취급을 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우리는 이미 우리나라 고유의 뛰어난 문화적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쯤 해서 한류 중 K-POP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지난 시간에 예고한대로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어떻게 세계 최고의 K-POP이 되었는가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2013년 3월 26일에 필자가 KBS 9시 뉴스에 보도되었다. 그 당시 K-Pop으로 세계인들을 들썩이게 했던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국악 장단 중 ‘휘모리장단’으로 작곡되어진 곡이다”라고 주장했더니 뉴스에 보도가 된 것이다. 필자와 KBS와의 인터뷰 내용은, 강남스타일을 작곡한 싸이는 애초에 강남스타일을 작곡할 때 ‘휘모리 장단’을 염두에 두고 작곡한 것은 아니다. 작곡해 놓고 보니까, ‘휘모리장단’이 된 것이다. 아마, 작곡자 본인은 아직도 강남스타일이 국악 장단 중 ‘휘모리 장단’인지 모를 것이다 라는 내용이었다.(박상진의 논문 "한류콘텐츠를 위한 정책방향 연구" 참조) 그 후에 싸이도 필자가 출연한 국악방송의 한류 관련 프로그램을 통해서 강남스타일이 휘모리장단으로 작곡되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국악인들도 관심을 두지 않으면 지나치기 쉽다. 한국인(한민족)들에게는 고유의 전통 문화적 DNA를 갖고 있기 때문에 강남스타일의 경우도 전통을 바탕으로 한 곡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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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한류 이야기 25박상진(철학박사, 동국대학교 한국음악과 명예교수, 前 한국동양예술학회 회장)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이 하루 속히 끝나고 평화가 찾아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박상진 교수가 지난 두 달여 동안 총 5회에 걸쳐 이야기 하고 있는 러시아는 지정학적 위치에 따른 전략적 상대국으로서의 러시아이다.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의 당사국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님을 밝힌다.(편집자 주) 4차 산업혁명의 성공은 곧 지식기반사회의 선진국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그런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행복과 영광은 한류를 지속 가능하게 할 것이며, 이 때 비로소 대한민국의 위상이 세계 속의 1류 국가로 우뚝 솟을 것이다. 그 첫걸음은 바로 한-중-일의 연횡과 한-미-러의 합종 간의 견제와 균형을 가능하게 할 전략적 대결단이다. 북극항로와 4차 산업혁명을 관통하여 대한민국의 미래를 담보할 "한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제휴(strategic alliance)”가 바로 그것이다 다행히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러시아는 내심 중국이나 일본보다는 한국을 선호한다. 게다가 북극항로를 통과하기 위한 쇄빙선 등 특수선박 건조 기술을 세계에서 유일하게 가진 한국과의 협력은 이미 진행되고 있다. 1차 북극 야말 가스전 개발을 위해 러시아는 대우조선해양에 특수 LNG 쇄빙선 15척을 주문한 바 있다. 나아가 우리의 조선 기술을 전수 받고 공동생산 체제를 갖출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 기회에 한국은 소형원자로 선박, 무인자율주행선박, 북극항로 모니터링용 드론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이대식 글 참조) 4차 산업혁명의 초기에 새로운 물류가 한국에 열리고 있다는 것은 경제적 강대국이 될 수 있는 두 가지 조건, 즉 ‘물류’와 ‘기술’을 함께 개발할 기회가 열리고 있는 셈이다. 이것은 두 번째 물류인 ‘데이터 유통’과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중국의 마윈은 제2의 석유가 데이터라고 했다. 데이터 물류를 장악하기 위한 최고의 원천 기술은 결국 수학이다. 러시아는 이 부문에서 세계 최고의 수준이다. 러시아의 인재들은 이를 바탕으로 세계적인 수준의 창의적인 알고리즘을 만들어내며 AI 등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 부문에서 수많은 스타트업을 양산하고 있다. 