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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칼럼] (31)
‘2005’의 아리랑<5>
아리랑의 후렴
기찬숙/아리랑학회 연구이사
「지역별 아리랑 전승실태조사보고서」 중 ‘강원도의 아리랑 존재양상과 전승실태’에서 파생관계와 전파 확산 경로를 주목하여 살폈다. 이 번회에서는 후렴의 기능과 출현 시기에 대해 살피기로 한다. 아리랑 연구사에서 논쟁적 국면이 바로 후렴 문제이다. 형태, 어의, 본사와의 관계, 기능 등이 해결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민요(노래) 일반론에 의한다면 대개 후렴의 첫 어구가 그 민요의 제목이 된다. 이 경우 곡명은 본사와의 관계에서 동시 형성한 것이거나 아니면 후렴이 본사인 단순형태로 출현한 결과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일반형과는 다른 것이 아리랑이다. ‘정선아라리’이든, ‘정선아리랑’이든 후렴 첫 구에 영향을 받은 것임을 알 수 있다. 정선아라리(아리랑)의 후렴은 이렇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강원도아라리’이든 ‘강원도아리랑’이든 2행 전행 ‘아리랑’과 ‘아라리’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다. 이를 전제로 한다면 후렴이 없었다면 곡명 없는 노래였고, 이후 곡명이 후렴을 형성시켰거나 후렴이 형성된 후 곡명을 형성시킨 것이 된다. 그렇다면 이 보고서에는 이를 어떻게 제시했을까?
1996년 강릉대 강원도 지역 조사자료 153건과 1996년 MBC한국민요대전 강원도편 자료 22건의 대상으로 검토한 결과 전자에서는 124건 자료가 후렴 없이 불렀고, 후자는 18건이 후렴 없이 불렀다는 것이다. 또한 후렴을 규칙적으로 부른 경우는 전자가 4건, 후자가 1건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였다. 이런 현상을 독창이나 윤창으로 부르면 후렴을 붙이지 않는 것이 지배적이며 후렴을 붙여도 불규칙적인 것이 대부분이라고 하여 창법의 영향이라고 하였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다시 이렇게 제시했다.
"향토민요 아리랑이 후렴을 붙여 부르지 않는 것이 주류를 이룬다는 것은 이 노래들이 본래 후렴을 붙여 부르던 노래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지역별 아리랑 전승실태조사보고서(2006년)」
이에 대한 강릉대 조사자료에서 실례를 들었다. 조사자의 질문과 창자의 답변 일부만을 인용한다.
조사자-아라리는 누구나 다 잘하는 것 같은데요. 아라리 못 하시는 분 없는 것 같구요.
응답자(1)-옛날에는 다 아라리 밖에 없지 뭐.
조사자-예, 근데 왜 저거 안 하세요? 뒤에 후렴이 ‘아리랑 아리랑’, 그 소리는 잘 안 하시네요.
응답자(1)-그 소리는 안 해.
응답자(2)-그건 앞뒤 사람이 넣어 주는 거야.
후렴을 하지 않는다고도 했고, 하더라도 앞뒤 사람이 해 주는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는 여러 사람이 윤창으로 하는 소리판을 말하는 것으로 본다. 그리고 보고서는 이렇게 정리했다.
"그러므로 우리는 (두 사람)의 말을 통해 향토민요 아리랑이 본래 후렴을 부르지 않는 노래인데, 그것이 들노래로 진출하여 선후창으로 불려지면서 후렴을 규칙적으로 붙여 노래하게 되었다는 점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이 주장의 요점은 ‘향토민요 아리랑이 본래 후렴을 부르지 않는 노래’라고 한 부분이다. 이는 앞에서 전제한 곡명과 후렴과의 관계를 대입하면 후렴이 있기 전까지는 곡명이 없었거나 ‘아라리’든 ‘아리랑’은 아니었다는 말이 된다. 그런데 이와는 다른 주장이 있다. 즉, ‘아라리’는 있었을 것이란 주장이다. 바로 1970년대 중반 강원도 정선군 정선읍 비봉산 중턱에 세워진 <정선아리랑비> 후면에 새겨진 다음의 문장이다.
"본래는 ‘아라리’(音譯·我羅理)라고 일컫던 것이 세월이 흘러감에 어느새 보편적인 ‘아리랑’으로 그 이름이 바뀌었으니 아리랑이란 누가 나의 처지와 심정을 ‘알리’에서 연유된 듯하더라.”<정선아리랑비>
이 <정선아리랑비> 내용으로는 ‘아리랑’은 ‘아라리’의 변이형이고 이것이 정선에서 불려진 것인데, 지금(1970년대 중반)은 이 ‘아리랑’이 보편화 되어 쓰고 있다고 한 것이다. 본래 ‘아라리’는 존재했었다는 지역의 주장과 ‘아라리’도 ‘아리랑’과 함께 없었다는 20년 후의 조사 보고서가 다르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아리랑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논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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