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금)
국립국악원은 1902년 4월, 대한제국 황제 고종의 '기로소(耆老所)' 입소를 축하했던 진연(進宴, 나라에 경사가 있을 때 궁에서 베푸는 잔치) 중 밤에 열었던 잔치 ‘야진연(夜進宴)’을 재해석하여 오는 4월 9일부터 14일까지 국립국악원 예악당 무대에 올린다.
'기로소'란 조선시대 조정 원로들의 예우를 위해 설치한 기구로서 1902년 4월, 고종의 입소를 축하하기 위해 '진연'이 벌어졌다. 황태자와 백관들이 황제에게 ‘외진연’을 올리고, 다음날엔 왕실 가족과 친인척 및 명부가 참여해 ‘내진연’을, 그리고 그날 밤에는 황태자가 황제에게 ‘야진연’을 올렸다.
8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린 프레스 리허설에서 조수현 감독은 "이번 공연이 태자가 고종을 기로소에 올려보내는 장면으로 시작하고 아버지가 올라간 계단을 바라보는 장면으로 끝나는 수미상관 구조로 진행된다."라며 ”관객의 눈높이에 맞게 고종과 황태자를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로 재해석하여 드라마틱하게 풀어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통의 원형은 최대한 살리면서 무대 위 표현 기법은 첨단기술을 접목시켰다.”라며 "LED 스크린으로 무대를 둘러싸 ‘기로소’를 무릉도원의 세계로 표현하고, 진연의 현장을 환상적인 이미지로 펼쳐내 공연에 생동감을 주려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공연을 재현하는 데 바탕이 된 것은 국립국악원이 소장한 ‘임인진연도병(壬寅進宴圖屛)’으로 조선 왕실 잔치에 어떤 종목의 궁중무용과 음악들이 연행되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도병(圖屛)은 국가 행사의 경과를 그림으로 기록한 병풍으로 ‘임인진연도병’은 전체 10폭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중 8폭에 ‘야진연’의 모습이 담겨있다.
제작지원을 담당한 서인화 국악연구실장은 "개원 70주년을 맞아 국립국악원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도록 소장 유물인 ‘임인진연도병’을 활용한 공연을 선보이고자 했다. ”라며 "이번 공연에는 1951년 4월 10일,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의 위기 속에서 피난지 부산에서 개원한 국립국악원이 지켜온 역사적 가치가 담겨 있다.”고 강조하였다.
공연은 임금의 덕이 높아 상제께서 장수로 보답하여 창성하게 한다는 내용의 구호(口號)를 가진 ‘제수창’을 시작으로 백성들과 함께 즐거움을 나누고자 했던 ‘여민락’과 하늘처럼 영원한 생명이 깃들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수제천’, 새롭고 힘찬 발걸음의 시작을 알리는 ‘대취타’ 에 이어 윤선도의 ‘어부사’를 부르며 배 주위를 둘러서서 춤을 추는 ‘선유락’으로 이어져 궁중예술의 백미를 관객들에게 전할 예정이다.
국립국악원 관계자는 "어둠을 밝히며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했던 120여 년 전의 ‘야진연’을 통해 2021년 관객들의 마음속에 온화한 기운의 희망과 위로가 전해졌으면 한다.”고 밝히며 "어려운 역사 속에서도 묵묵히 버텨온 찬란한 전통 예술이 전하는 깊은 울림과 감동을 관객과 함께 나누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국립국악원 개원 70주년 기념 공연 ‘야진연’은 오는 4월 9일(금)부터 14일(목)까지 주중 저녁 7시 30분, 주말 오후 3시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선보이며 국립국악원 누리집(www.gugak.go.kr)을 통해 예매할 수 있다. S석 5만원, A석 3만원, B석 2만원. 12일(월)은 휴관. (문의 02-580-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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