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아자 가트, 알렉산더 야콥슨 지음·유나영 옮김/608쪽·3만2000원
역사적으로 종족적 집단인 민족과 정치적 집단인 국가는 서로를 강화해 왔다. 다민족 국가도, 공통 종족에서 파생된 여러 국가도 예외가 아니었다.
1970, 80년대 학교를 다닌 세대는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로 시작하는 국민교육헌장을 암기했다. 그러나 오늘날 대화나 글에 민족을 내세웠다가는 ‘근대 서양에서 만들어진 허구의 개념에 집착한다’는 반박을 받기도 한다.
민족이란 실제 인위적으로 수립된 개념인가. 이 책은 그런 ‘근대주의적’인 민족 관념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말하자면 ‘민족은 있다’.
근대주의적 이론은 민족이란 관념이 19세기 유럽에서 프랑스혁명 및 산업혁명과 더불어, 또는 그보다 약간 일찍 출현했다고 설명한다. 민족 관념은 국가가 대중 동원을 위해 적극적으로 유도한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이에 반해 저자는 민족국가가 전근대 시기에도, 유럽 밖에도 보편적으로 존재했다고 강조한다. 1000년 이상 통일국가를 이루고 산 한반도는 잠시 잊자(저자도 인용하듯 우리의 경우는 보편화하기 힘든, 일종의 극단적 사례다). 세계 어디서나 종족적으로 가까운 집단들에선 통일이 촉진됐고 이는 국가로 성장 확대됐다. 국가는 의식적인 노력으로 통합을 강화했다.
종교와 언어는 근대 이전에도 민족의식의 촉진제였다. 국경을 넘은 거대 종교가 있었지만 그 안에서 각각의 민족이 속한 종교집단은 애국의 대의를 선전하고 옹호했다. 정치적으로 분열됐던 이탈리아는 르네상스기 피렌체어(語)가 표준 문어(文語)로 인정받으면서 문화적 통일을 강화했다. 통일 이탈리아가 성립되기 전에도 국경 밖 사람들은 이 반도에서 온 사람을 ‘이탈리아인’으로 불렀다.
‘종족적 민족’, 혈통을 기반으로 한 민족과 ‘시민적 민족’, 국가 정치적으로 조직된 민족이 꼭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점도 ‘민족은 없다’는 증거가 될 수는 없다. 역사적으로 혈통을 공유하지 않았던 국가도 문화적 통합과 통혼(通婚)에 의해 새로 친족 감정을 만들어 나갔다.
그렇다면 왜 ‘국가는 만들어진 관념’이라는 시각이 출현했을까. 저자는 세 가지 이유를 꼽는다.
첫째, 유럽 근대의 경험이 과장돼 보편적인 것으로 해석됐다. 옛 유럽의 국가들은 중세 봉건주의를 통해 영주들의 자립이 확대되면서 와해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근대에 진입하면서 독일과 이탈리아의 통일을 포함해 새로운 민족국가의 성립을 보게 되었고, 이런 역사가 ‘민족은 근대의 산물’이라는 왜곡된 시각을 낳았다.
둘째, 20세기에 널리 선전된 마르크스주의와 자유주의에는 민족주의와 관련된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다. 역사를 움직이는 동인으로 계급과 자유만 강조한 결과 민족이 보이지 않았다.
셋째, 20세기 중반 나치즘의 만행과 인종차별의 해악이 강조된 결과 지식계는 너무 급격히 그 반대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국가와 민족을 악의 근원으로 보면서 민족이 가진 실질적인 의미까지 지워버리려 한 것이다.
저자는 20세기 이전의 다민족국가였던 오스트리아 제국, 여러 민족이 결속한 스위스, 두 민족으로 이뤄진 벨기에, 하나의 종교적 언어적 단일체가 여러 국가로 분기된 남미 등 여러 사례를 정밀하게 분석해 설득력을 높인다.
유럽이라는 지역적 특수성에서 비롯된 철 지난 생각을 빌려 ‘민족은 허구’라고 목소리를 높여온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물론 오늘날 민족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차별과 범죄들을 용인하는 게 맞는지, 인류와 개인이 추구할 가치 중 얼마를 민족에 바쳐야 하는지와는 전혀 별개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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