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정창관/한국고음반연구회 부회장
‘산조’는 그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허튼가락이란 의미로 19세기 말엽에 만들어진 기악 독주곡이다. 가야금산조는 김창조 명인이 처음으로 연주했다고 전해지고 있으며 김창조와 같은 시대의 한숙구, 박팔괘 등도 비슷한 산조 가락을 연주했다는 설도 있지만, 오늘날과 같은 체계가 잡힌 산조는 김창조에 의하여 확립된 것으로 보인다. 그 후 산조는 실력있는 연주가들에 의하여 여러 유파로 전승하여 김죽파류, 강태홍류, 김병호류, 김윤덕류, 성금연류, 심상건류, 최옥산류 등이 현재 전해지고 있다.
김죽파 명인은 김창조의 손녀이다. 할아버지가 일찍 작고한 탓에 그의 수제자인 한성기 명인으로부터 가야금을 배워 김죽파류 가야금산조를 완성하였다. 김죽파류 산조가 할아버지 김창조 명인의 산조에 제일 가깝다고 알려져 있다. 김죽파류 산조에는 가벼운 경드름과 담백한 강산제, 심금을 울리는 계면조 표현이 다채롭게 나타나며 농현의 섬세함이 곡 전체를 이끌어 가는 특색이 있다.
이 음반에는 김죽파류 ‘가야금 긴산조’와 ‘짧은산조’가 수록되어 있다. 긴산조는 7트랙(다스름-진양조-중모리-중중모리-자진모리-휘모리-세산조시)으로, 짧은산조는 한트랙으로 담겨있다. 장단은 이웅식 고수가 맡았다.
박경소 연주자는 음악을 하는 가족의 영향으로 10살에 가야금을 시작하였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예술전문사를, 서울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김죽파류 산조는 양승희, 이미경. 서원숙 명인을 사사하였다. 가야금앙상블 ‘아우라’를 결성해 현대음악을, 퓨전재즈밴드 ‘오리엔탈 익스프레스’에 합류해 즉흥연주를, 국내외 예술프로젝트 등에서 독주자로 협력자로 다양한 경험을 축적한 뒤 이번에 첫 산조 음반을 출반하게 된 것이다.
이 음반의 녹음은 스튜디오가 아닌 경북 상주에 있는 우복 정경세 선생의 종택 대산루 마루에서 이루어졌다. 연주 전반에는 대산루 옆을 흐르는 물소리, 대산루를 감아 도는 바람소리도 깔려있지만, 소리가 바람에 흩어지니 울림이 적어 연주자에게는 부담스러운 녹음이다. 아무 기술도 가미하지 않은 순수녹음으로 편집과 이펙트 등의 기계장치를 거치는 스튜디오 녹음에 비해 어려운 작업으로 완성한 음반이다.
음반은 깔끔하게 디자인되었다. 해설서도 영어로 잘 번역되어 있어 외국인에게 우리의 음악을 알리는 선물로도 적합하다. 산조 한 바탕을 듣고 나니 가슴이 시원하다.
* 관련 음반 : http://www.gugakcd.kr/music_detail.asp?cd_num=ADCD-024&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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