그리고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 기업들의 단골 M&A 대상이 되고 있다. 마치 이스라엘 창업단지에 설립된 글로벌 기업의 연구소들이 실상은 이스라엘 스타트업을 인수하기 위한 에이전시 역할을 하듯이, 모스크바에도 러시아 인재들과 스타트업을 확보하기 위한 글로벌 기업의 연구소들이 증가하고 있다. 삼성 등 한국의 대기업들도 예외가 아니다. 러시아 정부는 이 부문에서도 빠르게 성장한 한국 기업의 노하우를 전수받기를 원하고 있다. 물류와 기술에서 한국과 러시아의 협력은 러시아의 다민족성과 개방성, 그리고 한국인에 대한 우호적인 태도, 한국에 대한 지경학(地境學)적 친화성에 의해 더욱 촉진될 수 있다. 한국은 글로벌 물류와 기술의 허브가 되기 위해 러시아를 비롯한 수많은 기업과 인재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이 만들어져야 한다. 즉 새로운 물류 장악력과 함께 기술력을 강화시키기 위해서 제3의 상호 협력적인 개방형 플랫폼이 한러 양국에 마련되어야 한다. 다행히도 양국의 기업과 정부도 이를 원하고, 이를 위한 공조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2019년에 양국이 만든 한러혁신센터는 그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물류와 새로운 기술을 양국의 상호 협력적 개방형 플랫폼을 통해 확보한다면 상호 윈윈함과 동시에 한국은 유사 이래로 처음으로 세계 경제의 새로운 패권국으로 부상할 수 있다. 여기에 러시아가 제공하는 막강한 에너지원은 거절할 수 없는 덤이다.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됨에 따라 급증할 전력 수요를 충당할 수 있는 대규모 수력발전(연간 생산량은 2017년 기준 187TWh, 설비용량 100MW이상, 발전소 102개소 보유, 세계5위)와 천연가스라는 청정 발전원을 가스관과 선박을 통해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곳도 지척에 있는 러시아이다. 또한 미중 경쟁이 한국에 양자 선택의 문제로 치환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 사이에 있는 중간국 간의 협력 또한 매우 중요하다. 러시아는 미국에도 중국에도 필요한 중간 강국이다. 트럼프 집권 전후에 키신저가 미국과 러시아 간의 관계 개선을 시도한 것은 바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러시아였기 때문이다. 중국에는 경제적으로, 미국에는 안보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한국도 중간국의 위상을 오히려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 때 가장 적합한 파트너가 바로 러시아이다. 러시아와의 전략적 협력이 북극항로와 4차 산업혁명이 주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한국이 100% 활용할 수 있는 관건임에 틀림없다. 한반도에 들이닥치고 있는 미중 갈등의 대격변에서 한국이 수동적인 희생양이 아니라 판도를 이끌고 가는 능동적 중개자, 나아가 새로운 판을 만들어가는 패권국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서 한국과 러시아의 협력관계를 전면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킬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한국과 러시아가 외교, 물류, 에너지, 기술, 그리고 인적 교류 등 다양한 차원에서 훌륭한 동반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명확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박상진의 한류 이야기”는 문화와 문명사적 테두리 안에서 정치, 경제, 사회, 그리고 문화를 들여다보며, 한류 문화가 미래를 향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를 염원하는 의미에서 ‘한류와 4차 산업혁명’의 내용을 소개한 것이다. ‘한류와 4차 산업혁명’의 내용은 김태유 교수님과 이대식님의 저서에서 큰 영감을 얻었다. 두 분께 감사드린다. ‘한류와 4차 산업혁명(5)’를 집필하는 동안에 푸틴의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였다. 전쟁은 무조건 반대한다. 