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아리랑칼럼 32 ‘2005’의 아리랑(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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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칼럼 32
‘2005’의 아리랑(6)

‘산의 노래’에서 ‘흙의 노래’로

  • 특집부
  • 등록 2021.04.11 11:39
  • 조회수 10,697

    기찬숙/아리랑학회 연구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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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의 아리랑 존재양상과 전승실태를 살펴왔다. 지난 회에서는 오늘의 강원도 아리랑에서 후렴이 어떤 형식으로 불리고 있는지, 그런 형식은 언제부터 불리어 온 것인지를 살폈다. 실상을 분석하면 토속민요 아리랑은 후렴을 거의 부르지 않는다라는 결론이다. 이에 대해 정선군 비봉산에 세워진 정선아리랑비후면의 기록을 들어 경복궁 중수 이후라고 한 기록을 대비했다. 이번 회는 보고서에서 "이 후렴 문제는 아직 해결해야 할 것이 남아 있다하며 제시한 아리랑의 성격변화 배경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사실 후렴 문제는 토속민요 아리랑에서만이 아니라 통속민요 아리랑이나 타 지역 아리랑에서도 논쟁적인 대상이다. 왜냐하면 사설면에서 이 후렴이 탈맥락화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모든 사설 내용을 분절시켜 장면전환적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이는 사설의 문학적 측면만을 본 결과인 것이다.

 

이 보고서에서는 후렴의 존재에 대한 본질적인 배경으로 강원도의 아리랑이 산간의 노래에서 들의 노래로 진출하여 선후창으로 불려지면서 후렴을 규칙적으로 갖게 되었다고 하였다. 이는 이미 1987년 김연갑 선생이 아리랑 선행연구 검토와 메아리 원형 가능성 고찰이란 논문에서 산의 노래흙의 노래라는 개념으로 제시했는데, 이번 회에서는 토속민요 아리랑의 성격변화와 후렴의 관점에서 살피기로 한다.

 

"후렴을 붙여 부르지 않는 것은 산간 노래로서의 양상이며, 후렴을 넣어 부르는 것은 들노래로서의 양상인 것이다.”

 

산간노래들노래’, 그리고 후렴의 여부를 현재 강원도의 아리랑은 후렴을 붙여 부르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공존이란 상황으로 이원화하여 설명하는 대목에서 규정한 말이다. 여기에는 산간노래에서 들노래로의 진출을 생태적 환경변화의 결과로 보고 이 변화가 가창방식을 바꾸었다고 하였다. 후렴의 여부는 가창방식의 변화 결과물이라고 한 것이다. 이를 따른다면 산간의 아리랑들의 아리랑으로 진출하는 시점이 곧 가창 방식의 변화 시점이고 후렴의 형성시점이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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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신문] 정옥선 - 김병하 - 김길자로 이어지는 정선아라리 3대의 소리를 담은 음반<아라리 名家 3代의 정선아라리> 표지 사진, 기획:아리랑학회, 음반해설:김연갑/자료조사 및 채록:기미양.   제작:신나라뮤직 2006-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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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신문] 정선아리랑비 강원도 정선군 정선읍 봉양리의 비봉산 기슭에 <정선아리랑>을 보존하기 위하여 세운 기념비. 비 높이 3.5m.


 그러나 이 산간과 의 개념을 일반화하기는 난점이 있다말하자면 산간 내에도 들이 있을 수 있고또한 산간은 임산물 체취의 대상이고 들은 논농사 중심의 대상으로 논의해 오기 때문이다여기에 다시 논농사의 경우 볍씨를 논에 직접 뿌리는 직파법(直播法)과 못자리에서 키워 줄모로 옮겨 심는 이식 재배방식인 이양법(移秧法)의 문제로 확대되어 그 시점이 갈라지기 때문이다이양법의 14세기 후반에 시작되어 금지령으로 잠복되었다가 17세기 후반 관계수로의 발달로 일반화 되었다

 

결국 이런 논의로 확대되면 강원도에서의 아리랑 후렴은 경복궁 중수 이후 외지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라강원도 내에서의 생태적 환경변화로 발생했다는 결론에 이른다논점을 좁히면 아리랑에서의 후렴 형성은 산간노래에서 들노래로의 진출 결과냐 아니면 경복궁 중수를 계기로 토속아리랑에서 통속아리랑이 파생된 결과이냐의 문제이다전자는 생태적 환경변화 결과이고후자는 정선아리랑비의 후면 기록대로 외지 유입 결과인 것이다달리 표현하면 전자는 자연발생설이고후자는 외부유입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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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김연갑 선생이 발표한 ‘아리랑 선행연구 검토와 메아리 원형 가능성 고찰’이란 논문이 수록된 아리랑 특집 논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