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8 (목)
한명희/이미시문화서원 좌장
어느 특정 지역의 기후풍토는 그 지역 사람뿐만이 아니라 문화예술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단적인 예로 서양 음악의 경우 세기적 바리톤은 유럽의 북부지방에서 많이 나오고, 기라성 같은 테너는 남방지방에서 많이 배출되는 사실이 곧 그러하다. 기후가 음습하며 날씨가 흐리고 추운 북구지방에서는 평상시의 사고나 정서가 육중하게 침전되며 내향적이기 십상이다.
일상적 언어생활 역시 차분하게 피치音高가 낮다 보니 자연히 음역이 낮은 저음 가수가 상대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다. 반대로 기후가 따듯하고 햇살이 투명한 남방의 기질은 비교적 낙천적이고 외향적이며 언어 역시 맑은 성색에 음고가 높다. 당연히 음역이 높은 뛰어난 고음 가수가 많이 배출될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이 같은 기후풍토와 예술과의 함수관계는 비단 성악에서만도 아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모차르트와 하이든, 바흐와 베토벤의 음악을 연상해 보면 이내 수긍이 가게 된다. 남구의 기후풍토에서 우러난 전자의 음악이 밝고 명랑하고 낙천적인 데 비해, 북구의 환경에서 배태된 후자의 음악은 검푸른 수림처럼 짙고 육중하고 사색적인 면이 두드러진다. 결국 문화나 예술은 사람이 만들어 가는 것이지만, 그 양자를 모두 지배하는 것은 끝도 쉼도 없는 대자연의 운행 작용이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시각에서 볼 때, 한국 음악 안에도 남방적인 요인의 음악과 북방적인 풍토의 음악이 병존한다는 사실은 자명한 순리라고 하겠다. 딱히 북부권의 고구려 왕산악이 만들었대서만이 아니라, 둔탁한 듯 중후한 음색의 거문고는 영락없는 북방적 여건의 악기이고, 남방 가야나라의 우륵이 만들었대서만이 아니라, 낭랑한 음색의 가야고는 분명 남방적 환경의 구현체가 아닐 수 없다.
정황이 이러하고 보면, 오늘의 화두인 대금 음악은 두말할 나위 없이 대나무가 자생할 수 있는 온화한 기후의 남방계 음악임을 알 수 있다. 대금의 음색이 그토록 부드럽고 온화한 배면의 내력도 여기에 있다고 하겠다. 화사한 햇살과 온유한 기후를 머금고 자란 죽관이, 역시 심성이 어질고 착한 민초들의 손길을 거치면서 명기로 탄생된 것이 바로 대금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한국의 기후풍토와 한국인의 어진 심성이 어우러져 빚어낸 두어 척 남짓의 죽관에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으며, 젓대와 본인이 하나 되어 한 시대의 애락을 위무해 온 사람이 있다. 바로 대금의 이생강 명인이다. 무릇 세상사란 의지와 노력으로 성취할 수 있는 일이 많다. 하지만 예술의 경우는 의지와 노력만으로 대가의 경지에 이르기는 쉽지가 않은 것 같다. 남달리 타고난 바탕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하겠다.
이생강 명인은 주위 평판대로 타고난 소질이 있는데다, 초지일관하는 끈기와 노력 또한 남다른 바가 있다. 그동안 그에게 붙여져 온 명성은 결코 우연이나 허명이 아니고 예술적 자질과 노력이 직조해 온 필연적 결실이라고 하겠다.
그의 젓대 음악은 그동안 암울한 시대의 아픔을 달래 오며 우리 생활 속에 포근한 서정의 앙금을 쌓아왔다. 특히 지난 세기 후반 내내 왕성한 활동을 통해 대중의 심금을 달래가며 한국 음악계, 특히 관악 음악에 기여한 몫은 가히 독보적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업사회의 메마름도 그의 장인기匠人技적 젓대가 있어서 윤기가 흘렀고, 정치적·사회적 번뇌도 그의 자상한 가락이 있어서 한결 위안이 되었다. 그만큼 이생강 명인의 대금 음악이 음악계는 물론 우리 삶에 끼친 공헌은 분명 예사로운 일이 아니었다.
(본 연재는 이지출판사 출간 '한악계의 별들'에서 발췌하여 게재한다. 이를 허락해주신 출판사와 필자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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