전쟁이 멈추고 우크라이나에 평화가 찾아오기를 기원한다. "박상진의 한류 이야기 26회”부터는 싸이 이야기, 소녀시대 이야기, BTS의 이야기를 계속하려고 한다. *‘한류와 4차 산업혁명(5)’의 내용은 『한국의 선택-김태유‧이대식 엮음, 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발행』 중 김태유 ‧ 이대식의 글을 인용 및 참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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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한류 이야기 24박상진(철학박사, 동국대학교 한국음악과 명예교수, 前 한국동양예술학회 회장) 과거 한반도가 중국, 일본, 러시아의 각축장이 되고 일제강점기, 분단과 한국전쟁,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북핵 위기까지도 그 연원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그것은 우리가 1차 대분기(大分岐)라고 하는 산업혁명에 실패하여 부국도 강병도 하지 못한 결과가 초래됐기 때문이다. 만일 우리가 2차 대분기라고 하는 4차 산업혁명에 또다시 실패하게 된다면 우리 후손들이 또 어떤 치욕과 불행을 겪게 될지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강대국 간의 이해관계와 북핵위기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해결해 나가야만 할 절제절명의 위기이다. 따라서 위와 같은 대한민국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길’을 선택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대한민국은 동북아에서 확실한 전략적 선택지를 가지고 있다. 그 선택지란 "한-중-일의 연횡과 한-미-러의 합종(合從)의 균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안타깝게 중단된 한-중-일의 연횡을 되살려서 동북아가 인류문명의 중심에 우뚝 서는 방법은 한-미-러의 합종을 통하여 연횡의 한계와 문제점을 극복해 나가는 것이다. 이들 4강의 관계는 한마디로 견제와 균형이다. 미중관계는 대표적인 견제와 균형관계이다. 미일관계는 겉보기에는 일본이 미국 쪽으로 쏠린 듯 보인다. 그러나 그것은 일본 특유의 겉마음(다테마에: 建前)이다. 일본의 속마음(혼네: 本音)에는 원자폭탄과 1985년 9월 미국 플라자호텔에서 엔화 강세를 압박한 ‘플라자 합의’의 한(恨)이 서려 있다. 물론 미국도 이러한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다. 러중 관계는 러시아의 자원과 군사력이 중국의 경제력과 상호보완 관계에 있다. 미국의 러시아 제재와 미국의 중국 견제에 대항해 당분간 힘을 합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14억 인구의 중국과 1억 4천만 인구의 러시아가 과거 중국의 영토가 포함된 광대한 극동러시아를 두고 다투게 될 것이다. 러시아와 일본 사이의 관계도 복잡하다. 현재 일본이 영유권을 주장하지만 러시아가 실효 지배하고 있는 쿠릴 열도 4개 섬에 대한 영토분쟁이 언제 사할린까지 번져갈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김태유 교수는 '한국의 선택'에서 "이상 4강 간의 피할 수 없는 팽팽한 구조적 긴장관계는, 오히려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연횡과 합종의 균형을 우리가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힘의 원천이다. 이것은 그동안 인류문명의 발전 원리와 패권의 비밀을 경제이론과 역사적 실증 작업을 통하여 도출된 결론이다”(김태유 글 발췌)라고 하였다. 세계사를 돌아보면 실크로드로부터 지중해, 발트해, 대서양, 태평양, 인도양 등 새로운 물류를 개척하고 장악한 국가가 세계 문명과 패권을 좌지우지했다. 중국이 명나라의 장수이며 탐험가인 정화((鄭和, 1371~1434)가 개발한 물류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면 그 이후의 비극적인 운명을 피했을 뿐만 아니라 유럽으로 기운 패권의 축이 반대로 기울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우리 앞에 새로운 물류가 열리고 있다. 바로 가시적으로 ‘북극항로’이며, 비가시적이지만 더 큰 의미가 있는 ‘데이터 유통’이다.(이대식 글 참조) 주목할 점은 이 두 가지 새로운 물류 부문에서 한국이 글로벌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유력한 조력자가 바로 러시아라는 사실이다. 우선 러시아는 북극해 연안의 60%를 차지한다. 북극항로를 통해 부산과 로테르담을 운행할 경우, 기존 수에즈운하를 통한 운항보다 거리는 32%(2만 2,000km⟶1만 5,000km), 운항 일수는 10일(40일⟶30일)을 줄일 수 있다. 