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30 (토)
본지 고문 하 정효
조국(祖國)과 국가(國家)가 상존하는 우리에게 상해임정 100년의 역사를 찾는 것도 중하지만, 단군성조 이전 오천 년, 이후 오천 년의 문화고국(文化古國)을 찾는 것은 더 소중하다.
한국의 국악에는 ‘고국’들이 많다. 현재의 국악은 대개 근세조선과 대한제국, 일제강점기와 대한민국 건국 기에 발생한 것인데 반해, 거슬러 올라 고조선을 비롯한 기자조선 또는 전삼국 후삼국에 걸친 옛 나라들에는 국악의 사료가 거의 없는 지경이다.
시간여행을 하여 고조선과 마한 진한 변한 땅을 가 보자. 그 시절의 군왕과 백성, 선조와 후손들에게는 희로애락이 없었을까. 또 동래설(東來說)에 시달리고 있는 기자조선의 홍범구주(洪範九疇)나 팔조법금(八條法禁)은 국악의 가사가 될 수 없을까.
고대 페르시아의 사산왕조에 못지않았던 발해문화에는 국악의 소재가 없을까. 악랄한 “동북공정”으로 소실된 ‘대조영의 황금문화’는 안타깝기 그지없다.
아시아의 종조(宗祖)였던 단군왕검! 이 시절 “단군의 땅”은 아시아와 태평양을 아울렀는데, 그때는 춤과 노래, 악기와 풍물이 없었을까. 실오라기만한 몇 줄의 근거라도 찾아 국악의 유구역사와 전통을 이어보면 아니 될까. 정부의 정책 인력 예산이 따른다면 가능하다.
국악은 수많은 고국을 가졌다. 궁예의 태봉국, 이사부 시절 우산국, 김수로왕의 6대 가야, 그리고 탐라국과 제1대에서 제18대까지 옛 선조가 통치했던 49.5Km거리의 대마도 등 국악의 고국이 아닌 곳이 없다. 전쟁의 무화(武化)와 평화의 문화(文化)는 병진하는 법, 이들 무예와 문예의 사이에 어찌 그 시절의 무가기풍(舞歌器風)이 없었겠는가.
이들은 국악의 고국이다. 우리들 언제 ‘고국의 국악’을 접할 수 있을까. 생사의 기로와 흥망성쇠를 이겨왔던 옛 선조의 소리 몸짓 울림 외침을 어떻게 찾아낼 수 있을까.
경복궁 교태전 뒤에는 인조(人造)로 만든 아미산(峨眉山)이 있다. 그런데 실물 아미산의 소재지는 당진이다. 일찍이 신라의 삼국통일에 훈수를 들었던 나당연합군 시절, 불야성을 이루었던 지구촌의 중심지 당진고을은 바다의 물기둥이 지어낸 지구촌의 궁전이다.
당진은 바닷물이 내륙을 드나들면서 9강10천(九江十川)을 이루고 있는 “해상도시”이다. 여기에 “중전마마의 아미산”이 있고, 성자영걸의 “다불산(多佛山)”이 있다. 북으로 오산, 남으로 예산, 동으로 아산, 서쪽으로 서산이라는 4대도시가 산(山)이 되어 병풍처럼 둘러 있고, 567m의 가야 산맥이 성화봉의 기둥처럼 당진을 떠받치고 있다. 가히 “지구촌의 당진”이다.
이곳에 임란의 이충무공 못지않은 고려의 한 장군이 계신다. 이 장군은 왕건이 신의주에서 원산까지 천리장성을 쌓고 안주하는 것이 안타까워, ‘단군의 땅’을 찾겠다는 웅지가 물거품이 되자 고향으로 낙향, 득병 사경에 이른다. 그가 복지겸이시다. 그에게는 백일 정성, 현몽대로 “아미산의 두견화로 술을 빚어” 아버지를 살려 낸 ‘영랑’이라는 효녀가 있었다.
영랑이 심은 은행나무 두 그루는 1,100년이 지난 지금에도 당진시 면천면의 상록수가 되어 살아있다. 안타깝게도 노래는 없다. 그뿐이 아니다. 일제 치하 동아일보 연재소설 상록수의 저자 항일지사 심훈 선생도 마찬가지이다. 노래 한마디가 없는 것이 공통적이다.
누가 국악의 고국을 찾을 것인가. 임정100년을 찾는 이 마당에, 국악 만 년의 역사를 현창하는 것은 어떨까. 세계문화의 뿌리가 고국강산에 넘치는데도, 조국의 역사, 고국의 문화를 어떻게 찾을까. 오늘날 우주시대 세계시대를 말하지만, 고조선 저쪽 옛 선조는 세기를 앞질러 오늘의 지구촌이 가야 할 홍익세계를 말하지 않았던가. 이 정부에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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