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한명희/이미시문화서원 좌장
이보형 선생은 남이 양지의 학문을 탐할 때 음지의 학문을 택했다. 남이 유행의 분야를 쫓을 때 그분은 소외된 분야에 애정을 쏟았다. 남이 책상머리에서 안일하게 글을 쓸 때 그분은 누항陋巷의 궂은 곳을 뒤지며 발품으로 글을 썼다. 남은 입신양명도 누려가며 학자연할 때 그분은 초야의 한사寒士에 자족하며 범재연凡才然했다. 남이 겉시늉으로 공부할 때 그분은 참다운 호학好學으로 한 우물에 매진했다.
한국민속음악의 학문적 바탕이 놓이고, 한국민속음악의 위상이 제고되고, 한국민속음악의 개화기가 앞당겨진 배면에는 바로 이 같은 이보형 선생의 소신과 내공이 반석처럼 자리하고 있다.
나는 한국의 정신문화 중에서 선비정신과 풍류사상을 높이 산다. 견리사의見利思義와 지절志節을 앞세우는 선비정신은 물질만능의 부박한 세태를 치유하는 특효약이 될 수 있기 때문이요, 풍류사상은 인정이 메마른 각박한 현대 사회에 넉넉한 여유와 따듯한 훈풍을 불어넣을 수 있겠기 때문이다.
익히 알고 있듯이 이보형 선생은 자리를 탐하지 않았다. 명예에 연연하지도 않았다. 남을 폄훼하지도 않았다. 늘 초심과 평상심을 유지하며 학구의 길에만 매진했다.
그렇다고 그분은 결코 메마른 선비가 아니다. 멋과 흥취를 아는 풍류객이기도 하다. 물론 전공 분야 자체가 신명기를 전제로 하는, 판소리 같은 민속악인 점도 작용했을 테다. 하지만 딱히 그 점만이 아니다. 속멋이 든 북장단과 오랜 취미의 사군자의 내면을 접하게 되면 그분이 풍류의 속멋을 타고난 균형 잡힌 선비임을 이내 알아채게 된다.
이보형 선생은 한국문화의 훌륭한 덕목이자 21세기 인류사회에 내놓고 자랑할 만한 정신유산인 선비정신과 풍류사상을 겸비한 학자다. 그러고 보면 그분은 비단 전통음악만으로 문화의 맥을 잇고 있는 게 아니라, 전통음악을 잉태시킨 배면의 세계, 즉 선조들의 정신문화의 체질과 시대사상까지 온전히 계승해 가고 있는 셈이다.
우리가 금과옥조로 마음에 새겨둘 고전 글귀가 있다. ‘사람이 어질지 않으면 예는 해서 뭘하며 악은 해서 뭣하느냐[人而不仁 如禮何, 人而不仁如樂何]’라는 명구와, ‘시를 통해서 감성을 풍부히 하고, 예를 통해서 처신의 준거를 삼으며, 악을 통해서 인격을 완성한다[興於詩 立於禮 成於樂]’는 선현의 말씀이 곧 그것이다. 곰곰 음미할수록 수천 년의 시공을 초월하여 오늘의 우리에게도 그대로 유효한 진리요 금언이 아닐 수 없다.
잠시 우리네 주변을 돌아보자. 돼먹지 않은 인품으로도 예술을 하고 학문을 하고 정치를 하는 소위 재승박덕형의 향원鄕愿, 군자연하는 사이비들이 얼마나 득실대는가를! 우리 사회에 너그러운 똑똑이들이 적고 피곤하기 짝이 없는 영악한 똑똑이들이 많은 것은 어쩌면 우리가 자초한 업보들이다. 압축성장시대를 거치면서 경제적 물질만능주의에 순치됐기 때문이요, 주입식 암기교육을 통한 무한경쟁의 승자정의勝者正義식 풍조를 조장해 왔기 때문이다.
이래서 우리 주변에는 남을 이기는 데만 이골이 난 ‘헛똑똑이’들은 많은데, 남을 배려하고 자신을 낮추는 진실로 존경할 만한 ‘속똑똑이’들은 의외로 적다.
이보형 선생은 주변 모두가 인정하듯 겸손한 선비요 학자다. 말하자면 학과 덕과 인품의 조화를 이룬 학인이다. 《논어》에서 이르는 ‘성어악成於樂’의 경지에 근접한 드문 인물 중의 한 사람이 아닐 수 없다.
(본 연재는 이지출판사 출간 '한악계의 별들'에서 발췌하여 게재한다. 이를 허락해주신 출판사와 필자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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