시간과 비용을 모두 절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북극 및 러시아에서 생산되는 천연 지하자원 ‧ 광물자원 등을 직송할 수 있는 루트가 새로 생긴다. 그런데 북극항로는 단순한 경제성 이상의 가치 외에 북극항로에 의해서 인류사상 처음으로 북방과 남방이 연결되는 새로운 본래적 의미의 글로벌 물류가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신남방정책과 신북방정책을 잇는 매개가 바로 북극항로이다. 일본은 벌써 우리보다 이 점을 먼저 간파하여 북극-태평양-인도양을 잇는 가스 물류 벨트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2019년 러시아의 북극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프로젝트인 북극(Arctic) LNG 2 사업에 10% 지분 투자를 결정했고, 북극항로가 본격화될 경우 환적항이 될 극동 아시아의 캄차카항과 유럽 북단의 무르만스크항에 투자를 시작했다. 또한 일본의 사이부가스와 규슈전력(Kyushu Electric Power Co.)은 2018년부터 노바텍사와 캄차카 환적항과 일본의 규슈 지역의 히비키 터미널(Hibiki Terminal)을 연계하는 논의를 해왔으며, 히비키 터미널에 LNG 벙커링 사업을 시범적으로 하는 방안도 진행되고 있다. 일본은 동시에 미국, 호주와 연대하여 인도 ‧ 태평양 에너지 물류 벨트를 구축하는 전략도 추진하고 있다. 2018년 11월에는 미국과 일본, 호주의 주요 정부 당국자들과 금융기관 대표들이 만나 동남아 국가들이 저장탱크, 항만 등 LNG 수입 인프라를 갖출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하자고 합의했다. 일본 정부는 이 사업에 100억 달러(약 11조 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여기에 도쿄 등에 LNG 거래소를 만들어 싱가포르를 대체하는 LNG 거래시장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로써 일본은 북극-캄차카-히비키-필리핀-아세안-인도로 이어지는 거대한 글로벌 LNG 체인을 구축하고 있다. 새로운 물류를 장악하기 위한 경쟁이 에너지 부문에서부터 이미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 또한 북극항로에 엄청난 투자를 진행하며 마치 북극항로를 자국의 내해로 만들려는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이 서두르지 않으면 단군 이래 처음으로 온 글로벌 물류를 선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다. *‘한류와 4차 산업혁명(4)’의 내용은 '한국의 선택'(김태유‧이대식 엮음, 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발행)중 김태유 ‧ 이대식의 글을 인용 및 참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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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한류 이야기 23박상진(철학박사, 동국대학교 한국음악과 명예교수, 前 한국동양예술학회 회장) 선승독식(先勝獨食)의 시대에 대비하고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성공시키기 위한 준비로서 ‘새로운 길’을 선점해야 한다. 그래서 대한민국이 선도해야 할 4차 산업혁명은 곧 북극항로의 선점이고 북극항로의 선점은 그 주변국(한미동맹+러시아)과 우리나라와의 관계를 발상의 전환을 통하여 획기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최상의 방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서울대 명예교수 김태유 글 참조) 그러나, 우리는 제2차 산업혁명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여 초래된 일제강점기와 한반도 분단 등 우리의 뼈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러면서 우리는 현재 새로운 산업혁명, 즉 제4차 산업혁명에 또다시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북핵 위기, 사드(THAAD) 사태와 한중관계,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와 한일관계 악화 등 안보와 경제는 아직도 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정말 심각한 걱정꺼리는 이러한 갈등과 분쟁 속에 우리가 국력을 소진한 나머지 제4차 산업혁명 대열에서 낙오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북핵문제는 안보문제이고 제4차 산업혁명은 경제 문제라는 측면에서 이 둘은 엄연히 별개의 사안이다. 