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금)
판소리 전문가 이용수
우리가 평소 알고 있고, 또 즐겨 부르고 있는 아리랑 중에서 ‘나를 버리고 가시는 임은 십리도 못가서 발병난다"는 본래 아리랑 가사에는 없던 내용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아리랑은 우리 한민족만의 노래가 아니라 전 세계인들이 그간 채집하고 조사하였어도 그러한 가사를 가진 아리랑은 한 번도 없었다.
그 간 어려움에 연해주로 이민 간 몇 대 후손들이 자주 불렀던 고려인 아리랑에도, 세계 1차대전 중 포로로 끌려간 고려인들을 한 독일 교수 FWK 뮬러(Mueller)가 독일 전역수용소에서 251개 민족의 언어와 노래를 채집하면서 러시아에서 잡혀 온 고려인 4명에게서 채집한 고려인 아리랑에도 그런 가사는 없다. 또 의병아리랑, 독립군아리랑, 광복군아리랑, 북간도아리랑, 강원도아리랑, 진도아리랑 등의 어느 가사에도 그런 내용은 없다. 또 한국을 가장 사랑했던 헐버트( Homer B. Hulbert)박사도 1886부터 아리랑을 채집하고 1896년에 최초로 발표한 아리랑의 악보와 가사를 보아도 그런 가사는 없다. 다만 1914년 이상준(李尙俊)의 ’조선속곡집(朝鮮俗曲集)‘에서 처음으로 ‘십리를 간다고 찌걱거리더니, 오리도 못 가서 발병 났네’라는 그와 비슷한 가사가 처음으로 등장한다.
다음은 1926년 나운규의 아리랑 영화가 나오면서 영화가 흥행을 이루었고, 나운규는 나름대로 그 영화 주제가를 만들어서 붙였다. 1931년 발행한 그의 ‘영화소곡집’에서 처음으로 ‘나를 버리고 가시는 임은 십리도 못가서 발병 난다’고 붙인 것이다. 나운규가 고향 함경북도 회령에서 소학교 다닐 때 남쪽에서 올라간 철도공사 노무자들이 자주 불렀던 그 아리랑이 너무나 심금을 울리고 좋았기에 남으로 내려 온 후로도 그 아리랑을 듣고 싶었으나 같은 아리랑을 듣질 못했다. 그래서 나름대로 이렇게 가사를 썼고, 이를 후일 ‘신아리랑’, 또는 ‘본조아리랑’이라고 부르게 된다. 그때 아리랑 영화가 의외로 흥행하자 이에 당황한 일본은 또 나쁜 작업에 들어간다.
일본은 나쁜 의미의 한자를 붙여 ‘我離娘’으로 억지표기를 하여 퍼뜨린다. 나는 너(여자)를 발로 차버리고 떠난다. 한민족에 대한 부정적인 말이며, 부정적인 정서가 된다. 아리랑은 본래 한자가 없었다. 본래 천손족(天孫族), 즉 하늘의 아들이란 뜻으로 ‘아리아족’과 같이 신성시하여 부르는 이름인데 굳이 한자로 표현하자면, 그간 아리랑(阿里郞)으로 즐겨 써왔었던 말이다. 그런데 일본은 ‘내가 너(여자)를 발로 차버리고 떠난다’는 그런 부정적인 이미지로 만들어 1930년 조선총독부 기관지에 아리랑 가사를 실어 널리 퍼뜨렸던 것이다. 그리고 그게 아직까지도 우리 국민은 물론 외국인들에게까지 그대로 불려지고 있는 것이다. 이게 아리랑을 부를 때 마다 꼭 들어가니 필자는 아리랑을 부르거나 들을 때마다 항시 마음이 편하지를 않았다.
본래 한민족이 자신을 떠난 임에게 못되기를 바라는 그런 옹졸하고, 앙갚음이나 하는 그런 민족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제라도 가사를 고쳐 제대로 부르던가, 아니면 최소한 우리가 제대로 알고나 불러야 하겠다. 아니 우리 민족의 혼이 담긴 민요를 그런 식으로 부를 수는 없다.
또 한 가지가 더 있다. 국민가수라고 할 수 있는 장사익 가수가 부른 ‘어머니 꽃구경 가요’를 들으면 누구나 가슴이 찡하는 내용이 나온다. 어머니를 지게에 지고 산으로 꽃구경 가는데, 어머니가 처음에는 좋아하다가 나중에는 아들이 자기를 산속에 버리러 간 것으로 생각하여, 그래도 아들이 돌아올 때 길을 잃지 않도록 솔잎을 따서 뿌려준다는 가슴이 찡하는 가사 내용이다.
산에다가 부모를 버려 거기서 며칠 살다가 굶어 죽게 한다는 뜻으로 흔히 고리장, 또는 고려장이라고 잘 못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런 고리장 제도는 처음부터 우리 민족에게는 없었던 말이다. 오죽하면 아놀드 토인비가 이렇게 말했지 않은가? "앞으로 인간이 지구를 떠나 살아야 할 때가 올지도 모른다. 그때는 아무것도 가지고 갈 것 없이 몸만 가야 하는데, 꼭 하나 가지고 갈 것이 있다면 그건 한국의 효도 사상일 것이다.”라고......
그처럼 언제나 효를 제일 근본으로 삼고서, 법을 어기면 크게 벌을 주었던 우리 조상들이다. 여기에도 어김없이 일본이 등장한다. 일본은 미국인 그리피스(William Elliot Griffis)가 일본에 머무르고 있을 때 그에게 고리장에 대한 자료를 주어 1882년 <은자의 나라, 한국>이라는 책을 쓰게 한다. 본래 역사학자도 아니고 자연과학연구자인 그가, 또 한국에는 한 번도 와보지도 않고 어찌 그러한 책을 마음대로 쓸 수 있었겠는가? 본래 설화에서는 노인을 버려 장사지낸다는 뜻으로 기로장(棄老葬)이란 말이 었다. 이 ‘기로장’이 발음이 ‘고려장’과 비슷하다고 해서 ‘고려장(高麗葬)’ 또는 ‘고리장’으로 만들어 부른 일본인데, 이런 발음 내용을 외국인이 어찌 알고 그렇게 썼겠는가?
그 후 조선총독부의 <조선동화집>에 수록하여 우리 어린이들의 가슴 속에 심어주었고, 이병도는 1948년 <조선사대관(朝鮮史大觀)이란 책에서 이를 소개하였으며, 또 1963년 김기영의 영화 <고려장>에서 소개가 된 후로 그게 마치 우리 민족의 풍속처럼 내려오게 된 것이다. 1922년 조선총독부에서 고등경찰에게 내려준 공문에 이미 그러한 교육정책이 들어있었다. 한민족을 보잘 것 없이, 또 선조들을 멸시하게 만들라는 지시가 들어있었다. 이런 점을 볼 때 아직도 우리는 일본으로부터 완전 독립이 되지 않고, 그들이 만들어 놓은 나쁜 역사와 풍습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나라 바로 세우기가 아직도 요원하다는 느낌이 든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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