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소의 해를 맞아 소놀이굿 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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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의 해를 맞아 소놀이굿 알기

  • 편집부
  • 등록 2021.01.20 13:19
  • 조회수 662

소놀이굿.jpg소놀이굿은 황해도 · 경기도 · 충청북도를 비롯한 중부지방과 강원도 영서지방에 분포하는 소먹이놀이에서 나왔다. 이것은 정월 대보름과 팔월 한가위에 벌인다. 대보름에 농사의 풍년을 빌고, 한가위에 대풍에 감사를 올리는 것이다. 소는 궁둥이를 마주 대고 허리를 굽힌 두 사람 위에 멍석을 덮어서 꾸민다. 앞 사람은 두 손에 쥔 고무래로 머리를 삼고, 뒷사람은 작대기나 싸리빗자루를 꼬리대신 휘두른다. 소 머리에 짚을 두툼하게 씌우고, 소 얼굴을 그린 종이를 붙이기도 한다.


몰이꾼이 소를 데리고 마을의 집집을 찾아다니며, 이들의 뒤를 풍물패와 젊은이들이 따른다. 문에서 ‘음메 음메’ 울어 주인이 나오면, 몰이꾼은 "옆집 누렁 소가 싸리꼬챙이와 쌀 뜨물이 먹고 싶어 왔으니, 푸짐하게 내시오.” 외친다. (싸리꼬챙이는 산적을, 뜨물은 술을 가리킨다.) 주인은 준비했던 술과 음식을 낸다. 풍물패는 가락을 높여 신명을 돋우고, 소는 덩실덩실 춤춘다. 주인과 마을 사람들이 함께 흥겨운 춤 마당을 펼친다. 몰이꾼은 "올 농사 대풍 들고, 두루 평안 누리시오.” 덕담을 늘어놓는다.

경기도와 충청도 일부에 분포하는 거북놀이도 소먹이놀이의 하나이다. 수숫대나 짚으로 거북을 꾸민 점이 다를 뿐 내용은 같다. 경기도 안성군 서정리 거북놀이에 소와 송아지가 등장하는 까닭도 이에 있다. 충청남도 천안시 일대에는 1960년대 초에도 한가위날 농기를 앞세운 풍물패와 맷방석을 뒤집어쓰고, 수수잎을 꼬리로 삼은 거북이 그리고 도롱이 차림의 질라래비(몰이꾼)로 구성된 거북놀이패들이 마을을 돌았다.

한 집에서 "들어와 놀아라.” 하면, 우물 · 부엌 · 장독대 · 마루 · 방 등으로 다니며 고사 덕담으로 축원을 올렸다. 안주인은 마루에 쌀과 돈 그리고 정화수 한 그릇을 차린 성주상을 놓고, 술과 음식을 내어 대접하였다. 질라잡이의 "거북아 거북아 놀아라, 만석 거북아 놀아라, 천석 거북아 놀아라.” 하는 소리에 풍물 가락이 울리면 거북이와 사람들이 덩실 덩실 춤을 추었다. 한 바탕의 신명떨음이 끝난 뒤, 거북이 일행은 다른 집으로 갔다.

소놀이굿은 평안남도 평양, 황해도의 평산 · 연백 · 봉산 · 신계 · 곡산 · 신금천, 경기도의 양주 · 파주 · 연천 · 고양 · 장단 · 포천 · 시흥, 서울의 노량진과 왕십리, 강원도 원주, 충청북도 진천읍 일대에 분포하였지만, 오늘날에는 양주에만 남아 있다.

소굿 · 쇠굿 · 소놀음굿 · 마부타령굿 등으로 불리는 이 굿(중요무형문화재 제70호)은 경사굿의 하나로, 무교의 제석거리 뒤에 벌인다. 제석거리에서도 자손창성 · 수명장수 · 농사풍년을 비는 까닭에 소놀이와 어우러졌을 것이다. 따라서 놀이라기보다 의례에 가깝고, 연극적인 요소도 갖추었다.

소머리는 짚을 두툼하게 싼 고무래에 얼굴 그림을 붙이고, 뿔은 짚으로, 귀와 혀는 짚신이나 고무신 바닥으로, 고삐는 명주 또는 광목으로, 몸뚱이는 반으로 접은 큰 멍석 안에 5, 6명이 들어가 꾸민다. 이밖에 한 사람이 멍석을 뒤집어쓰고 송아지 구실을 한다.

원마부는 검은 전립과 남색 전복에 홍띠를 매고 오른손에 삼신부채, 왼손에 고삐를 쥔다. 채찍을 든 곁마부도 같은 차림이다. 무당은 제석거리에서처럼 흰 고깔에 흰 장삼을 걸치고, 흰 제석부채를 든다.