그런데 북핵문제의 대응에서 박근혜 정부는 강하게 부딪쳐서 성공하지 못했고, 문재인 정부는 부드럽게 감싸 안아서도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미국, 중국, 일본의 북핵 관련 이해관계를 조정할 ‘선택지(選擇肢)’가 우리에게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한 사실을 알아차린 북한조차도 우리를 함부로 대하고 있다. 또한, 경제 문제에 있어서도, 최근 2000년대 이후 10~20년 동안에 한국과 일본의 교역량은 3.7배 증가했고, 한국과 중국과의 교역량은 12배 가까이 증가했다. 유사 이래 처음으로 한국, 중국, 일본, 동북아 3국 간의 ‘경제적 연횡(連橫)’이 본격적으로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야말로 동북아시아 3국 간 ‘동반성장’의 모범사례였던 것이다. 그러나 사드사태와 대한수출규제 등 일련의 갈등 상황은 한-중-일 동반성장의 길이 앞으로도 결코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일련의 경제적 갈등 상황 속에서 우리는 소외된 채 일방적으로 끌려 다니고 있다. 그 이유 또한 한반도 주변 3강의 경제적 이해관계를 조정할 마땅한 선택지가 우리에게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의 4차 산업혁명이 심각한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북핵위기 해결과 제4차 산업혁명의 성공이라는 두 가지 난제를 동시에 풀어낼 수 있는 비법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본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방법은 먼저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미국, 중국, 일본의 3강의 평면적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지금까지 언급한 문명사적 시각에서 한반도의 현재와 미래를 입체적으로 조망함으로써 발상의 전환을 통하여 한반도 주변 정세의 판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전략적(戰略的) 결단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잠깐, 역사를 되돌아보자, 과거 동북아시아는 인류문명의 중심지였다. 인류문명의 4대 발명품인 종이, 화약, 나침반, 인쇄술이 동북아에서 나왔고 한때 세계 총생산의 절반이 동북아에서 생산되었다고 한다. 유럽 대륙의 두 배가 넘는 넓은 동북아 대륙에는 원래 수십 개의 국가와 민족이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천하통일관(天下統一觀)’이라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동북아 대륙의 수많은 민족과 국가들이 오직 천하통일을 향해 끝없는 싸움을 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동북아국가들이 통일과 분열에 의한 이합집산(離合集散)을 반복하는 동안 서유럽인들은 오대양을 접수하고 육대주의 정벌에 나서게 된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조그마한 이베리아 반도에 이웃하는 나라이다. 그들은 반도 통일을 향해 안에서 싸우기보다는 1494년 토르데시아스 협정(Tordesillas)으로 새로운 식민지를 나누어 갖기로 합의한다. 그리고 선의의 경쟁을 통해 밖으로 뻗어나가기 시작한다. 뒤이어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등 서유럽 국가들도 앞다투어 넓은 세계로 진출해 갔다. 물론, 이들 국가 간에서도 전쟁이 끊이질 않았지만 유럽의 통일보다는 주로 해외 식민지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었다. 유럽인은, 동북아의 역사적 갈등과 같이 서로 3국 간의 뺏고 빼앗기는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이 아닌, 서로의 것을 뺏지 않고도 서로 협력하는 '포지티브 섬게임'(positive-sum game), 즉 동반성장과 동반번영의 모습을 보여주었던 것이다(물론, 유럽의 식민정책을 긍정하는 것은 아니다). 앞에서 언급한대로 2000년대 초반의 한-중-일의 연횡에 의한 동반성장, 동반번영의 모습으로 보여졌던 그 때는 유럽의 '포지티브 섬게임'처럼 보였다. 그러나 일본의 대한수출규제, 사드사태와 한한령의 상황에 부닥치자 3국의 지도자들은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여 국가 간 강경대치 국면을 조성하고 또 민족 감정을 자극하여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말았다. 