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社說] 국악기관/단체 수장(首長) 임명 잡음, 고질병인가?
다소 뒤늦게 국악기관과 단체의 수장에 대한 잡음이 일고 있다. 우리나라 국악기관이라면 국립국악원이고 단체라면 국악협회를 말한다. 전자는 1951년 전시 직제공포로 이주환(李珠煥) 초대 원장부터 이어 오는 국립 기관이고, 후자는 1961년 박삼순 이사장으로부터 이어오는 사단법인체이다. 현재 전자는 20대 원장, 후자는 27대 이사장 체계의 수장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그리고 2001년 개국한 국악방송이 특별 재단으로 사장제로 운영되고 있다. 모두 문화체육관광부 소속이며 관할에 있다.
국립국악원은 ‘민족음악의 보존과 발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국악협회는 ‘국악의 전반적인 발전향상과 문화적 유산의 보존 육성을 기하며 회원 상호 간의 친목과 복리증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결성되었다. 국악방송은 ‘한국전통문화예술의 진흥, 발전 및 대중화’를 목적으로 특별 법인으로 출범했다. 각각 70주년, 60주년, 20주년을 맞는 특별한 정주기를 맞고 있다.
현재 국립국악원 수장은 금년 6월 11일부터 임기 3년의 김영운(金英云, 1954년생) 원장이다. 국악협회는 2020년 2월에 당선되어 취임한 임웅수 이사장이다. 국악방송은 2019년 9월 2일 김영운 사장이 임명되어 2022년 9월 1일까지 3년 임기였으나 현재는 공석이다.
그런데, 역사와 전통을 갖고 뜻깊은 목적으로 운영되는 이들 세 곳의 수장들에 대한 임명과 당선에 관하여 잡다한 말이 나돌고 있다. 국립국악원장은 전임의 임기만료 3개월이 지나서 임명된 데다, 임기 1년 8개월이나 남겨놓은 국악방송 사장에서 상급 기관장에 임명되었다는 점에서 구설이 있다. 게다가 특정 학맥에 의한 예정된 수순이라는 등의 본질적 문제 제기도 있다. 국악협회는 이사장 선거 과정 문제로 소송에 말려 관선이사 체제로 가게 될 상황이란 말들이 돌고 있다. 국악방송은 개국 20주년과 TV방송을 개국한 상황인데도 사장이 국립국악원장으로 가게 되어 공석이 된 실정이 뒤숭숭하다.
국악원장에 대해서는 "김영운 원장은 학계와 현장에서 쌓은 풍부한 전문지식과 폭 넒은 경험을 바탕으로 코로나19 이후 국악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국립국악원의 발전과 국악 진흥에 크게 기여할 것"(문체부 관련자)이란 논평이 있었다. 그러나 "현재의 자리를 유지한 채 타 기관의 기관장에 지원함으로써 김영운 사장은 국악방송 사장직을 일종의 보험으로 생각한 것이 아닌가! 직원들이 이런 안일한 생각을 가진 기관장을 어떻게 신뢰하고 따를 수 있겠는가!”(전국언론노동조합 국악방송지부 성명)라는 비판이 있기도 하다.
국악협회는 "국가의 법적 제도로부터 국악인의 사회적 지위를 보장받고, 소중한 전통문화 유산의 상속자라는 명에를 자랑으로 여기는 국악인이 될 수 있도록 사회환경을 조성”(임웅수 이사장 취임사)한다며 취임했지만 "이사장 선거 문제로 정작 법적 제재 하에 처한 것은 고질적인 회원관리의 무원칙 때문이다. 여기다 관선이사 선임이란 문제가 겹쳐있다. 혹시라도 국악을 모르는 변호사가 온다면 큰 문제이다. 국악의 전반과 단체 운영력이 있는 인물이 와야 해결이 되는데 말이다.”(국악계 원로)라는 우려가 있다. 매우 복잡한 문제에 봉착해 있는 실정이다. 국악방송 역시 TV개국을 한 상태에서 ‘예산타령’만하고, 수장 없이 본부장 체재로 가는 어려움에 놓이게 되었다. ‘시청자 없는 TV국악방송’이란 말이 돌고 있는 실정이다. 예산확보와 운영 능력을 지닌 인물이 앞장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인데도 본부장 대행 체재로 가리라는 예상이다.
이런 문제의 배경은 어디에 기인한 것인가? 시정에 나도는 많은 말을 요약하면 이렇다. 즉, 국악계의 고질적인 인맥 체계, ‘문화’ 밑에 ‘음악’, 그 음악 밑에 ‘국악’이란 오랜 인식 체계, 국악원은 정악 주인, 국악협회는 민속악 주인이란 패권 체계, 여기에 문화체육관광부의 무원칙하고 편의주의적인 인사정책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런 지적은 오늘만이 아니었다. 이는 국악계의 오랜 고질병이란 지적이 있어 온 터이다. 그래서 문제 해결이 난망한 것이다.
이 책임은 일선의 국악인에게도 있다. 몇 년마다 이런 결과가 나오면 그제야 비판하고, 비난 정도로 투덜거리고 지나갔다. 이런 소극적 자세를 타개해야 한다. 국악인들 스스로 주체가 되어 꼼꼼히 따지고, 챙기고, 감시해야 한다. 또한 성과에 대해 격려하는 ‘시민의식’을 발휘해야 한다. 이는 ‘나의 국악원’, ‘나의 국악협회’, ‘나의 국악방송’으로 인식하는 적극적 참여에 있다. 일선에 있는 국악인이 국악계 발전을 추동하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각성에 의해 다음 국악 기관과 단체 수장은 공평하고 상식적 절차로 선임될 수 있도록 이번 만큼은 관심을 기울이자. 2년 후, 3년 후의 세 기관 단체의 인사와 선거에 관심을 기울이자. ‘국악기관/단체 수장 잡음, 고질병’, 퇴치 가능한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