굿은 12거리와, 무당과 마부의 대화와 타령, 뒤풀이 등으로 구성된다. 바깥 마당에서 ‘행추물림’을 한 다음, 서낭기를 마당 옆에 세우는 과장이 첫째거리이고, 마루에서 펼치는 둘째는 부정거리이다. 마루 북 · 동 · 남쪽에 맨 시렁에 열 두 신을 위한 ‘사위삼당’을 설치하고, 마루 북쪽에 삼신상을 차린다. 안마당에서의 셋째거리는 불사맞이거리로, 호구 · 말명 · 신장 · 대감 · 창부 · 걸립신을 들먹인다. 본향인 넷째부터는 마루에서 벌인다. 다섯째는 조상을 위한 초가망거리이며, 여섯째거리에서 혼령들이 차례로 들어와 넋두리를 한다.

대감을 위한 일곱째는 창부타령으로 마감하며, 여덟째의 성주거리에서 성줏대를 들고 집터를 돈 뒤, 굿이 끝 날 때까지 마루에 모신다. 아홉째는 산상거리이고, 열째거리(별상)에서 마부는 앉은 무당과 산마누라 노랫가락을 부른다. 열한 번째(신장)에서 오색기(五色旗)로 점을 치며, 열 두째의 산신대감거리는 대감거리와 같다. 열 셋째에서 제석을 마루에 모신 뒤, 안방으로 들어가 쌀을 담은 말 위에 올라서서 공수를 내리고, 다시 마루로 나와 중타령 · 바라타령 · 제석타령을 읊조린다.

이 뒤부터 무당과 마부가 문답을 나누며, 마부는 재담과 함께 타령을 늘어놓는다. 무당이 "마부, 소장수” 하고 부르면, 마부는 "기산(箕山) 영수(潁水) 별곤건(別坤乾) 소부(巢父) 허유(許由)가 나를 찾나?” 하며 여러 사람을 들먹인다. 다시 소장수 이름과 소 내력을 물으면, 전국 각지의 소시장을 들고 나서 "은산에서 은을 뜨고, 수물 천냥을 잔뜩 싣고 들어왔으니, 이 소는 어운지고 시운진 소니, 이 댁 가중에서 사시오.” 권한다.

"보물을 그렇게 많이 싣고 왔다니, 보물타령이나 들려주오.” 하는 요청에, 나라와 마을의 복을 빌고 나서 "이 댁 성주를 이룩할 제, 천금산(千金山)의 금을 뜨고 만금산(萬金山)의 은을 뜨고, 명산(命山)에 가서 명을 뜨고, 복산(福山)에 가서 복을 뜨고, 재수산에 가 사망 뜨고, 삼신산의 재수를 받아, 은자 보물은 스물 천냥, 한 쪽에 달이 돋고 또 한 쪽에 해가 돋아, 일광이면 월광이요, 월광이면 일광인데, 일광 월광 단월광에 이 댁 가중에 진연이요.” 축원한다.

이어 치레타령이다. 머리치레에서 "인력거꾼의 상고머리… 이마가 벗겨져서 대머리” 하며, 이런 저런 사람의 머리 생김을 주워섬긴다. 대청 성주를 위한 절치레에서는 전국 각지의 절 이름을 들먹이고, 뿔치레에서는 소 뿔을 비롯하여 새우 · 사슴 · 쳇불에 이르기까지의 뿔타령을, 귀타령에서는 잎사귀 · 돌쩌귀 · 당나귀를 끌어낸다. 이어 눈 · 입 · 이 · 혀 · 꼬리 · 다리 · 굽 · 빛깔 · 복색 · 굴레타령으로 넘어간다.

곡식타령에서는 각지의 벼 종류를, 성주타령에서는 전국의 나무를, 소장수 마누라 복색타령에서는 여인의 여러 가지 치장을, 집 타령에서는 재목 · 살림살이 · 집치장 등을 들먹이고, 이 집에서 태어난 아이가 잘 자라나, 장원 급제하여 부귀공명을 누릴 것이라 읊조린다.

이어 경사굿이다. 열 넷째는 호구, 열 다섯째는 성주, 열 여섯째의 신(神)거리는 아홉째거리와, 열 일곱째의 창부거리는 성주거리와 같으며, 여러 신들을 배웅하는 뒷전거리로 끝난다.

황해도 평산의 소놀음굿은 천상놀이와 지상놀이로 이루어졌다. 천상놀이에서는 옥황상제의 명에 따라 세상에 내려온 제석이 인간을 탄생시키고 조선국을 세우는 내용을 타령으로 부른다. 지상놀이에서는 마부가 소를 끌고 밭을 갈면, 애미보살이 씨를 뿌리고, 지장보살이 김을 매며, 신농씨가 생장을 돌보는 동작을 펼친다. 이밖에 소 부리기 · 농구 다루기 · 방아찧기 · 재수와 복 빌기 · 아기 점지하기 등을 벌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