이렇게 악화된 한중, 한일 간의 불편한 정치적 관계는 일회성 사건으로 촉발된 것이기 때문에 당사국 간의 이해와 절충으로 얼마든지 봉합해 나갈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런데 더 악화되었다. 이러한 상황이 동북아 3국의 현실이다. 동북아인의 천하가 동북아시아 대륙에 한정된 소천하(小天下)였다면, 유럽인이 꿈꾼 천하는 대천하(大天下)였던 것이다. 지금도 동북아의 미래를 결정할 힘이 있는 중국과 일본은 아직도 편협한 소천하의 통일관을 벗어나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이들 양국 지도자의 정치적 선택, 그리고 언론 및 국민 대중의 여론 추이로 미루어볼 때, 동북아인의 문명사적 사고의 지평이 아직 유럽인의 수준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 이와 같은 이유로 안타깝지만, 미국의 세기(Pax Americana-미국의 힘에 의해 유지되는 패권)는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류와 제4차 산업혁명’의 내용은 '한국의 선택-김태유‧이대식 엮음',(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발행)' 중 김태유의 글을 인용 및 참조하였습니다. ※ 위 내용은 외부 필진의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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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한류 이야기 22박상진(철학박사, 동국대학교 한국음악과 명예교수) "박상진의 한류 이야기” 중 ‘한류와 4차 산업혁명(2)’는 지난 회에 이어 문화와 문명사적 테두리 안에서 정치, 경제 등을 들여다보며 한류의 지속가능성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BBC는 "1990년대 한국의 자유화 분위기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큰 투자를 만들어냈고, 아시아권에선 미국보다 한국이 만든 프로그램에 더 공감했으며, 중국 프로그램보다 정서적으로도 구미에 맞았다”라고 분석했다. 한국 드라마 팬인 영국 작가 테일러–디오르 럼블은 "세련되고 화려한 연출, 환상적인 내용으로 현실도피에 알맞았다.”라고 하면서 "특히 부채 ‧ 실업 등 경제적인 문제들은 팬데믹을 극복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라고 보도했다. 이러한 세계인들의 인식 변화는 한국의 발전된 정치와 경제적 상황의 결과에 의한 것이라고 볼 때, 현재의 한류가 지속적으로 가능하도록 하는 정치와 경제적 발전의 모색은 더 적극적으로 필요한 사항으로 여겨진다. 그 발전적 모색은 문명사적으로 ‘산업혁명’을 가져다준 ‘새로운 길’의 모색에서 그 답을 찾고자 하는 것이다. ‘산업혁명’은 일반적인 개념으로 사용되어오다가 영국의 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에 의해 학술용어로 정착되었다. 토인비는 기술적 혁신으로 인해 나타난 사회 ‧ 경제적인 큰 변화를 산업혁명이라고 명명했다. 산업혁명의 주요 내용으로는 급격한 인구의 증가, 농촌 인구의 상대적인 감소, 기계의 발명과 공장에 의한 수공업의 대체, 부의 축적과 자본주의 출현, 공장 시스템 하에서의 노동자의 지위 약화 등을 언급했다.(서울대학교 명예교수 김태유 글 참조) 산업혁명을 1차와 2차로 구분한 것은 생물학자 패트릭 게데스(Patrick Gedds), 경제학자 데이비드 란데스(David Landes) 등에 의해서이다. 일반적으로 1차 산업혁명은 1780년 경 영국에서 일어난 석탄, 야금, 직물 혁명, 그리고 2차 산업혁명은 1870년 경 독일과 미국에서 시작된 전기, 화학, 강철 혁명으로 정의한다. 또한, 란데스는 2차 산업혁명을 화학과 전기과학의 극적인 발전 및 내연기관과 같은 에너지원에 기반한 새로운 산업의 등장으로 정의한다. 3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논의는 사회학자 다니엘 벨(Daniel Bell)의 저서 『탈 산업사회의 도래』에서 시작되었다. 벨은 사회발전 단계를 산업화 이전 사회와 산업사회, 그리고 산업화 이후의 사회로 구분하고, 산업화 이후 세계를 정보와 지식이 주요 자산인 사회라고 규정한다. 소위 우리가 말하는 정보화 사회이다. 4차 산업혁명은 경제학자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 다보스포럼 회장이 주창한 개념으로서 인공지능(AI), 로봇기술, 사물인터넷(IoT), 바이오 등의 초지능(super intelligence) 기술이 인간과 사물 간에 초연결(hyper connectivity) 소통체계를 구축하여 생산과정이 최적화되는 산업혁신을 의미한다. 