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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희를 읽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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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희를 읽다’(1)

[도서 소개] '경기소리 길 위에 서서 아침을 기다린다'
국악인 이춘희 명인의 자기서사(The epic of self)
인간문화재 이춘희(李春羲) 선생의 자전적 구술생애사

이춘희를 읽다는 인간문화재 이춘희(李春羲) 선생의 자전적 구술로 엮은 경기소리 길 위에 서서 아침을 기다린다를 요약, 소개하는 글이다. 경기민요 명창의 고난과 영예의 역정을 통해 동시대 국악인들에게 참 명인의 지위가 어떻게 형성되는가를 함께하기 위해서다. 3회에 걸쳐 전하기로 한다.(편집자 주)


엄마사진 058.jpg 

이춘희를 읽다’(1)

 

1. 소리에 눈뜨고, 소리 길에 들다

 

경기소리 명창 이춘희(李春羲) 선생의 구술로 엮은 경기소리 길 위에 서서 아침을 기다린다가 발간되었다. 영어로는 "The Life and Art of Lee Chun Hee, Master of Gyeonggi Folk Songs”이라고 하여 경기민요 명인 이춘희의 삶과 예술이라고 풀어 표현했다. 기존의 서사체 전기(傳記)의 틀을 벗어나 현재의 활동상을 중심으로 오늘에 이른 지난 길을 정리하고, 다시 가야할 길을 열어 보이는 생생한 보고서이다. 이런 성격은 서명 경기소리 길 위에 서서 아침을 기다린다가 전해 준다. 선생의 호() ‘旦聲’(아침의 소리)의 의미를 문장화 한 것인데, 아직도 새날의 아침을 기다려 맞으며 해야 할 일을 위해 준비하는 부지런하고 성실함을 전해주기 때문이다.

 

책머리 발간사는 단 1쪽으로 간명하다. 네 토막의 글 중 세 번째 토막이 직접적인 발행 목적으로 읽힌다.

 

"어떻게 하면 제자들에게 소리를 쉽게 전달할 수 있을까?

목숨과도 같은 여식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스승으로서 경기민요인으로서 잘 살아야하겠다는 책임감과 생각들이 오늘의 나를 만든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이춭희.jpg.png

 

첫째는 제자, 둘째는 여식(서정화)에게, 그리고 관객()들에 대한 책임감을 강조했다. 이렇게 책임을 스스로 내세운 것은 어느 정도는 할만큼 했음을 드러낸 자신감이며 권위를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춘희를 읽는 무게감을 갖게 해 준다

 

"나처럼 명창이 되기 위해서는 나처럼 노력해라. 그러면 누구 앞에서도 부끄럽지 않다.”라는 단언이기 때문이다. 이는 두 분의 평가를 발간사에서 제시한 것에서 알 수 있다. 사실, 생전에 자전적 구술서를 낸 다는 것 자체가 자신감의 표현 아닌가. 우리가 부러워해야 하는 명인의 자부심이다.

 

우선 서연호(고려대)교수가 성음에 대해 "어떤 고음에도 잡티가 전혀 없는 잘 훈련된 목과 탁월한 성량, 음처리에 빈틈이 없는 완결성을 지녔다.”고 평가했다. 고음과 성량은 천성이지만 완결성잘 훈련된것에 방점을 두었다. 소리하는 누구나 부러워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다음은 김해숙(국립국악원) 원장의 진술이다. "경기민요에 어눌하던 나의 귀를 확 트이게 한 경험을 하게 하였는데, 경기민요를 그토록 고졸하고 품격있게 느껴 보기는 난생 처음이었다.” 부럽기 짝이 없는 찬사다

 

그런데 이 같은 평가와 찬사는 결코 과장되거나 이 분들만의 취향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미 한명희(이미시문화서원) 좌장이 오래전에 한 축사에서 규정을 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춘희 명창의 소리 세계는 확실히 남다른 특장이 있다. 경기민요 특유의 신명을 끌어내면서도 진득한 무게감을 더해 준다. 낙이불류(樂而不流)의 품도를 느끼게 한다. 결코 숙련된 기교에서만 오는 게 아니다. 따라서 단성(旦聲) 이춘희 명창의 노래는 경기민요의 격을 한층 높이는 지렛대 역할을 하고 있음은 물론, 인품으로 균형을 이룬 진솔한 음악의 세계가 어떤 것인지를 명료하게 증언해 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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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신문] 이춘희 선생이 스승 안비취 명인과 함께 긴아리랑을 부르고 있다, 1979년 한국일보사 특설무대

 

세 대가의 이만한 평가와 찬사는 이 책의 페이지를 빨리 넘기게 해 준다.

 

이 책은 다섯 장으로 구성되었다. 1장은 어린 시절 소리 인연과 입문 과정을 담았다. 출생지가 서울 본토박이 한남동 부군당(府君堂) 근처였다. 그래서 어린 시절, 매년 정월 초하루 날의 마을굿을 보며 자랐다. 무당집에서 당집까지의 행렬에 끼어 악기소리와 노래 소리를 들으며 한살 한살 자랐다. 그러던 어느날 어머니의 사발가를 가슴으로 들었다. 어머니의 품에 안겨 들은 사발가의 굿거리장단이 소리병의 씨앗이 되어 각인되었다.

 

"어린 춘희가 만난 것은 노래였다. 노래에 대한 끼를 발견하고 난 이후에 노래와 함께 찾아오는 밝은 기운과 생동감은 어린 춘희를 일으켜 세우기에 충분하였다. 그 사건의 시작은 한남초등학교에 입학하여 음악시간에 부른 봄 아가씨이다.”

 

이 경험으로 자신이 노래를 좋아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라디오를 소리선생으로 삼게 되었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동요와 민요와 대중가요는 청각이 예민한 소녀의 마음을 흔들어댔다. 특히 장안의 화제였던 일일연속극 장희빈의 주제가는 꾀꼬리 같은 목소리와 민요조 구성진 창법의 황금심을 동경했다. 대중적인 노래의 매력에 심취하게 된 것이다.

 

18세가 되던 1968, 김부해(金富海,1918~1988)가 운영하는 가요학원을 찾았다. 가수의 꿈을 키우기 위해 악보를 받아 피아노 반주에 의한 반복 연습을 하는 과정이다. 희망을 갖고 2년을 다녔다. 선생에게도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던 어느날 김부해 작곡의 백령도 처녀라는 곡을 가수 최숙자가 취입하게 되었는데, 이 때 코러스로 참여하게 되었다. 그런데 결과는 달갑지 않았다. 자신에게 만족감 같은 것이 없었다. 가요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마음에서 떠나고 있었다.

 

이를 계기로 새로운 결심을 하기에 이른다. "문득 내가 부르고 싶은 노래는 대중가요가 아니라 민요라는 것을 깨닫고 민요학원을 찾게된 것이다.(三目 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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