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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흙의 소리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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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흙의 소리 12

  • 특집부
  • 등록 2020.11.26 07:30
  • 조회수 1,788

 

흙의 소리

 

 

 

                                                    이 동 희

 

 

 

빈 터 <6>

는 궁궐에서 연주되는 궁중음악 곡조에 붙인 가사歌詞이다. 시이다.

시경에 소아小雅 74편 대아大雅 31편의 시가 전하고 있다. 궁정의 연회와 전례 때의 의식 시이다. 이들 시의 내용은 주나라 개국을 칭송하고 선왕宣王을 영송詠頌하는 것 등 다양하다. 역사시 서사시가 많다. 순정純正한 것을 대아, 풍이 섞인 것을 소아라고도 하였다. 아는 바로잡음의 뜻을 가지고 있고 정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아는 조정 정악正樂의 노랫말이다.

은 국풍國風이라고도 하며 송은 종묘 제례 때에 연주하던 악가樂歌의 시이고, 풍 아 송에 부을 더하여 육의六義라 하는데 시를 짓는 여섯 가지 범주이다. 부는 신의 말을 전하거나 신을 찬양할 때 쓰는 표현법이며 비는 비유법, 흥은 신명께 고하는 수사법이다. (詩有六義焉 一曰風 二曰賦 三曰比 四曰興 五曰雅 六曰頌 시경대서大序에 써 있다.)

또한 풍 아 송은 시가의 목적에 따른 체재상의 분류로서 시의 삼경三經이라 하며 부 비 흥은 표현법상 수사의 차이에 따른 분류로서 시의 삼위三緯라 한다. 시의 씨줄 날줄이다.

공자는 만년에 제자를 가르치는 데 있어 육경六經 중에서 시를 첫머리로 삼았다. 시는 인간의 가장 순수한 감정에서 우러난 것이므로 정서를 순화하고 다양한 사물을 인식하는 기준이 된다고 하였다. 그리고 논어 위정편爲政篇에서 詩三百 一言以蔽之曰 思無邪라고 말하였다. 그가 정리한 시경의 시 삼백여 편을 한 마디로 말하면 생각에 사악함이 없다고 하였다. 전혀 거짓됨이 없고 순수하다는 말이다. 20세때 태어난 아들 백어伯魚에게도 시경공부를 권하였다.

"주남周南과 소남召南을 공부하지 않으면 마치 담벼락을 마주하고 서 있는 것과 같다고 하였지.”

학관이 곁들였다.

고대 제왕들은 먼 지방까지 채시관採詩官을 파견해 거리에 나돌고 있는 노래며 가사들을 모아 민심의 동향을 알아보고 정치에 참고로 삼았다고 하며, 조정의 악관樂官에게 이 시에 곡조를 붙이게 하여 다시 유행시킴으로써 민심의 순화에 힘썼다.

그런 말도 하였다.

학관은 제술을 하고 있는 박연에게 편히 앉으라고 하였다. 본론으로 들어가라는 신호였다. 시에 대하여 말하였으니 아악에 대하여 논술해야 하는 것이다.

"예 그러겠습니다.”

박연은 더욱 꼿꼿하게 앉으며 입론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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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성 화백의 작화 : [장편소설] 흙의 소리 12

 

아악은 궁중의 정아正雅한 음악이다. 궁중 밖의 민속악에 대하여 궁중 안의 의식으로 쓰던 음악 아부악雅部樂 향부악鄕部樂 당부악唐部樂을 말한다. 그 중 아부악만을 아악이라고 하기도 한다. 문묘제례악文廟祭禮樂 같은 것이다. 향부악과 당부악은 우방右坊, 아부악은 좌방左坊에 속하였다. 아부악을 더 우위에 두었던 것이다.

아악은 중국의 주나라 때부터 궁중의 제례 음악으로 발전하여 고려 때(예종 11, 1116)에 송나라에서 대성아악大晟雅樂이 전해지면서 비롯되었다. 그 전에도 태묘太廟(역대 제왕의 위패를 모시는 사당, 종묘宗廟) 등의 제례에서 음악을 사용하였지만 대성아악은 원구圜丘 사직社稷 선농先農 선잠先蠶 문선왕묘文宣王廟(공자 묘) 등의 제사와 그 밖에 궁중의 연향宴享에 쓰이었다.

고려 말에는 악공樂工을 명나라에 유학보내고 악기를 들여와 명나라의 아악을 종묘 문묘 조회朝會 등에 쓰게 하였고 공양왕 때는 아악서雅樂署를 설치하여 종묘의 악가樂歌를 가르치고 이를 관장하게 하였다.

아악의 정의와 유래 등을 말하고 현황을 이야기하였다. 그리고 아악과 제례, 악현 악곡 등에 대하여 순서대로 말하고는 소견을 덧붙이는 것이었다.

"다른 학문들에 비하여 음악 아악의 분야는 발전이 없고 중국의 것을 그대로 받아들여 답습하고 있으며 고려시대의 것을 다시 물려받은 그대로 행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우리나라 고려조와 조선조가 서로 다르고 시대가 달라졌는데 변화가 없고 연구가 없고

"그런 것 같은가?”

학관은 그의 말을 가로채며 그러면 다음 시간에 무엇을 개선하고 어떻게 달라져야 할지, 그 방안을 연구해 오라고 하는 것이었다.

박연이 난감한 얼굴로 학관을 바라보자 웃으면서 다시 말하는 것이었다.

"시경을 더 읽어 보시게. 답이 나올걸세.”

 써지지 않으면 계속 읽으라고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