이러한 기술적 혁신들이 물리적, 디지털, 생물학적 공간에서 서로 상호작용을 하며, 이것이 기존의 산업혁명과 구별되는 본질적인 차이점이라고 강조한다. 토마스 무어(Thmos Moor)는 하루 6시간 노동으로 삶을 풍족하게 영위할 수 있는 세상을 유토피아(Utopia)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오늘날 현대 산업사회는 이미 유토피아에 매우 근접한 사회라고 볼 수도 있다. AI와 로봇이 본격적으로 생산현장에 투입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하루 3시간 남짓 또는 주 3일 노동으로 모든 근로자가 풍족하게 삶을 영위한다고 할 수 있는, 그야말로 현대인이 꿈꾸는 유토피아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유토피아 세상이 도래하여 많은 여가 시간이 생기면 많은 사람들은 결국, 여행, 체육, 취미, 오락 등의 활동으로 여가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이런 활동의 상당 부분으로 인해 화물의 적채가 이루어지고 여객의 폭발적 증가가 이루어질 것이다. 최근 베니스, 암스테르담 등의 유명 관광지에서는 관광객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이러한 현상은 관광객의 급격한 증가에 따라 주민들의 삶에 지장을 초래하는 바람에 취해지는 조치라고 한다. 이러한 화물과 여객의 폭발적 증가 추세는 기존의 길, 즉 동북아에서 믈라카 해협과 수에즈 운하, 지브랄타 해협을 지나 유럽으로 가는 기존 항로의 수용 능력을 이미 넘어서고 있다. 그런 이유로 말레이반도를 관통하는 새 운하가 계획되고 있고, 수에즈 운하가 확장되었지만 여전히 병목 현상이 계속되고 있고, 또 니카라과에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하는 새로운 운하도 추진되고 있다. 이처럼 기존의 항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화물과 여객을 더는 수용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문명에 의해서, 전 세계의 모든 생산자가 전 세계의 모든 소비자를 대상으로 확장되고 있고, 고도화된 새로운 시대의 삶에 필요한 모든 맞춤화된 상품을 서로 사고파는 세상이 되고 있다. 그리고 늘어나는 여가시간에 지구상의 모든 곳을 여행하는 세상이 되어 가고 있고, 때문에 기존의 길은 모두 차고 넘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할 처지가 되었다. 그 ‘새로운 길’은 때마침, 온난화 현상으로 녹아가고 있는 북극에 있는 길로서 ‘북극항로’인 것이다. 지금 4차 산업혁명의 세상이 ‘북극항로’라는 새로운 길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 과거에 새로운 시대를 열었던 새로운 길이 기존의 길을 대체하는 길이었다면, 북극항로는 기존의 길이 차고 넘쳐서 새로 열릴 수밖에 없는 길이다. 과거의 새로운 길은 인류 문명이 기존의 길을 버리고 선택한 새로운 길이었다면, 지금 열리기 시작하는 북극항로는 기존의 길에 더하여 인류 문명이 선택의 여지도 없이 떠밀려서 갈 수 밖에 없는 단 하나의 새 길인 것이다. 그래서 어차피 가야만 할 길이라면 우리가 먼저 가서 선점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4차 산업혁명 시대는 2차 산업혁명시대처럼 승자독식(勝者獨食)이 아닌 선승독식(先勝獨食)의 시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는 먼저 가면 승리자이고 늦게 가면 패배자이다. 이것이야말로 속도가 점점 빨라지게 되는 지식 기반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속성이다. 지식기반 사회라고 할 수 있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성공시키기 위한 준비로서 ‘새로운 길’을 선점하는 것이다. 그래서 대한민국이 선도해야 할 4차 산업혁명은 곧 북극항로의 선점이고 북극항로의 선점은 그 주변국과 우리나라와의 관계를 발상의 전환을 통하여 획기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최상의 방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류와 4차 산업혁명’의 내용은 『한국의 선택-김태유‧이대식 엮음, 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발행』 중 김태유의 글을 인용 및 참조하였습니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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